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2025년 슬롯사이트에 다녀온 뒤로, 나는 영혼을 쥐어짜는 듯 쓰기 괴로운 공모전용 원고 작업을 이어서 했다. 대충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쓴 작품이 잘 되고 머리를 쥐어짠 작품이 망하는 패턴을 생각하면 처참한 심정이었으나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한편2025년 슬롯사이트 등산용품 쇼핑을 하느라 시간을 아주 길게 버렸다. 골프웨어로 나온 방수재킷도 중고로 한 벌을 샀고, 콜핑의 심파텍스 하드쉘도 살까말까 한참 고민하다 강렬한 주황색2025년 슬롯사이트 한 벌 샀다. 비바람을 막을 옷은 좋은 거 하나만 있으면 될 텐데 싸다는 이유로 둘 다 사놓고, 하나는 여름용이라고 나중에 이유를 갖다붙인 것이다. 게다가 소방관 복장처럼 선명한 주황색은 평소에 입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올리브색 재고가 없나 쇼핑몰을 끝없이 다시 들어가보기도 했다. 돈 낭비도 시간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90년대 초에 나온 르카프의 2025년 슬롯사이트화도 한 켤레 중고장터에서 샀는데, 사고 나서 돌이켜 보니 생활사 박물관을 차릴 것도 아니고 대체 뭔 짓인가 싶은 후회도 들었다. 심지어 두어번 신어보고 나자 밑창이 벌어져 접착 작업을 다시 했다. 싸고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고방식을 손봐야 좀 멀쩡한 사람이 될 모양이다.
그 사이에 주말이 다시 왔으나, 2025년 슬롯사이트 산에 가지 못했다. 아침에 피로감을 이길 도리가 없었던 탓이다. 억지로 나가자면 못 나갈 것도 없을 것이었으나 다음날 모임에 나가야 했으니 연재용 수필을 써둬야 했다. 주말 이틀 사이에 세 가지 일정을 소화할 만큼 성실하게 에너지를 비축하며 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산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다시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북한산의 눈덮인 의상 2025년 슬롯사이트에서 계속 걷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터라 이번에도 북한산을 가기로 했다. 북한산 중에서 의상 2025년 슬롯사이트보다는 짧지만 험하기로는 못지 않다는 비봉 2025년 슬롯사이트으로. 이제 두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라면 어려울수록 반가울 지경이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엇보다 의상 2025년 슬롯사이트에서 ‘그만 내려 가서 쉬고 싶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하고 계속 걸어다닌 경험이 험로를 강렬하게 갈구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코스는 생각할 수 없었다. 뇌내의 보상체계가 확실하게 변해버린 모양이다.
그나저나 출발하자마자 느낀 비봉 2025년 슬롯사이트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서울 서남권에 있는 집에서도 가기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6호선 불광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들머리인 터라 북한산성 탐방 지원센터 방면으로 갈 때처럼 버스를 오랫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고, 북한산보다 북쪽이나 동쪽에 있는 산에 갈 때처럼 오래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 산이 얼마 없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듣기엔 대중교통으로 명산에 갈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무슨 소리인가 싶겠으나, 야행성에 가깝게 사는 나로서는 해가 있는 시간을 충분히 쓰겠다고 일찍 일어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이동 시간이 짧은게 아주 큰 장점이었다. 누가 뭐라하든 나는 ‘등산의 모든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일찍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할 지경이니 어쩔 수 없다.
비봉 2025년 슬롯사이트의 들머리는 불광역에서 조금 걸어 대호아파트라는 아파트 뒤쪽으로 가면 바로 나왔다. 불암산도 아파트 뒷길을 따라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높은 산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느낌이 도통 들지 않았는데, 이곳은 더 심했다. 그냥 아파트 뒷산의 약수터로 이어지는 길 같았다. 계단이 약간 더 가팔랐을 뿐이다. 여기가 북한산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건 주변에서 걷는 등산객들 몇 명뿐이었다.
10시 30분쯤 들머리에서 등산을 출발한 나는 등산 스틱을 짚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기온은 5도 정도였을 것이다. 이만하면 겨울치고 온난한 날씨라 눈은 모두 녹아 없어진 뒤였고, 몸은 순식간에 더워졌다. 구입한지 15년은 되었을 밀레의 방수 재킷을 벗어서 가방에 고정하고 걸음을 옮겼는데, 15분도 지나지 않아서 기함할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둘레길로 이어지는 데크길에서 벗어나자마자 바위덩어리와 흙과 나무뿌리가 5대 2대 32025년 슬롯사이트 뒤섞인 길이 이어진 것이다. 나무와 바위와 흙을 커다란 용기에 넣고 흔들다 대충 쏟아놓은 듯한 길이었다. 바위가 많은 길도 나무가 많은 길도 여럿 봤으나 이렇게 침엽수의 뿌리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길은 또 처음이었다. 나는 우리집 뒷산도 이렇게 거칠고 복잡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간단한 퍼즐을 풀듯이 발을 옮겼다.
(어릴 때 금 안 밟고 걷기를 하다 이제 2025년 슬롯사이트 뿌리 안 밟고 걷기를 한다)
그리고 11시쯤 되자 길에서 흙이 사라지고 나무도 멀리 물러나 바위만이 펼쳐졌다. 이것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보통 바위 2025년 슬롯사이트길은 가운데에 바위가 솟아있고 좌우로 남은 흙에서 침엽수들이 자라있는데, 이곳은 흙과 나무가 대부분 시야 좌우 끝으로 물러날 정도가 되었고 눈에 들어오는 건 다 바위였다. 바위 여럿이 이리저리 솟은 게 아니라 그냥 돌 하나로 된 길이었다. 불암산 정상부근이나 북한산 백운대 가까이 가서야 나오는 순수한 돌길이 등산을 시작한지 30분만에 나온 것이니, 난간을 잡아야 오를 수 있는 경사로가 나오는 의상 2025년 슬롯사이트보다 더 놀라운 면도 있었다. 돌길의 형상이나 경사는 대체로 험하지 않다는 게 그나마 평화로운 지점이긴 했으나 걷다 보니 굴곡이 적어서 한 번 미끄러졌다간 어디 하나 잡지도 못하고 한참 내려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불안하기도 했다. 울퉁불퉁하고 거친 길이 보기에는 무섭고 어떻게 오르나 싶어도 그 나름대로 친절함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험한 암릉 중에서 비교적 평탄한 길을 한차례 오르고 나니 당장 꽤 높은 산에 오른 것처럼 뒤쪽 시야가 트이고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들머리부터 언덕길의 아파트에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지만 등산을 시작한지 40분만에 넓게 펼쳐진 돌바닥 밑2025년 슬롯사이트 빽빽한 아파트들이 보이니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다. 이런 식2025년 슬롯사이트 일상의 풍경을 빠르게 벗어나는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데 바윗길을 따라 조금 더 고도를 높이자니 당장 한층 더 경악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심지어 이번에는 산의 형상만으로 놀란 게 아니었다. 어디서 끝나는지 잘 보이지 않는 급경사를 이룬 바윗길 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점점이 서서 갈지자로 움직이고 있는 게 정말이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절벽을 기어오르는 산양 무리를 찍은 다큐멘터리 혹은 중국의 거친 산을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나 볼 만한 광경 아닐까. 북한산 숨은벽 2025년 슬롯사이트에서는 봉우리 사이사이로 솟구친 바윗길을 자체에 놀랐다면, 이곳은 길 자체보다는 많은 사람이 이 기묘한 2025년 슬롯사이트에 모여서 좌우로 오가며 바위를 오르는 모습에 놀랐다.
나는 그 길, 아까보다는 더 울퉁불퉁하지만 그래도 잡을 곳은 거의 없는 경사로를 딛고 아주 천천히 고도를 높여갔다. 정해진 길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은 되지 않지만 어쨌거나 비교적 안전하게 걸으려면 갈지자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발이 미끄러졌다가 재수없으면 아파트 입구까지 내려갈 판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길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려 힘을 낭비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 역시 비경이라면 비경이라 즐거운 경탄을 느꼈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산을 오르나 하는 화두를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경사로였기 때문이다. 끝이 잘 보이지도 않고 길고 험하고 직선2025년 슬롯사이트 질러갈 수도 없는 길. 우리는 왜 제자리를 맴돌듯 더디게 우왕좌왕하며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게 거창한 질문에는 대한 답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이 순간 눈앞에 있는 길 뿐이고, 내가 이 길을 힘들여 갈지자로 오르는 건 그게 재미있고 비교적 안전하게 고도를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고도를 높여 드높은 봉우리까지 가면 무엇이 있는지 이미 검색해서 봤더라도 몸을 혹사한 끝에 눈2025년 슬롯사이트 직접 확인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주말을 이렇게 바위산에 바치고 있는 것이다.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