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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카라 가출했다.

“은달이 밥은 7시에 먹이고 식사할 때 옆에 좀 있어주고... 끝나면 물도 먹여주셔.”


사설 바카라의 지인이 얼마 전 갑자기 허리를 다쳤다.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그녀는 다친 허리로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마침 아이들의 시험기간이 다가와 문을 닫을 수도 없어 대신 수업을 맡아줄 사람을 구하느라 사설 바카라에게 연락을 해왔다. 애들 가르치는 일을 그만둔 지 오래라 완강히 거절했지만 상대의 절박한 사정에 어쩔 수 없어서 일주일만 봐주기로 했다고 아침 식탁에서 사설 바카라는 말했다. 그러고는 반려견 은달이의 밥 챙겨주기를 당부했다. 학원수업은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진다 했다.


퇴근 후 사설 바카라 없는 텅 빈 집은 낯설었다. 은달이는 제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견사 문을 열어주자 쇠문 삐걱이는 소리를 듣고 그제야 깨어났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연신 꼬리를 흔들어댔다. 정원 한가운데 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새를 스치는 소리가 시원했고 간혹 실려오는 꽃향기는 달콤했다. 풍성한 초록의 한가운데 우두커니 앉았다. 파란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구름이 천천히 흘렀고 참새와 직박구리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로 돌아가느라 분주히 울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가슴 한쪽이 비어 있는 듯 허전했다. 일찍 퇴근한 저녁이면 옆에 앉아서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끄덕이며 웃어주던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에 필요한 것 다섯 가지가 있는데 남녀가 서로 다르다 한다. 여자는 첫째 돈, 둘째 딸, 셋째 건강, 넷째 친구, 다섯째 여행인데 남자는 첫째 부인, 둘째 아내, 셋째 집사람, 넷째 와이프, 다섯째 애들 엄마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단다. 사설 바카라 곰국을 끓이면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한 것이라서 남편은 불안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죽는 것‘을 의미하는 ‘998823’을 어느 날인가 내게 얘기해주던 아내는 둘 다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같이 여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정신의학자인빅토르프랑클에게어느노인환자가찾아와서사설 바카라떠나간2년이지났지만여전히상실의고통으로괴로운나날을보내고있다고호소사설 바카라. 그러자프랑클은환자에게만일본인이사설 바카라보다먼저죽었다면어떤일이일어났을같으냐고물었다. 그러자노인은대답사설 바카라.

“저처럼 사설 바카라도 고통스럽게 살았겠죠.”


그러자 의사 프랑클은 이렇게 대답사설 바카라.


“사랑하는 사설 바카라 그런 고통을 받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당신이 대신 받아내는 게 나을까요?”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료실을 나섰다고 한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옆에 은달이가 조용히 다가와 앉았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하얀 털로 뒤덮인 얼굴에 크고 새카만 코가 번질거리며 씰룩였다. 내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냄새를 맡으려는 듯 연신 킁킁대며 리트리버 특유의 슬픈 눈망울로 그윽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끼니를 챙겨주라던 사설 바카라의 말이 떠올랐다.

개는 다 크면 하루 한 끼만 먹여야 된다고 내가 말했지만 사설 바카라는 사람도 저녁을 굶으면 배가 고파 괴로운 법인데 개도 그럴 거라며 꼭 챙겨 먹였다. 이왕 굳어진 습관이라 어쩔 수 없었다.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주자 녀석은 오도독 거리며 열심히 먹어댔다. 나는 은달이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사냥이라는 노동 없이 먹거리를 해결하는 은달이가 문득 부러웠다.


아내는 저녁마다 은달이와 한 시간 가량 터그와 공놀이를 했다. 녀석은 힘이 좋아서 사설 바카라 먼저 지쳤다. 은달이는 그 놀이시간을 항상 목 빠지게 기다렸다. 사설 바카라 다른 일로 바빠서 제시간에 놀아주지 않으면 낑낑대며 보챘다. 보습학원을 대타로 다니게 된 일주일 동안 아내와 은달이의 놀이시간은 생략되고 말았다. 나도 대신 놀아주지는 않았다.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났다. 사설 바카라는 다시 저녁의 일상으로 돌아왔고 나도 제자리를 찾았다. 휴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사설 바카라와 정원에 앉아 있었다. 예전에 은달이는 항상 내 옆에 붙어 앉아서 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였는데 그날 아침은 이상했다. 나를 외면한 채 사설 바카라 옆에서만 애정 공세를 펼쳤다. 심지어 그윽한 눈망울로 바라봤다. 사설 바카라는 달라진 은달이를 웬일이냐며 맘껏 쓰다듬으며 이뻐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일주일 떠나 있은 뒤로 얘가 내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어. 엄마 귀한 줄 알게 된거지. 정신 차리게 한 번씩 어디 멀리 다녀와야겠다.”


사실 은달이만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나는 벌써 남자가 노년에 필요한 다섯 가지 모두를 세트로 구비해 버렸나 보다. 사설 바카라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비겁하게도 사설 바카라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을 뜨고 싶다. 사설 바카라의 부재가 가져다 줄 고통의 무게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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