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무가 한창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냉큼 들고 와 슬롯 머신 규칙 자르고 무로 동치미를 담았다.
세 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바로 먹을 동치미로 간을 맞추어 담고,
남은 세 개는 큰 덩어리째 담아 한참 두었다가 먹을 셈으로 짭짤하게 국물을 만들어 부었다.
현관입구에 김장 쓰레기에 대한 배출법이 쓰여있었다.
김장쓰레기를 음식물 쓰레기 통에 배출하지 마십시오.
08
조랑조랑 달린 작은 무가 단단하고 싱싱해 보이는 것이 탐났다.
아직도 싱싱한 식재료를 만나면 유혹에 빠지고 욕심이 난다. 한식재료가 궁색하던 그때처럼..
슬롯 머신 규칙 버릴 거라면 무만 사 올 것이지 굳이 뭐 하러 무청이 달린 다발무를 사 왔을까 싶다. 그것도 가장 푸르고 청청한 것으로 한참을 골라서 말이다.
동치미엔 슬롯 머신 규칙 아주 조금만 절여서 넣고 보니 남은 푸른 줄기가 너무 아까웠다.
노랗게 시든 잎을 떼어내고 씻어 물을 팔팔 끓여 슬롯 머신 규칙 삶는다
잠시 후 옥수수 삶는 것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종량제 봉투에 가득 찰 것 같던 슬롯 머신 규칙이 삶고나니 한번 정도 먹을 분량이 나왔다.
바로 나물을 할까 하다가 옛 생각을 하며 냉동실에 넣었다.
시래기는 영양면에서 슬롯 머신 규칙 생으로 말려서 보관해 두었다가 불리고 삶는 과정을 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말리는 과정도 어렵고, 보관할만한 공간이 없으니 바로 삶아 부피를 줄여 냉동했다가 사용해도 괜찮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방법이긴 하다.
슬롯 머신 규칙 삶아 냉동해 두면 국거리가 없을 때 시래깃국도 끓이고, 나물로 볶기도 하고, 돼지뼈를 넣어 감자탕을 끓일 때 넣으면 아주 좋다.
냉동실의 슬롯 머신 규칙 시래기를 꺼낼 때면 뭔가 뿌듯하고, 으쓱한 기분이 든다.
버려질 운명의 화려한 변신 같다.
슬롯 머신 규칙 삶는 구수한 향기가 집안에 가득 찬다.
갑자기 슬롯 머신 규칙 산처럼 가져와 곰솥에 하루종일 삶던 미국집의 작은 부엌이 생각난다.
그 속에 슬롯 머신 규칙처럼 푸르고 푸른 내가 있었다.
그때 우리가 살던 곳은 한인이 많이 사는 도시가 아니어서 차로 30분 정도를 가야 작은 한인 마트가 두 곳이 있었다.
슬롯 머신 규칙에서 출발해 대도시를 거치고 오는 라면과 고추장, 된장, 과자등의 슬롯 머신 규칙제품 몇 가지와 쌀과 김치를 살 수 있었다.
언제나 유통기한에 임박한 라면을 한박스씩 샀다. (라면도 신선한 것은 맛과 향이 다름을 한참 후에 알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인 마트의 기능은 일주일 간의 슬롯 머신 규칙 방송 프로그램 복사본 비디오를 대여하는 것이었다.
09
그들은 위대하고, 소중한 존재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다.
한인 마트 주인아주머니의 서른이 됐을락 말락 한 아들은 가끔씩 계산대에서 우리 애들에게 슬롯 머신 규칙 사탕을 주기도 했다.
“애들 캔디 줘도 괜찮아요? 귀여워서 주고 싶어서 그래요.”
교포 2세인 B.M씨는 어눌한 슬롯 머신 규칙 발음으로 말을 했다.
우리는 그를 이름으로 불렀고, B.M씨는 한 3년쯤 후에 슬롯 머신 규칙에서 예쁜 아가씨를 만나 결혼하고 함께 돌아와 애처가가 되었다.
한인 마트와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는 일주일에 한 번 타향살이로 인한 긴장감으로 잔뜩 단단해진 승모근을 무장해제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었다.
그러나 한인 마트는 고향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곳이었을 뿐 신선 식재료는 중국 마트나 일본 마트에서 구입해야 했다.
다행히 파, 마늘, 두부는 미국마트에서 언제나 살 수 있는 식재료였다. 가을쯤 미국마트에 나오던 캘리포니아 산 단감(persimon)은 마치 명절선물 같이 반가웠다.
큰 중국마트는 값이 저렴하여 종종 이용했다. 주로 슬롯 머신 규칙음식에 필요한 각종 채소와 콩나물, 무 등의 웬만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가끔은 갈아놓은 생선살을 사서 어묵을 만들었다. 그런데 갖은 낯선 재료를 파는 중국마트는 특유의 향이 났다. 비위가 약한 나는 잠수를 하듯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속전속결로 장을 보고 뛰쳐나왔다.
일본 마트는 작고 깨끗했으나 값이 비싼 편이었다. 대폭 세일을 하는 날에 가면 반상회처럼 온 동네 슬롯 머신 규칙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일 때면 횟감과 각종 생선, 맛 좋은 양념 장어구이, 고형 카레와 냉동 생우동, 고추냉이, 쯔유, 참기름을 샀다. 횟감용 오징어로 오징어 젓갈을 만들고, 싱싱한 구이용 고등어를 사고 두툼한 가자미 토막으로 생선조림을 만들면 아주 맛이 좋았다.
몇 년이 지나고 10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슬롯 머신 규칙 비디오 대여점이 따로 생겼다.
처음엔 비디오 대여만 하더니 슬롯 머신 규칙산 문구류와 라면과 쌀을 들여놓으며 가짓수를 늘려갔다.
그리고 드디어 슬롯 머신 규칙 농산물 농사를 짓기 시작한 슬롯 머신 규칙분이 비디오 가게 한편에 주기적으로 농산물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싱싱한 배추와 무, 슬롯 머신 규칙상추, 깻잎, 청양 고추 같은 몇 가지의 농산물을 살 수 있었다.
그동안 김치를 하려면 1시간 거리의 도매 시장으로 가서 배추를 박스째 사야 했다. 많은 양의 배추를 절일 곳이 없어 큰 비닐을 넣어 욕조나 아이스박스에 절이고, 늘 김장처럼 김치를 담갔다. 온통 카펫 바닥이며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은 싱크대와 욕조뿐이어서 김치를 하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다. 또한 그 많은 김치를 보관할 공간이 없기도 하니 같은 학과의 싱글인 학생들에게 김치를 나눠주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나눔을 하는 것은 그 또한 의미와 보람이긴 했었다.
하지만 편하게 김치를 조금씩 담가 먹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곳의 우린 삶의 질이 올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 어느 날 비디오 대여점에 공지글이 붙었다.
모월 모일.
무를 올해의 마지막으로 모두 수확하는 날이니 슬롯 머신 규칙이 필요하신 분은 그냥 가져가세요.
무는 마트에서 판매합니다.
친한 동생들과 꽤 먼 거리의 밭으로 향했고, 저마다 한껏 슬롯 머신 규칙 싣고 집으로 돌아갔다.
산더미 같은 슬롯 머신 규칙 욕심껏 트렁크에 실을땐 좋았다. 운 좋게 작은 무도 따라왔다.
“그나저나 이걸 다 어쩐다.”
시래기 나물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사실 슬롯 머신 규칙 어떻게 해 먹는지는 몰랐다.
슬롯 머신 규칙은 김치를 하기엔 너무 뻣뻣했다.
일단 다듬어 보는데 슬롯 머신 규칙의 손가락만큼 굵은 줄기 속에서 벌레가 꾸물꾸물 살아서 들어있어 너무 놀라 기함을 했다.
슬롯 머신 규칙 줄기를 디스포절(garbage disposal)에 갈아 버리다가 강력한 식이섬유가 기계에 엉켜 멈추어 하수구의 분쇄기 기계와 한참 씨름을 하느라 또 시간이 지체됐다.
“무서워 무서워! 빨리 무엇이든 해야 해!”
큰 곰솥을 꺼내고, 슬롯 머신 규칙 다듬어 푹푹 삶기 시작했다. 한솥에 40분씩을 삶았다.
밭에서 바로 뽑은 슬롯 머신 규칙이 부들부들 해지려면 아주 오래 걸렸다. 찬물에 헹궈 한 뭉치씩 만들어 냉동실에 넣으니 휑하던 냉동실이 그득했다.
한낮부터 시작된 슬롯 머신 규칙 삶기는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미국의 싱크대는 내 키에 비해 높았고, 키 큰 곰솥은 더 높았다. 종일 발판을 놓고도 까치발을 들고 키를 높여 슬롯 머신 규칙 삶고 나면 어깨와 팔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자정을 넘어 돌아온 남편은 내 팔이 왜 뻣뻣한 슬롯 머신 규칙 같은지 알지 못했다.
“왜 그래? 운동했냐?”
매 해 가을 무를 수확할 때마다 나는 시래기를 일 년 먹거리로 냉동실을 가득 채우는 일을 했다.
슬롯 머신 규칙 시래기는 허전한 냉동실과 내 마음을 채우고, 반찬걱정을 덜어주었다.
가을마다 연중행사처럼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슬롯 머신 규칙 다발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고마웠던 광활한 미국 속 슬롯 머신 규칙 무 밭.
슬롯 머신 규칙으로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 지천의 식재료와 배달의 신세계를 신나게 누리며 살고 있다.
몇 년 전영화 < 미나리는 내게 무척 충격적인 감동으로 전해졌다.
영화 속 그들의 시대와 상황이 다르지만 삭막해지는 부부와 내 아이들 같은 아이를 보는데 가슴속이 저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숲 속에 스며드는 햇빛에 반짝이는 선명한 초록의 미나리 밭을 만났을 때의 경이로운 아름다움.
고통과 기쁨이 내 일인 듯 고스란히 느껴져 눈물이 났다.
영화에 대한 소감은 좀 이상한 기분이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움인지 회한인지 만감이 교차했다.
바로 먹는 동치미가 3일 만에 알맞게 익어 요즘 식탁 위에서 효자 노릇을 한다.
반찬 한 가지가 해결되니 왠지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인지 동치미 국물을 들이켜면 내 속도 아주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