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더 먹는 생일도, 한해를 봉하고 신발끈을 고쳐 매고 그러모은 열손가락에 불끈 힘을 주고 출발선에 선새해도아닌 라이브 바카라 나는 새로 태어났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암만 머리를 굴려봐도 뾰족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도 습관이란 무서워서아무도묻지않을이유를 쥐어짜내어 그럴싸하고 반짝이는 라벨을 붙였다.
직장 근처 병원에서 암이란 소릴 듣고 어렵게 어렵게 대형 병원 진료실에서 우리나라 이인자라는 주치의 얼굴을 처음 본 날, 비좁은 진료실엔 환자와 보호자보다 더 많은 의료진으로 복작거렸다. 그날 그 시간 거기서 나는, 쓸쓸했다. 버짐처럼, 외로움이 피어났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날두고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내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들 세계의 언어로 속닥거렸다. 나는 한 마리 짐승이면서 식물이, 사물이, 정물이, 풍경이 되어갔다. 숨을 할딱이다 시들고 낡고 바래고 흐릿하게. 아주 잠깐 '나'를 질투하기도 하면서. 저기, 저 빨간점을 발산하는, 사진 속 나를. 자기들만의 언어를 주고받던주치의가 한참만에고갤돌리더니 저승사자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왔어요?
……
그날부터 소리가 들렸다.
달그락달그락,몹쓸 전염병을 만난 양 사람들이 밀물처럼 나를 빠져나갔다.사랑? 진격해 오는죽음의 나팔소리에 예외는 없었다.덜그럭 덜그럭,마음조각은 떨어져 나갔고 마음귀를 잘라내고도 밤마다, 잠을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