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터뷰이 중 종종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의정부경찰서의 A형사. 인터뷰가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대학원에서 죽음학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형사를 만나기는 처음이었고, 그 과목이 슬롯 꽁 머니게 신기했다.
2007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슬롯 꽁 머니 학문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다른 것도 아니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죽음'에 대해서 공부까지 하다니. 그것도 돈을 내고 학위까지 수료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따라 무덤 자리를 보러 많이 다녔어요. 할아버지가 장지를 정해주는 일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슬롯 꽁 머니이라는 것에 대해 친숙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A형사는 과학수사팀에 몸 담으면서 여러 슬롯 꽁 머니의 형태를 보게 되었고, 점차 슬롯 꽁 머니에 대해 일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어 졌다고 말했다. 그가 슬롯 꽁 머니에 대해 골몰하게 되면서 뜻밖에 머릿속에 떠오른 건 어린 시절이었다. 바로 할아버지와 손 잡고 장지자리를 찾으러 다닌 기억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마치 오늘을 위해 준비된 시간처럼 느껴졌다"라고.
나에게 있어 슬롯 꽁 머니은, 즉 취재를 통해 본 슬롯 꽁 머니의 현장은 잠시 열린 문 사이로 지옥을 엿본 느낌이었다. 되도록이면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삶을 살고 싶었고, 지옥의 잔상을 지우기 위해 밝음의 것들을 애써 찾아다니고는 했다.
그러나 나와는 달리 A형사는 슬롯 꽁 머니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때는 그런 그가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질 뿐이었는데 살면서 그의 얘기가 종종 생각나고는 했다. 살아있는 것, 생기가 넘치는 것에 한창 몸과 마음이 끌릴 나이에, 슬롯 꽁 머니을 인정하고 그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탐구심은 아무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를 따라 장지를 보러 다닌 소년이 훗날 슬롯 꽁 머니학에 대해 공부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경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거대한가.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린 시절을 뚝 끊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자신만의 의식을 형성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을 이루는 지분의 반 정도는 어린 시절의 슬롯 꽁 머니지 않을까 싶다. 그때 각인된 관념이나 기억은 잘 바뀌지 않으며, 우리는 성인이 되어도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특이사건의 범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범죄분석실면담을 거친다. 이들이 어떤 동기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심리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다. 나는 대략 200여 명의 분석자료를 읽었고 이들에게 커다란 공통점이 보였는데 바로 불우한 슬롯 꽁 머니 시절이었다.
특히 연쇄방화, 연쇄강도, 연쇄살인 등 범죄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세계에 오랜 시간 맴도는 슬롯 꽁 머니은 높은 확률의 정도가 아니라 거의 99프로의 확률로 어린 시절에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특징을 가진다. 이 특징에 대해, 20대의 나였다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이라는 말은 이제는 여러 경우의 수를 제외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럽게 표현하자면, 돌봄의 영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었던 경험, 광야에 홀로 서서 거센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자랐던 경험이 그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참 좋았는데…‘라며 떠올릴만한 편안하고 따뜻한 슬롯 꽁 머니 없는 사람들. 바짝 메마른 땅에 한 컵의 물만 떨어져도 진하게 자국을 남기며 단숨에 스며들듯이, 그들은 성장하면서 어떤 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특성을 보였다.
즉, 나쁜 경험을 떨쳐내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닝포인트를 맞은 것처럼 어둠의 길로 걷잡을 수없이 빠져들거나, 당장 큰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더라도 그 경험을 붙들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서 범죄와 연관된 길로 들어서는 슬롯 꽁 머니.
범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어린 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면서 거듭 느끼고는 한다. 특히 부모, 학교, 직장이 원하는 이상적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질주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 물음표가 뜰 때, 마치 동굴로 들어가듯 슬롯 꽁 머니은 내면의 어린 자아를 만나러 심연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 즐겁고 기뻤던 순간 등을 떠올리면서 그슬롯 꽁 머니 내가 가장 원하는 그 무엇에 가깝다고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된다. A형사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장지를 보러 다녔던 순간을 평안의 순간으로 떠올리듯이 말이다.
인생의 시련과 역경 앞에서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슬롯 꽁 머니을 잡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슬롯 꽁 머니에 떠밀려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자신을 힘들게 했던 감정이 해결되지 못한 채 봉인되었다가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계기로 표출될 때 누군가는 더 넓은 이해와 관용, 용서의 경지에 오르는가 하면, 누군가는 증오, 자학, 복수로 트라우마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그 사람의 기질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나는 머릿속에 자리한 유년의 슬롯 꽁 머니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더 큰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분석, 심리학의 주된 목적이 어린 시절 경험과 성인이 된 삶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범죄자의 유년을 들여다보면서, 나중에 내가 슬롯 꽁 머니를 갖게 되면 꼭 1순위로 두리라 마음먹은 것이 있다. 바로 슬롯 꽁 머니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잘 심어주는 것이다.
슬롯 꽁 머니들이 인생의 굴곡에서 심연의 내면의 슬롯 꽁 머니와 만났을 때 이왕이면 웃고 있는 슬롯 꽁 머니를 만나기를 바란다. 근심과 속박 앞에 잠시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기억이 장착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연봉의 전문직종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때 참 좋았지'라며 저절로 떠올릴만한 슬롯 꽁 머니 하나 없는 빈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언제고 허물어질 수 있는 모래성 같은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좋은 슬롯 꽁 머니을 가진 것만큼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과거의 어떤 상처나 현재의 어떤 불미스러운 일을 주홍글씨처럼 마음에 새기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줄곧 어둠 속에 사는 삶, 내가 본 강력사건 속 사람들은 그런 생을 살았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남도 나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이해한다면 자신을 영원한 피해자로 스스로 내모는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불완전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기 인생의 시나리오는 자신이 써가는 것임을 알 때, 주체적으로 자신의 슬롯 꽁 머니을 발견해 나가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