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처럼 좋았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슬롯 꽁 머니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맑은 하늘 아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공허감이 들이닥친다. 우울감이 범람하면서 가슴을 뒤덮을 때 사람들 앞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표정을 관리하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만 해도 버겁다. 가슴속이 아픈데 어디가 아픈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보이지 않는 환부를 찾으려고 내면을 헤집고 다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그나마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힘들다.
내면의 이변을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 현상유지를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숨이 턱까지 찬다. 나약해졌다. 몸도 슬롯 꽁 머니도 많이 약해졌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보면서 초라함을 느꼈다. 평범한 삶이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이들을 보면서 자괴감을 갖게 됐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고립된 기분을 느끼면서 천천히 가라앉는 중이다. 내 강점이었던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다시 키우려면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예전보다 슬롯 꽁 머니의 여력이 크게 줄었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고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회복력이 저하되는 것과 비슷하다. 무너져 내리지 않게 자신을 붙잡고 있느라 버겁다. 회복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 주변에 사실대로 털어놓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의 눈은 차갑고 정확하다.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보이는 것을 토대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슬롯 꽁 머니도 닫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너질 것 같아서 무작정 밖으로 나온 적도 있다.
거리를 걷다 눈에 들어온 교회와 성당에 들어가서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 바닥이 내려앉아서 끝없는 구덩이로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절박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그때 제대로 이해했다. 용기를 내서 이야기를 했다. 슬롯 꽁 머니지기 직전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비였다. 천만다행이었다. 아슬아슬했다. 지진이 난 것처럼 삶이 크게 흔들렸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괜찮아졌다.
여전히 매일 흔들리면서 버티는 중이다. 좋았다 나빠지기를 거듭하고 슬롯 꽁 머니. 식사와 수면 패턴이 영향을 받아서 컨디션이 전보다 안 좋아졌다. 식사량과 운동량을 천천히 늘려나가고 슬롯 꽁 머니. 지진이 끝나고 여진이 길게 이어지듯이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나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내면을 세심하게 관찰하는데 신경을 쓰기로 했다.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부정적으로 여기고 무조건 나쁘게 보지도 않는다. 감정은 흑백이 아니라 어지러운 회색에 가깝다. 적당히 섞여슬롯 꽁 머니가 상황에 따라 더 짙어지거나 밝아진다.
균형이 무너진 것은 맞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영역에 선을 긋고 나를 밀어 넣을 생각은 없다. 두 발로 서다 한 발로 서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그뿐이다. 처음이라 힘들고 안 해봐서 어렵다.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쁜 슬롯 꽁 머니을 먹지 않도록 나를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절망과 희망은 번갈아 온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함께 오는 것 같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눈 녹은 산비탈 아래 볕 드는 자리에서 꽃이 핀다. 매화는 칼바람을 이겨내고 제일 먼저 핀다. 겨울의 끝은 동시에 봄의 시작이다.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새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이런 슬롯 꽁 머니가짐이 어쩌면 전보다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목련 나무 가지 위로 올라온 새순을 봤다. 느리지만 봄이 오고 있다. 사소한 기대와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야겠다. 글을 쓰다 손톱에 눈길이 닿았다. 며칠 전에 잘랐는데 손 끝에 얇은 그믐달이 걸려있다. 몸이 피곤하고 지쳐도 손톱은 성실하게 자란다. 살다 보면 다 지나간다. 과정은 길고 괴롭겠지만 살아가려면 그만둘 수는 없다. 살아있다면 전보다 나은 삶을 경험할 기회도 주어진다고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