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1년 슬롯 사이트을 세우다 소망하는 일들이 이뤄진 미래를 상상하며 적었던 글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 미래가 되었다. 일기를 썼던 일조차 잊고 있었는데 더 이상 달력의 뒷장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1년 전에 적었던 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단지 미래 일기를 썼다는 사실뿐이어서 노트를 펼쳐 그 내용을 다시 살펴보았다. 과거의 나는 세 가지 슬롯 사이트을 갖고 있었다. 그중 슬롯 사이트대로 이뤄진 것은 두 가지. 한 가지는 슬롯 사이트대로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슬롯 사이트. 마라톤 풀코스 완주.
운동 삼아 달리기를 한지 햇수로는 꽤 되었지만 스스로 러너라고 부르지 못했던 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는 핑계로 장기 휴식에 들어서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봄, 가을에 충분히 달렷던건 아니다. 미세먼지가 조금만 심해도 달리기를 쉬었고, 달리기에 최고로 좋은 계절인 가을은 언제나 그렇듯 짧았으니깐.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슬롯 사이트휴직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만큼 슬롯 사이트 외에 개인적인 성과를 하나쯤 남기고 싶은 동기가 생겼다. 때마침 러닝 붐도 일어나 SNS의 수많은 콘텐츠가 동기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돌아서지 않기 위해 마라톤 풀코스 접수부터 했다. 동기와 목표가 정해지니 더 이상 날씨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는? 4시간 55분 24초. 내 인생 첫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이다.
두 번째 슬롯 사이트. 글쓰기 습관 만들기.
시간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만 같아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다 보면 지나간 시간 속에 놓쳐버렸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를 두 번 사는 것 같은 신비한 기분에 글쓰기에 매료되었고, 글쓰기가 슬롯 사이트 좋아졌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에 꾸준히 글을 써내길 소망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쉽게 써진 글은 드물고 대부분은 힘들게 꾸역꾸역 완성해 낸 글이지만, 어느덧 블로그에 쌓인 글이 60편이 되었다. 한 달에 다섯 편씩 써온 셈이니 이제 누군가 취미를 물으면 당당히 글을 쓴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슬롯 사이트. 육아 마스터하기.
누구나 그럴듯한 슬롯 사이트은 있다. 진짜 육아를 체험하기 전에는. 직장에서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깐 아기를 보는 것과 하루 종일 아기를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육아에는 주말도, 연차도, 병가도, 파업도, 보너스도 없었다.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엔 진짜 육아를 몰랐다.
처음에 가졌던 그럴듯한 슬롯 사이트은 이렇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면 집안일을 하고 남은 시간엔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아기가 돌아오면 열심히 놀아준다. 이렇게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슬롯 사이트은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집 근처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서 아기를 보냈는데 막상 아기를 맡겨보니 뒤늦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는 걸까? 10분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데 아직 부모가 자신의 온 우주일 아기는 얼마나 허전하고 불안할까? 아기를 맡겨야 할 만큼 내게 중요한 일이 있나?’ 미리 생각해야 했을 할 문제였는데 쉽게 가려고 했던 욕심에 아기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뒤늦은 깨달음에 결국 어린이집을 퇴소시키고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슬롯 사이트이 틀어진 게 오히려 감사하다. 물론 종일 아이를 돌보며 육아의 고됨을 제대로 겪고 있긴 하지만 그 덕분에 부모님께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육아맘들이 겪는 어려움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기가 커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기와의 추억을 쌓아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처럼 느껴졌다. 내년엔 육아휴직 급여도 없지만 휴직을 연장하고 1년 더 가정 보육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계획대로 이뤄진 일도 그렇지 못했던 일도 있었던 한 해였다. 일기에 담기지 못한 크고 작은 수많은 소원 역시 그렇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천천히 되짚어보면, 좋았던 기억과 싫었던 기억이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은 채 슬롯 사이트 남아있다. 그러다 언젠가 사라져도 모를 만큼 슬롯 사이트. 그 슬롯 사이트 박힌 기억들이 밤하늘의 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보면 ‘아 예쁘다.’하는. 나름 잘 적중한 미래 일기였는데 그중 가장 잘 적중한 것은 일기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반짝 빛나던, 나의 2024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