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史記)]의 ‘시차적 관점(The Parallax View)’ - 사마천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속의 유방(劉邦)과 변증법적 유물론 ‘재건’을 위한 슬라보예 지젝의 ‘시차적 관점’
"두 개의 양립 불가능한 현상을 동일한 차원에 배치하는 허상은 칸트가 ‘초월론적 가상’이라고 부른 것, 상호번역이 불가능하며, 어떠한 종합이나 매개도 불가능한 두 지점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는, 일종의 ‘시차적 관점(The Parallax View)’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가상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두 층위 간에는 어떠한 관계도 성립하지 않으며 어떠한 공유된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일치한다 할지라도 말하자면 그것들은 뫼비우스 띠의 상반된 양면에 있는 셈이다." - 슬라보예 지젝, [시차적 관점] 중.
"'시차(視差,Parallax)’란 두 층위 사이에 어떠한 공통언어나 공유된 기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고차원적인 종합을 향해 변증법적으로 매개/지양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율배반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시차적 간극이라는 개념은 결코 변증법에 되돌릴 수 없는 장애물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그 전복적 핵심을 간파할 수 있게 만드는 열쇠를 제시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러한 시차적 간극을 적절히 이론화하는 것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철학을 재건하기 위해 필수적인 첫 단계이다." - 슬라보예 지젝, [시차적 관점] 중.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현대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재건하기 위하여 기존 헤겔식의 정반합적 구조를 해체하고 애초부터 다른 기반에 입각한 시각들의 끊임없는 긴장과 그 속에서의 관계정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을 전제로 하여 철학, 과학, 정치 분야에서 각 사안들을 다루고 있는 바, 변증법적 유물론의 도식화를 철저히 배제한다. 슬라보예 지젝에게 이전 마르크스주의 도식화는 문학과 영화, 뮤지컬 등의 구체적인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해체되며 항상 새롭게 분석되어야 한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서로서 [사기]를 보는 유물론적 해석은 이렇다. 본기와 세가, 열전을 넘나드는 서술의 모순과 불일치는 사마천의 원래 의도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기]가 하늘이 내린 한나라 정권의 합리화의 도구도 아니고 확인불가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적 사실 그대로의 기술도 아닌, 춘추전국시대와 진(秦)나라를 거쳐 동양적 봉건양식을 넘은 중앙집권적 군주제 확립이라는 ‘경제발전단계’의 필연성을 토대로 하여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속에서 내재된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는지.
프랑스 혁명에 대한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학 방법론에 관하여 지젝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에 관하여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학 방법론은 사건을 실제로 그러했던 바대로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혁명의 현실과 그 마지막 결과에서 배반된 숨겨진 잠재력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요점은… 어떻게 이렇게 배반된 급진적 해방의 잠재력들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적 유령들로서 끈질기게 ‘존속’되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혁명적 기억을 일깨워 그 실현을 요구함으로써 이후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또한 이 모든 과거의 유령들을 구원하도록(영면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 슬라보예 지젝, [시차적 관점] 중.
다시 [사기]의 초한전쟁으로 돌아가자. 유방과 항우로 대표되는 영웅들의 천하쟁패는 이후 중국의 여러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속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후한 말기의 황건농민반란을 거쳐 위촉오(魏蜀吳) 삼국전쟁, 위진(魏晉) 이후 5호16국은 이민족의 경쟁을 통해 중국문화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점, 수나라 말기의 군웅전쟁, 당나라 이후 5대10국은 분열왕조 중 권력유지가 최상의 문화가치가 되었던 최대의 암흑기였던 점, 한족 재부흥의 송나라 건국과 원나라의 침입, 원나라 말기 홍건농민반란 및 빈민혁명가 주원장의 명나라 건국과 민중배반 등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는 진(秦) 말기 유방, 항우 초한전쟁에 관한 [사기]의 모순된 기술들 속에 대략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남아 있는 기술상의 모순은 바로, [사기]를 유물변증법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주요한 조건이고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관점정립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요소이며, 이로 인해 사마천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식은 현대에 이르러 한껏 빛을 발하지 않겠는가.
1.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劉邦)], 사타케 야스히코 지음, 권인용 옮김, <이산, 2005. : 사마천 [사기]의 기록을 토대로 한고조 유방의 일대기를 서술한 일본 문학자 사타케 야스히코의 저서로 [사기]에 자주 보이는 서술상 모순은 사마천이 반고 등과 같은 관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학자를 초월한 뛰어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학자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한고조 유방의 생애는 물론, [사기] 뿐만 아니라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서 속에 내재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생생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시각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2. [시차적 관점(The Parallax View)],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서영 옮김, <마티, 2009. : ‘현대 철학이 처한 교착 상태를 돌파하려는 지젝의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도식주의에 빠진 변증법적 유물론을 재건하려는 구 유고슬라비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지적 도발이 담겨 있는 저서라고 볼 수는 있으나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철학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는 책이다. 기존 헤겔식 정반합 도식을 벗어나 ‘시차적 관점’을 통해 ‘상호번역이 불가능하며 어떠한 종합이나 매개도 불가능한 두 지점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는 현상들에 대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가상’과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대략의 내용인데, 이러한 시차적 간극을 ‘적절히 이론화’하기 위하여 철학, 과학, 정치 분야에서 각 사안들을 지루하고도 최대한 어렵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따른다면, 결국 시차적 간극을 최대한으로 좁히는 것이 변증법적 유뮬론자들의 최대강령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나 뮤지컬, 문학 등의 개입도 많이 언급한 철학서이기는 하나 영화 매트릭스의 철학적 관점을 논한 [매트릭스로 철학하기]가 그나마 읽기 편하다.
3.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사마천 지음, 김진연 편역, <서해문집, 2002. : 총 3권에 걸쳐 중국 통사를 뼈대로 하여 [사기]의 ‘표’와 ‘서’를 제외한 ‘본기’, ‘세가’, ‘열전’에 나온인물들을 엮어 서술하고 있다. 사마천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식, [사기] 관련 고사성어 등을 잘 정리해 놓은 책.
: 중국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서 중 '통사'인 사마천 [사기]와 전한의 '단대사'인 반고 [한서]를 비교한 책으로, [사기], [한서], [후한서], [삼국지] 등은 중국 '24사' 중 유명한 '4사'이며, 이 중에도 [사기]와 [한서]의 차이를 다루는 책이다. [사기]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적 진실을 알리는 책이고, [한서]는 [사기]를 대부분 따랐으나 한나라 정권을 비판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다룬 내용은 삭제하거나 다르게 적고 있다. 상호모순되는 서술로써 '맥락'을 통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서술'의 기원이 사마천의 [사기]인 반면, 권력자가 된 '승자'로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서술'의 전형은 반고의 [한서]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