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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운명적인 만남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 부모 세대의 문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레트로 열풍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시절 청춘을 보냈던 부모 세대들도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추억에 젖기도 했다. 그랬다. 우리에게 1988년은 정말 특별한 의미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여파로

동물원을 만나다(1) 1988년 3월. 봄 방학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3으로서의 수험생활이 시작되었다. 2학년 때까지 교회 고등부 찬양팀과 학교 RCY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아주 대놓고 놀고 있었던 나로서는 갑자기 시작된 수험생활에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아 굉장히 힘겨운 학기 초를 보내고 있었다. 3월의 어느 일요일 오전,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와 짜증으로 가득 찬 얼굴을

동물원을 만나다(2) <산울림>이라는 밴드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김창완은 1985년 <김창완과 꾸러기들>이라는 통기타 그룹을 선보였다. 남녀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라는 곡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꾸러기들>의 멤버들은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모두 활발한 음악활동을 이어갔는데 그중 최성수는 <남남>, <애수>, <풀잎사랑> 등

가장 평범한 바람 1989년이 밝았다. 1988년 겨울, 하필 그 해부터 가고자 하는 대학에 먼저 지원을 하고 나중에 시험을 보는, 先지원 後시험으로 대입제도가 바뀐 것도 모자라 바로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악무도한 난이도를 보인 수학 때문에 난 학력고사를 망치다시피 했고 당연히 대학에 떨어졌다. 물론 나의 대입 실패의 1등 공신은 <서울 올림픽>이었지만. 재

내 인생의 영화 (1) 1990년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해였다. 먼저 나는 지긋지긋한 2년 동안의 수험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대학생이 되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만 해도 그리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3월이 되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교정을 누비기 시작하자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이 현실로 확 다가왔다. 나름대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마음 한구석에 떡하니 자리

내 인생의 영화(2) 1990년 2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생애 최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던 나는 충격적인 영화 한 편을 보게 된다. 그 영화는 바로 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 <택시 드라이버>. 197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그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화제

내 인생의 영화(3) 한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가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는 2025년과는 달리 달달거리는 선풍기 한대로 온 가족이 더위를 이겨내야 했던 1990년의 여름은 유독 길었다. 어쩌면 그 해 여름이 길었다기보다 길게 느껴졌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꿈에 그리던 대학 첫 학기는 참 달콤했다. 나는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듯이

<동물원>을 만나다(3) 여름방학이 끝나고 그녀와 헤어진 1990년의 가을은 많이 아팠다. 매일 밤, 술을 먹고 있는 무리들을 찾아 메모판을 뒤지던 1학기와는 달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매일 늦는다고 혼을 내던 어머니는 집에만 박혀 있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집에서 뭉개고 있지 말고 어디라도 나가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오랜만에 집을 나섰지만 뭐, 딱히 갈 곳이 없

휴재공지 KBO리그 개막전 중계하면서 목을 너무 많이 썼던 탓인지.. 미세먼지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목이 너무 아프고 힘이 듭니다. 게다가 최근 우리나라의 현실에 의욕이 뚝뚝 떨어지고.. 책 출간과 관련한 편집 및 수정작업, 시즌 개막과 동시에 늘어난 업무량 등등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번 주는 휴재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연재 시작하면서 연재일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