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능선과 공포의 진흥왕 순수비 3
그렇게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의 중간 지대까지 오르자 일단 넓은 공간과 ‘코뿔소 바위’가 나타나서 숨을 돌릴 수는 있었다. 그 유명한 코뿔소 바위는 봉우리 바깥쪽으로 뾰족하게 솟은 바위였는데, 코뿔소 머리를 딛고 뾰족한 코 부분에 올라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빌딩 옥상 난간 위에 걸터앉는 사람처럼 위기 감지 능력이 고장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진저리를 치고 다시 봉우리쪽을 보았다. 물론 이쪽도 가관이었다.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정상으로 오르는 바윗덩이들에는 상식의 범위에 들어가는 길이 없었다. 요 근래에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졌다고 해도 절대 길이라고 안내해주지 않을 만한 바위가 바로 내가 갈 길이라는 사실은, 두근거리는 한편으로 절망적이었다. 다들 제정신으로 저걸 오르내린단 말인가? 경사가 40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 바윗덩이를 밧줄도 없이 걸어다니라고 놔두는 건 아무래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여기를 맨손으로 오르는 장면은 탐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다 왔으니 ‘슬슬 사진만 찍고 내려갈까, 굳이 위험을 감수할 건 없지’하는 생각을 이 정도로 진지하게 한 적이 여지껏,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없다(관악산 국기봉이 더 무서웠지만 그건 엄밀히 따지면 지나가야 할 코스가 아니었다). 그 정도로 정신나간 코스로 보였다. 오르는 건 어떻게 오른다 쳐도, 안전하게 내려올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내려오지 못할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를 함부로 오르면 어떻게 되는지 이날 이미 겪었으므로 물러나는 편이 맞을 것이었다. 자기 수준에 맞는 길을 택하고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는 게 훌륭한 등산인의 자세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까.
그런데 꼭대기에 있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순수비를 찍으려고 자리를 찾으며 구경하고 있자니, 젊은 남자들은 물론이고 중년 여자들도 크게 망설이지 않고 줄지어 바위를 기어오르는 게 아닌가. 게다가 불룩한 바위 둘 사이로 파인 홈을 따라 좌우를 손발로 번갈아 딛고 내려오는 청년도 있었고, 심지어 그 급경사를 태연히 서서 두 발로 걸어내려오는 노년 남자도 보였다. 노인은 입을 벌리고 황당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발이 좋은 거니까 아무 거나 신고 따라하면 안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하기야 아무리 신체 능력이 발달해도 맨몸으로 바위에 붙는 접지력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 영웅이 되는 세상이 아니니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날 나는 그 노인이 신고 있던 캠프라인 등산화에 뒤지지 않는 접지력을 확인한 바 있는 네파의 낡은 부틸고무창 등산화(단종)를 신고 있었으므로, 경사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를 타고 오르는 접지력만큼은 뒤쳐지지 않는 셈이었다. 어차피 요령있게 어딜 잡고 오를 코스가 아니었기에 나도 저길 못 오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오르는 길보다 문제가 되는 건 내려오는 길인데, 등산화를 생각하면 노인처럼 그냥 천천히 걸어내려올 수도 있을 테고, 그게 어렵다면 옆길로 온 청년처럼 두 손 두 발을 다 쓸 수도 있을 듯했다. 능력에 대한 검토와 올라갈 방법, 내려올 방법 결정이 끝났다면 남은 건 실행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바위를 올라간 뒤에 약간 거리를 두고 바위를 딛고 올라섰다. 처음에는 중심을 낮추기 위해 허리를 숙였지만, 두어 걸음 디뎌보고 발이 척척 붙는 것을 실감하니 자신감이 생겨 몸을 일으키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주변 사람과 독자들이 지겨울 정도로 하는 얘기지만, 접지력이 빼어난 등산화가 필요한 이유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지독한 환경에서 발디딤이 흔들림 없고 확고한 것을 체감하면 안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포도 망설임도 극복할 수 있고,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극한 환경의 억압을 벗어나는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거친 길에 일부러 뛰어듦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써 우리는 자유를 느끼고, 자유를 향유할 때 인간은 문명과 삶의 굴레가 나를 근원적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구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좀 낡고 약간 작은 감은 있어도 훌륭한 등산화를 잘 다듬어 신고 오기를 잘했다고 느끼며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다른 곳보다 비교적 평탄한 바위 위를 걸어서 나아가자 한층 더 심각한 고비가 나타났다. 정상으로 가려면 아주 큰 단차를 넘어서 다음 바위층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다음 바위층이 거의 목까지 올라올 지경인데다 손으로 잡고 몸을 당길 곳도 보이지 않아서 오른쪽에 길게 튀어나온 바위의 요철을 잘 디디며 기어올라야 했다. 아래쪽은 큰 요령 없이 오를 수 있기에 여기까지 왔더니만, 이번만은 요령 없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클라이밍 선수들이 붙잡고 디딜 곳을 궁리해서 암벽을 오르듯 머리를 잘 써야 했다. 관악산 육봉, 팔봉 코스가 장비 없이 가는 코스 중에서 이런 식으로 어렵기로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는데,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도 이런 곳이 숨어 있을 줄이야.
여기까지 온 이상 일단 벽에 붙어보기나 할 일이라 앞 사람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내 바로 앞 사람은 40대 중반쯤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보이는 여자였는데, 나처럼 특별한 요령은 없는 듯 바위의 홈 여기저기에 발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도 잘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자니 곧장 위에 있던 등산객이 와서 잡을 곳과 디딜 곳을 하나하나 짚어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녀는 금방 바위 위로 올라갔고, 나도 뒤를 따를 수 있었다. 물론 보는 것만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바로 따라할 수 있었던 건 아니라 위의 등산객이 다시 도와줬다. 남의 도움 없이 오를 수 없는 길을 혼자 내려갈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들긴 했는데, 아무튼 오르고 나니 분명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긴 했다. 아무리 험해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인 이상 어딘가에는 누군가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찾거나 만들어내서 안정적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딛거나 잡을 곳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바위 위로 기어오르고 나니 드디어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의 정상부가 나왔다. 여기도 아주 평평한 것은 아니라 여기저기 굴곡과 경사가 있었으나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걸어오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곳에 바로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져 있었다. 부분적으로 깨져 있는 회색의 비석은 드높은 봉우리의 꼭대기에, 드넓은 산과 도시를 배경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어서 퍽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인간이 사람 키에 가까운 비석을 여기까지 지고 올라와서 단단히 세웠다는 사실보다는 외계문명이 내려와 지구를 살피고 간 기념으로 두고 갔다는 상상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분명 이것은 사람이 세운 물건으로, 6세기에 신라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의 업적을 기려 세운 비석 넷 중 하나다. 즉, 정비된 길도 고무 밑창 신발도 없고 산속에는 호랑이가 뛰어놀던 시대에 여기까지 올라와 비석을 세우고 내려갔다는 말이다. 고생했을 사람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 이후로도 비석을 관리하는데에 들어간 노력이 엄청났다. 일단 6세기에 세워진 이 비석은 오래도록 풍화되며 무학대사에 얽힌 비석으로 전해졌는데, 비문 연구에 심취했던 추사 김정희가 1817년에 탁본을 떠서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순수비임을 알렸다. 이후로 제 이름을 찾고 자리를 지키던 비석은 6.25 전쟁 때 총탄까지 맞아 대단히 걱정스러운 지경까지 되었는데, 보존을 위해 일단 1972년에 근정전으로 이동되었고, 1989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체가 계속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조선총독부 건물을 쓰고 있었고, 이를 허물면서 경복궁에 있는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이전했다가, 미군 기지 골프장이 반환되어 2006년에야 세워진 지금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다사다난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 한편으로 원래의 자리에는 표지석이 놓였는데, 2005년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비석을 정밀 복제하여 표지석을 대체함으로써 나처럼 그 이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에 방문한 사람들이 천 년 넘은 비석을 마주하는 듯한 감동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만 보면 해프닝의 나열처럼 정리되지만, 실제로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을 오르기도 해보고 사진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니 그 많은 사람들이 비석을 조사하고 옮길 때마다 암벽을 타고 자재를 나르며 지독한 고생을 했겠구나 싶어 숙연해진다. 먹고 사는 데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비석을 만들고 해석하고 보존하고 실제 현장을 재현하는 일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아마 시간의 한 부분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보존하는 일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 정상의 광경을 유튜브로도 볼 수 있지만 굳이 직접 가서 체험하는 일에 가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봉우리 끝에 세워진 진흥왕 순수비의 모조품은 그렇게 인간이 추구하는 무형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보다 앞선 여자분이 여기저기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찍고, 내게도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부탁하기에 촬영을 해드렸다. 다리가 길어보이도록 발끝을 화면 아래쪽에 붙여서 찍어달라는 매우 구체적인 지시까지 있었다. 나도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써볼 정도로 좋은 사진 남기는 일에 열의가 있는 터라 그 정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 편이 오히려 찍는 마음이 편하다.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찍어드리고 나니 당연하게도 그분도 내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찍어준다고 해서 멋쩍게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찍혔다. 물론 다리가 몹시 길어보이는 사진이었다.
일단 사진부터 찍히고 나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정상의 바위는 길고 뾰족한 편인데다 난간도 하나 없어서 좀 오싹한 감이 있었다. 북한산 숨은벽 능선의 바위도 좁긴 했지만 이곳은 비석이 놓인 쪽이 솟은 구조로 경사와 단차가 있어 체감상 훨씬 좁았다. 멀리 도시가 펼쳐진 모습에 대한 감흥은 비교적 희박했다. 가시거리가 짧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금방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예상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아마 올라오면서 살펴봤던 요철이 금방 눈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잡을 곳 없이 걸어올라와야 했던 아래쪽 경사 부분은 사람들이 빈번히 올라오기에 포기하고, 그 옆의 바위 틈 좌우를 번갈아 짚고 디디며 기어내려왔다. 여기도 넘어졌다간 여기저기 심하게 찧으며 바위틈에 떨어질 듯해서 마음이 놓이는 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속도가 붙은 채 한없이 굴러갈 곳은 아니라는 게 위안거리였다. 험한 길에는 험한 길 나름대로 장점이 숨어있는 것이다.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에서 내려오고 나자 이날의 등산을 마쳐도 좋을 듯한 기분이 되었다. 의상 능선을 걸을 때와 전혀 다른 상태였다. 의상 능선이 덜 힘들어서는 아니고, 진흥왕 순수비 때문이었다. 그 무엇보다 명확한 목적지로 작용하는 유적지를 봤고, 그 직전과 직후의 과정이 클라이막스에 걸맞은 수준의 난관이었으니 좋든싫든 여정이 완결된 셈이다. 여기서 더 오래 걷는다해도 만족감이 더 커질 것 같지 않았으므로, 나는 능선을 조금 더 타고 가면 나오는 사모바위에서 걸음을 멈췄다. 관복의 모자인 사모와 닮았다고 하지만 그닥 감이 오지 않는 사모바위는 삿갓 위에 큰 혹이 달린 듯한 모양으로, 여기도 올라가려면 올라갈 수 있는 포토스팟인 듯했다. 그러나 나는 사진만 찍고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보기만 했다. 일단 앉고 보니 확실히 지쳤기 때문이다. 육체활동 자체보다 긴장감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더 지치는 요소인 듯 싶었다.
능선길을 쭉 따라가면 승가봉, 문수봉으로 가서 의상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 합류하고 보국문에서 편안한 길을 따라 하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멀고 쉬운 길보다는 쉽지 않더라도 가까운 길을 따라 하산했다. 중간에 승가사에 들러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볼 수도 있었지만 쉬고 싶어서 이것도 포기하고 돌아나왔다. 구기 계곡으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사진도 없고 기억도 없다. 깜짝 놀랄 정도로 편하지도 않고, 화가 치밀 정도로 심한 너덜길도 아니었을 것이다.
날머리에서 나오고 보니 개천을 두고 좌우로 저택과 빌라 따위가 늘어서있고 길은 좁아서 내가 자주 접해온 서울 풍경과는 사뭇 다른 동네였다. 평소라면 갈 이유도 볼 일도 없는 동네와 골목길을 접하는 것 역시 등산의 소소한 낙이다. 나처럼 산에서 방금 빠져나온 사람들을 따라 가자니 금방 버스 정류장이 나왔다. 산에서 내려오면 국밥과 막걸리로 기력을 보충하는 게 마땅한 절차지만, 아무리 그래도 4시 반에 식사를 할 수는 없어서 버스에 몸을 맡기고 귀가했다. 그렇게 나는 슬롯사이트 볼트카지노메이저의 고급자 코스를 또 하나 끝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때때로 바위 위를 기어다니며, 전에 없는 두려움도 느꼈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 지기 전에 산행을 마친 것이다. 이만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나는 만족감 속에서 다음 산행을 꿈꾸었다. 다시 돌산을 기어오르고 싶다. 하지만 세 번 연속으로 고급자 코스를 갔다간 쉬운 코스를 즐기는 법을 까먹을지도 모르니 다음에는 좀 쉬운 산을 골라서 완급 조절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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