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의 여름이었다. 동네 계곡에서 신해철을 만났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가족과 함께 물놀이 온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렇다고 사인을 받는다거나 하는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그를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열렬히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간만의 여유를 즐기는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황망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얼굴이라도 한 번 제대로 보았음 어땠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연예인인 그가 이름난 물놀이장도 아니고, 동네를 왔다갔다 했다는 것에서 묘한 뒤늦은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살던 동네가 바로 인근에 있기 때문이었다. 신해철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 이름 붙여진 그곳이 집에서 10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있었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조용해진 주말의 어느 날, 나는 닐니리 만보 코스 중 하나로 이곳을 찾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노래를 기억한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파워풀한 고음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단 데뷔곡의 무대도 어슴푸레 생각난다. 유독 메시지가 강했던 그의 노래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라디오 진행자로 유명할 때조차 한 번도 그의 방송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가끔씩 TV에 나와 사이다와 같은 발언을 용기있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인물이다 싶긴 했다. 그와는 동시대를 살았고 그래서 생긴 연대감 같은게 있었다. 그런 그가 석연치 않은 의료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땐 약간의 허탈감도 느꼈다. 이리도 쉽게 갈 사람이었나, 산다는게 뭔가 싶은 철학적 고뇌로 그래도 한나절은 우울했던 그날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동안 그를 잊고 살았다. 버스를 타고 우연히 그의 동네 앞을 지나기 전까지만 말이다.
그가 살던 동네는 산등성이 위에 만들어진 고즈넉한 빌라촌이었다. 동네 입구에 걸린 '신해철 거리'라는 장식물은 번잡스럽게만 느껴졌다. 조금 더 '그답게' 만들수도 있지 않았을까? 제일 마음에 든건 꽁지 머리를 한 채 고뇌에 빠진 그의 모습을 그린 사람 크기만한 동상이었다. 그의 동상은 마치 주변에 사는 누군가처럼 땅에 발을 디딘 채 소박한 모습으로'앉아' 있었다. 그 동상을 중심으로 그의 노래패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따라 줄을 이어 서 있었다. 동상 인근엔 아직도 그의 작업실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미처 안으로 들어가 볼 용기를 내진 못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무엇을 더 바랬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그의 팬들은 아마도 조금은 섭섭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게 어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추모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토록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닐리리 만보의 묘미는 발견에 있다. 평범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비범해지는 경험을 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걷지 않으면 결코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차를 타고 날리면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다. 신해철 카지노 게임 사이트임을 알리는 간판을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버스 안이라 내려서 걸을 수 없었다. 두 버스 정류장의 한 가운데 어딘가쯤 있는 그곳을 어제가 되어서야 비로소 찾을 수 있었다. 인생은 누리는 사람의 것이다. 스쳐 지나 보내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한 여름의 여유로운 풍경, 책 한 권을 지긋이 읽을 수 있는 오후...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너무도 경솔하게 스쳐 지나 보내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차에서 내려 동네를 걸어보자. 평소엔 보지 못하던 무언가를 발견해 보자. 그것이 어쩌면 가수 신해철이 바랬던 진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해 여름의 그도, 그런 마음으로 우리 동네의 계곡을 찾지는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