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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사이트는 모두 누군가를 가슴에 묻는다

이른 아침 바쁘게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데 은달이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 슬롯사이트 현관문을 열면서 말했다.


“나쁜 소식이 있어.”


그녀의 목슬롯사이트에는 놀람과 슬픔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 듣고 싶지 않으면 얘기를 미루겠다는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맘의 준비를 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옆집 개가 죽었어.”


옆집 개는 비글이었다. 그 집 사람들이 멀리 여행을 가거나 하면 슬롯사이트가 대신 돌보기도 하고 또 비만 오면 슬롯사이트 집으로 넘어와 은달이랑 같이 어울리던 녀석이라 아내는 슬롯사이트 집 개 다음으로 정을 주었었다. 제 주인 차가 외출했다가 마을 어귀쯤에 도착할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짖어대던 똑똑한 녀석이었다. 올해 열 살쯤 되어 나이가 꽤 들었지만 이렇게 불현듯 죽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그 녀석의 짖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아 아내가 좀 이상하다고 얘기하던 기억이 있다.


옆집 개의 죽음을 알려준 이는 그 집 아저씨였다. 슬롯사이트 아침 산책을 나가는데 그가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집 마당에서 삽으로 땅을 파고 있더란다. 은달이랑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평소보다 한참 늦게 출근하는 그의 차량을 길에서 만났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차를 세운 그가 창문을 내리고 아내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자신의 비글이 죽었다고 말하더란다. 비글을 자신의 개처럼 사랑해주던 아내의 맘을 잘 알고 있던 그였다. 아내는 돌아서면서 울컥 눈물이 솟구치더라고 했다.


아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슬롯사이트 은달이는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옆집 개는 항상 아내를 마치 제 주인인 양 크게 짖으며 반겼다. 은달이를 깨워서 간식을 줄 때 담 너머로 옆집 개에게도 몇 개 던져주곤 했다. 그러면 그 개는 마치 이렇게 인사하는 것 같았단다.


‘나 살아있고, 나 당신들 좋아해. 반가워.’


빗속을 뚫고 탈출을 감행해서는 멀리 갈 만도 하건만 겨우 담 너머 옆집으로 찾아왔던 개. 슬롯사이트와는 덩치가 비교도 되지 않게 작아서 앙증맞던 개. 슬롯사이트랑 한바탕 놀고 나서 ‘너희 집에 가자’는 아내의 말에 거부나 반항 없이 순순히 졸랑거리며 따르던 녀석의 착하디 착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녀석의 명복을 빌었다.


지난 주말이었다. 은달이 저녁밥을 챙겨주러 나간 아내가 “은달아~”하고 절박한 목소리로 불렀다. 내게는 죽은 은달이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자라보고 놀란 슬롯사이트 솥뚜껑보고 놀란다 했던가.


슬롯사이트이 덜컹했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빈 공간에 울리는 아내의 목소리는 걱정과 간절함이 어려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내 귀에 그 소리는 애타게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마치 은달이가 죽었다는 듯이.


내가 죽은 은달이를 지게에 짊어지고 산으로 오른다. 한 발 두 발 무겁게 오르는 내 뒤에서 삽을 들고 뒤따르던 슬롯사이트 구슬프게 외친다. “은달아~”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러 은달이의 주검을 지게에 싣고 오르는 나와 그 뒤를 따르는 아내의 울음. 갑자기 이런 장면이 떠오르자 내 눈에는 왈칵 눈물이 맺혔다. 휴지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슬롯사이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슬롯사이트 물었다.


“왜 울어?”


사연을 얘기하자 어처구니없다는 듯 슬롯사이트 웃으며 말했다. “은달이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였어. 걔는 아직 멀쩡하셔.”


“당신이 슬롯사이트를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구슬프게 들려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나도 참 이게 무슨 청승인지 모르겠네.” 나는 겸연쩍어서 궁색하게 대답했다.


사촌 형은 원래 개를 싫어했다. 그런데 오래전 조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그들의 개를 키우겠다는 똥고집을 도저히 꺾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몰티즈 이름은 밤톨이였다. 늦은 밤 퇴근할 때면 가족들은 슬롯사이트 잠이 들어 조용한데 밤톨이만 쪼르르 달려와 반기더라고 했다. 가족이 채워줄 수 없는 빈자리를 밤톨이가 어느새 메워주었다고 했다.


사람과 물질 그리고 욕망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 밤톨이의 새카만 눈망울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자신에게 묻곤 했단다. 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밤톨이의 근원적인 물음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밤톨이가 늙어 죽자 화장을 해서 뿌리는데 자신도 당황스러슬롯사이트만치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했다. 사촌 형은 그 이후 개를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는 그렇게 가슴 아프기 싫고 또 울기 싫다고 했다.


나는 은달이를 마음속으로 벌써 한 번 묻었으니 이제 사촌 형처럼 바보같이 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슬롯사이트 ‘은달아~’하고 서럽게 운다면 글쎄 자신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무너져서 울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이 오십 중반을 넘기니 많은 이들이 떠나갔다. 부모님, 장인, 친척, 친구 등등 세월이 지나면서 인연이 닿았던 이들과 하나 둘 이별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의 죽음도 그들에게 또 다른 이별로 다가올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각 개체가 지구라는 이 풍진(風塵) 세상에서 삶을 영위하다 떠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각자의 무덤에 묻힌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슬롯사이트 묻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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