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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탁하고파

0535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산문을 쓴다.


혀를 쓰며 말하듯 길을 걷는다.


노래를 흥얼거리듯 책장을 넘긴다.


비밀을 주머니에 넣듯이 밥을 먹는다.


고양이를 쓰다듬듯 약속을 한다.


팩스를 보내듯이 지난 문자를 지운다.


얼치기 같아

탐탁하고 싶은데...


결과로 달려가는 건 과정을 탈출하는 걸 거야.


벗어놓은 언어들이 너저분하다.


날마다 걸치는 문장들은 그만 널어둬야지.


벌써 내년 캘린더가 속없이 재촉한다.


12월은 투명해진다.


골목 끝이 아늑한 것처럼 머무르기 좋은 계절.


의자는 등받이가 배받이로 오면 집중이 더 잘된다.


네발로 기어서 방 사이를 오가면 알게 된다.


내 몸 끝에 있는 꼬리의 흔적을 맡게 된다.


퇴행은 과거의 순간들을 핥는 일.


미각이 없었다면 인간은 얼마나 온순했을까.


반쯤 열어둔 방문 사이로 허무가 스멀스멀 들어온다.


야자수 너른 잎들이 잡아채 서로의 입에 넣어준다.


이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잘 자라는 말은 잘 자라라는 말일지도 몰라서

잘 가라는 말은 잘 가지라는 말인지도 몰라서


무턱대고 팔을 들고 좌우로 흐느적흐느적 흔든다.


뽑아 든 칼도 집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voice4u/247


모르는 누군가의 속내를 상상해 본다.

어쩌면 내 마음과 일치하는 다른 한쪽의 다름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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