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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데뷔한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완과 꾸러기들. 아래줄 왼쪽 끝이 임지훈, 윗줄 왼쪽 끝이 최성수, 오른쪽 끝이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완

<산울림이라는 밴드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김창완은 1985년 <김창완과 꾸러기들이라는 통기타 그룹을 선보였다. 남녀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라는 곡을 히트시키기도 했다. <꾸러기들의 멤버들은 그룹이 해체된 이후에도 모두 활발한 음악활동을 이어갔는데 그중 최성수는 <남남, <애수, <풀잎사랑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최고 인기 남자 가수가 됐고,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의 임지훈도 <사랑의 썰물이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랑의 썰물을 들은 김창완은 이 곡을 누가 만들었냐고 관심을 보였고 임지훈은 이 곡의 작곡가를 소개해 준다. <사랑의 썰물을 작사 작곡한 사람은 바로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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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 김광석, 유준열, 박기영, 박경찬, 이성우, 최형규는 고등학교와 대학 친구사이로 함께 모여 자기들이 만든 노래들을 부르며 놀곤 했는데 이들의 녹음테이프를 들어본 김창완은 '이대생에게만 팔아도 1천 장은 팔리겠다'며 음반 제작을 결정한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이 대학생들은 이렇게 즉흥적으로 데뷔를 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밴드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이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김창완은 밴드의 이름을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라고 짓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밴드의 이름은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으로 정해졌다. 모두 다른 성격과 개성의 7명이 모인 것이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라고 짓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ㅎㅎ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을 탄생시킨 이는 바로 김창완이었다. 그는 1988년에만 두 장의 음반을 제작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지난 글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렇게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의 첫 번째 음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무려 100만 장 이상의 음반이 판매되었으며 타이틀 곡 외에도 음반에 실린 전곡이 큰 인기를 끌었다. ‘앞것’들보다 ‘뒷것’들을 좋아하는 성향의 젊은 세대들에게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고 그들의 공연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불과 9개월 후, <서울 올림픽이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88년 9월 30일,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의 두 번째 노래모음이 세상에 나온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서정적인 노래들로 대학생 밴드의 새로운 획을 그었던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왼쪽부터 최형규, 박기영, 김광석, 유준열, 박경찬, 김창기, 이성우

이 두 번째 앨범은 1집에 비해 연주와 보컬의 완성도가 현격하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1집은 주류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순수함, 신선한 보컬, 때 묻지 않은 가사들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연주나 보컬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직 아마추어였고 그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100만 장이 팔리고 난 이후 두 번째 노래모음에선 이런 음악적인 단점들을 완벽하게 보강했던 것이다. 음악적인 단점이 보강된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과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고 한국 포크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중에 하나가 되었다.

아마추어의 한계가 명확했던 1집에 비해 연주와 보컬의 완성도가 현격하게 좋아진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 한국 포크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중의 하나가 된다.

2집 타이틀곡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첫 곡부터 정말 대박이었다.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김창기가 노랫말과 곡을 만들고 김광석이 부른 이 노래는 수많은 명곡들이 쏟아져 나왔던 1988년, 그 해 최고의 곡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감성적이고 시적인 가사 내용과는 달리 드럼의 비트가 상당히 무거웠고, 힘이 넘친 세션들의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 김광석의 혼신을 다한 열창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그것은 열창(熱唱)을 넘어 절창(絶唱)에 가까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uKtt4lhhEnM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노태우정권은 대중문화의 문호를 활짝 열었고 그 결과 다양한 팝송들과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화려하고 세련된 대중가요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서울 정비 작업의 일환으로 수많은 철거민들이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잃어야 했고 1987년부터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이 철거민들을 돕기 위한 철거 저지 투쟁이 광범위하게 전개되면서 투쟁 현장에서 불리는 민중가요들도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나온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의 음악들은 아주 대조적인 이 두 음악들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화려하고 발전된 사회 같아 보이는 이면에 존재하는 상실감과 허무함, 과격한 구호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평범한 청년들의 슬픔을 그들은 아름답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지금은 정신과 전문의로 다른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김창기.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의 메가 히트곡 대부분을 만들었던 음악적인 리더였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 이어 나오는 <새장 속의 친구는 새장 속에서 벗어나 푸르른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어 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꿈을 노래했고, 세 번째 곡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에서는 야성을 잃고 하품을 하고 있는 사자나 울타리 안을 목적 없이 맴돌고 있는 원숭이들이 바로 우리들이 모습이라고 애처로워한다. 김창기나 유준열, 박기영이 쓴 노랫말 속에는 시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허무함과 체념의 정서가 강하게 배어있다. 6월 항쟁의 승리로도 정권 교체를 이뤄내지 못한 충격 속에 젊은이들은 이렇게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 앨범의 뒷면. A면에 타이틀 곡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와 B면의 첫 곡 <별빛 가득한 밤에를 비롯한 주옥같은 8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의 백미는 바로 B면이다. 요즘처럼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세대들은 A면/B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테이프나 LP로 음반이 제작되었던 그 시절에는 한쪽 면이 끝나고 나면 다른 면으로 돌려서 다시 플레이를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음반을 제작할 때 A면과 B면 각각의 노래 구성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 B면 첫 번째 곡인 <별빛 가득한 밤에와 두 번째 곡 <잘 가는 모두 박기영이 노랫말과 곡을 쓰고 노래까지 불렀다. 박기영은 1집에서 <변해가네를 부를 때 보여주었던 창법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감미로운 보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별빛 가득한 밤에에선 어릴 적 자신이 꿈꿔왔던 세상을 모두 잃어버린 상실감을 노래했고 <잘 가에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아픔을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낭독하듯이 노래했는데, 모닥불 앞에서 이 노래들을 부르며 한 번쯤 울어본 기억이 없는 그 시절 젊은이들은 아마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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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의 마지막 수록곡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리메이크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혜화동이다. 강한 비트와 김광석의 하늘을 뚫을 것만 같은 절창(絶唱)이 돋보인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로 시작한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2집은 어린 시절 함께 뛰놀고 미래를 꿈꿨던 친구와의 쓸쓸한 이별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김창기의 <혜화동으로 끝이 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크게 몸부림쳤던 젊은이들은 이제 우리가 처음에 꾸었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찾기 위해 다시 먼 길을 떠나며 1988년의 마지막을 보낸다. 답답하기만 했던 고3 시절, 예고도 없이 나에게 찾아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를 주었던 두 편의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 선명하지 않고 흐릿한 시대 속에서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속삭여 준 유일한 사람들, <카지노 슬롯 머신 규칙을 만난 1988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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