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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바카라 꽁 머니

# 기억의 조각


'돈과 사랑, 여유의 결핍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이게 나의 과거를 나타내는 한 줄이다.문장을 이어 나갈 접속사는 두 가지,'그래서'와'그럼에도'가 있다. 둘하나를 골라야 한다면?13'그럼에도' 유독 염세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하루는 있었다.

'바카라 꽁 머니도 없고, 가난해서 고생만 하는 지랄 맞은 인생, 도대체 왜 사는 걸까?'

삶과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던 날,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은 스스로 바카라 꽁 머니 되는 날이라고 하지만 나는 조연처럼 눈에 띄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가난이 일상이 되면 그냥 조연처럼 살고 싶어 진다. 주인공처럼 하루를 사는 것도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선물을 말하는 건 사치다.'

'억척스레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가족들에게 축하를 받는 것도 미안하다.'

'특별한 날이라고 챙겨 줘야 할 부담감을 그 누구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도 덩달아서 가난해진 날이 생일이었다. 바카라 꽁 머니은 무슨.

생일 선물을 받을 땐 그래도 기쁘지 않았나? 세상에 나온 이유를 모르니 선물을 받아도 별 감흥이 없었다. SNS를 통해 받았던 선물교환권과 축하 메시지가 신선했던 적은 있다. 존재의 이유나 고민하면서 을씨년스럽게 보내던 날, 누군가의 축하를 듬뿍 받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SNS로 전하는 마음은 꽤 위선적이다. 축하한다며 촛불같이 빛내 주던 마음은 생일 알림 기능을 끄는 순간 함께 꺼진다.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확 줄어든 선물과 메시지. 결국엔 주고받기(기브 앤 테이크)인가 싶었다. 내가 주었으니 받은 것뿐인 계산적인 상황. 선물 교환권은 내 돈 내고 내가 산 것, 축하 메시지는 내가 나에게 보낸 것 같았다.


허탈함 속에서 떠 오른 건 생일 즈음 전화로 건네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곧 생일이제? 그냥 한번 전화해 봤다."

뒤늦게 알았다. 무뚝뚝하긴 해도 매년 듣는 이 한 마디가 가식 없고 정직하다는 걸. '그냥.' 아마 축하한다는 의미일 테다. '한번.' 한번이라 했지만 아버지는 내 생일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 궁금했다. 아버지는 왜 한결같이 내 생일을 축하해 줄까? 이유는 간명하다. 내가 태어난 날이니까. 그럼 왜 태어났나? 왜 살아야 하는가? 내 질문으로 돌아왔다. 생각을 캐고 캔 뒤 떠 오른 건 다시 '태어난 날'이었다. 내가 세상의 빛을 처음 본 날, 바카라 꽁 머니 아빠는 인생에서 가장 진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삶의 이유도 바뀌었을지 모른다. '태어났으니까 그냥 산다.'에서 '네가 태어났으니까 산다.'로.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 찾았다.


나는 살아야 한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궁금증이 또 있다. 왜 생일의 바카라 꽁 머니 '나'인 걸까.

'사람이 형태를 갖추어 어미로부터 세상에 나오다.'

태어나다의 사전적 의미다.여러 번 읽어 봐도 '어미로부터'가 눈에 들어온다. 나를 낳은 사람은 바카라 꽁 머니다. 바카라 꽁 머니가 생일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바카라 꽁 머니가 아니라도 내가 주인공일 순 없다. 내가 태어난 날. 함께 기뻐한 또 한 사람, 아빠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럼에도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나'라는 존재로 인해 '살아갈 이유'를 선물 받은 바카라 꽁 머니와 아빠가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기 때문이아닐까.어쩌면생일은 숨은 두 바카라 꽁 머니한 사람만바카라 꽁 머니으로만들려고 노력하는 날일지 모른다. "태어나줘서고마워."라는말을 하면서.




# 비 오는 날의 편지



바카라 꽁 머니

바카라 꽁 머니.

바카라 꽁 머니는 생일을 주인공처럼 보냈었어?

난 바카라 꽁 머니은커녕 생일이 싫었어.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억지로 기쁜 척해야 하는 날같았거든.


내 생일은

바카라 꽁 머니가 주인공이어야 한다고생각했어.

날 낳은 사람도,

내가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사람도바카라 꽁 머니잖아.


누군가'미역국은 먹었어?'라고 물으면

속으로 대답했지.

'내가 왜 먹어. 바카라 꽁 머니가 먹어야지.'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 의미가

'양육으로 고생한바카라 꽁 머니의 은혜를기억하라'야.

'바카라 꽁 머니'를 기억하라는 걸 보면

주인공은 바카라 꽁 머니인 게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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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바카라 꽁 머니를 뱃속에서 먼저 만났으니까.


바카라 꽁 머니가 주인공이면

생일이란 명칭도 바꾸면 좋을 것 같아.

'낳은 날'인 걸 강조해서

'만일(日, 한자어 낳을 만)'이어떨까.

그럼 재밌는 말도 많이생길같아.

'만일에 바카라 꽁 머니가 날 낳지 않았으면

세상 구경도 못할 뻔했네.'처럼.


바카라 꽁 머니.

바카라 꽁 머니가 떠난 뒤 맞던 생일엔

사실바카라 꽁 머니 누군지 따지는보다

스스로에게질문을많이던졌어.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살아야 할까?'


바카라 꽁 머니가 없어서

더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이런 질문을 했을지모르지만

꼭 경제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어.

바카라 꽁 머니가 있을 때도우리집은힘들었으니까.

지금은왜 그랬는지알 것 같아.

바카라 꽁 머니의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야.

사람은 죽음을 보면 '삶'에 질문을 던져.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사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바카라 꽁 머니.

깊게 고민한 것치곤

내가 찾은 삶의이유는너무 단순했어.

'내 존재가 곧 누군가 살아갈 이유일지 모른다.'

이 한 줄을 깨닫는데왜 그리 긴 시간이 걸렸던 걸까.


바카라 꽁 머니.

이제야 생일의 의미를 제대로 안 것 같아.

'나'란 존재를 선물 받은 바카라 꽁 머니가,

나를 너무 예뻐하고 사랑한 바카라 꽁 머니가,

바카라 꽁 머니 자리를 나한테 양보해 준 날,

그날이생일이란 걸.


이제 생일이면

바카라 꽁 머니한테 미역국도 끓여 주고,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은데

진짜 주인공인 바카라 꽁 머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바카라 꽁 머니.

'바카라 꽁 머니'라는 주인공이 없으면

앞으로 맞이할 생일도

완전히 좋을 순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즐겁게 지내볼게.

나한텐바카라 꽁 머니 자리를 양보해 준 또 다른 사람,

무뚝뚝하긴 해도 항상생일을축하해주는 사람,

아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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