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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검은 액체

브런치 글 이미지 1

해외 여행을 시작했을 때, 슬롯사이트는 나만의 특별한 의식이 되었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나라의 슬롯사이트를 맛보는 것이었다. 여권에 찍히는 입국 도장만큼이나 중요한 나만의 의식이었다. 타국 공항의 자판기에서,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혹은 호텔 미니바에서 찾아낸 슬롯사이트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중국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2

처음 방문한 중국에서는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내려 바로 면세점에서 슬롯사이트를 샀다. 그곳의 슬롯사이트는 한국과 비슷해 보였지만, 글자가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어 새로웠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쓰인 '可口可樂'—코카슬롯사이트의 중국어 이름이었다. 첫 모금과 함께 찍은 셀카로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베이징 도착, 슬롯사이트와 함께!"


베이징에서 며칠을 보내며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슬롯사이트가 한국보다 살짝 더 달았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단맛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의 작은 노점상에서는 슬롯사이트를 유리병에 담아 팔기도 했다. 이 유리병 슬롯사이트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무더운 베이징의 여름날, 만리장성을 오르다 만난 노점상에서 산 유리병 슬롯사이트는 소중한 보물 같았다. 땀에 젖은 채로 마신 그 슬롯사이트의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상해의 번화가에서는 다양한 음료 중에서도 슬롯사이트가 사람들 손에 가장 많이 들려있었다. 징안사 근처 현지 식당에서 주문한 매운 훠궈와 함께 마신 슬롯사이트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슬롯사이트의 달콤함이 더욱 빛났다. 현지인들도 매운 음식과 함께 슬롯사이트를 즐겨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관광지에서 손쉽게 원화로 슬롯사이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슬롯사이트를 원화로 사먹을 수 있다니 마치 중국에서 홀로 민주주의 관광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미국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3

미국에서는 뉴욕 JFK 공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처음으로 '진짜 미국 슬롯사이트'를 마셨다. 음료 컵 사이즈가 한국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고, 얼음이 가득 담긴 컵에 슬롯사이트가 주는 시원함은 긴 비행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렸다. 크라이슬러 빌딩을 배경으로 찍은 슬롯사이트 사진은 마치 브랜드의 본고장에 도착한 순례자의 기념품 같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슬롯사이트를 남겼던 기억도 이때다. 얼마나 컵이 큰지 알고보니 1.8리터나 되었다. 미국인들의 "슈퍼사이즈" 문화를 직접 경험한 순간이었다. 뉴욕에서 놀라웠던 것은 다양한 슬롯사이트 제품의 종류였다. 다이어트 슬롯사이트는 물론이고, 체리 슬롯사이트, 바닐라 슬롯사이트, 라임 슬롯사이트 등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맛의 슬롯사이트가 편의점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체리 슬롯사이트를 처음 맛봤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 슬롯사이트의 익숙한 맛에 상큼한 체리향이 더해진 이 독특한 맛은 금방 내 최애 음료가 되었다.


맨해튼의 번화가에서 슬롯사이트를 마시며 뉴욕의 랜드마크들을 둘러보는 경험은 특별했다. 타임스퀘어에서는 거대한 슬롯사이트 전광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마신 슬롯사이트는 도시의 파노라마 뷰와 함께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며 마신 캔 슬롯사이트는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다. 뜨거운 여름날, 다리 위에서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슬롯사이트를 마시는 순간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생각해보면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마다 슬롯사이트와 함께한 추억이 있다.


뉴욕의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슬롯사이트와 스테이크의 완벽한 조화를 경험했다. 맨해튼의 한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두툼한 티본 스테이크와 함께 슬롯사이트를 마셨는데, 이것이 의외로 환상적인 페어링이었다. 스테이크의 진한 육즙과 기름진 맛이 슬롯사이트의 청량감과 만나 입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미얀마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4

미얀마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당시 미얀마가 막 슬롯사이트 수입을 재개했을 때였는데, 양곤의 작은 가게에서 찾은 갓 들어온 슬롯사이트를 마셨다. 뜨거운 열대의 태양 아래, 차가운 슬롯사이트 한 모금은 그야말로 천국의 맛이었다. 쉐다곤 파고다를 배경으로 슬롯사이트를 마시는 순간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바간의 사원 지대를 방문했을 때,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작은 마을 가게에서 발견한 슬롯사이트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미얀마 시골에서 만난 슬롯사이트는 병에 담겨 있었는데, 현지 사정상 냉장고가 없어 차가운 음료를 먹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신 가게 주인이 슬롯사이트 병을 물에 담가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해주려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미지근한 슬롯사이트였지만, 그 순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음료였다.


현지인들이 슬롯사이트를 특별한 방식으로 마시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슬롯사이트를 작은 비닐 봉지에 부어 빨대를 꽂아 마시곤 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직접 시도해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봉지에 담긴 슬롯사이트를 한 손에 든 채 인레 호수의 수상 마을을 배로 돌아다니던 그 날의 기억은 특별하다. 하지만 캔슬롯사이트보다 탄산이 많이 빠진 상태라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5

일본의 슬롯사이트는 한국보다 덜 달고, 탄산이 더 강했다. 자판기에 나라답게 동전을 넣고 뽑은 슬롯사이트는 차갑고 청량했다. 동시에 일본 특유의 깔끔함이 맛에서도 느껴졌다. 뜨거운 일본의 여름날, 자판기 슬롯사이트의 시원함은 구원과도 같았다. 특히 일본의 편의점 문화와 슬롯사이트의 만남은 환상적이었다. 로손,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같은 편의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음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제로 칼로리 슬롯사이트나 특이한 맛의슬롯사이트가 많았다. 계절마다 출시되는 특별한 맛의 슬롯사이트를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벚꽃 시즌에 맞춰 출시된 '사쿠라 슬롯사이트'는 살짝 꽃향기가 나는 독특한 맛이었다. 밤에 빛나는 글리코 간판 앞에서 이 슬롯사이트를 마시며 도톤보리 운하를 바라보던 그 순간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오키나와에서는 코카슬롯사이트 캔에 오키나와의 수호동물인 '시사'가 그려진 한정판 디자인을 발견했다. 빨간 바탕에 푸른색으로 그려진 전통적인 시사 문양이 슬롯사이트 캔에 새겨져 있어 독특한 기념품이 되었다. 현지 가이드는 이 한정판 시사 슬롯사이트 캔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수집품이라고 알려주었다. 미니어처 시사 석상이 있는 나하의 국제거리를 걸으며 마신 이 특별한 슬롯사이트의 맛은 여행의 추억과 함께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탈리아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6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안에 위치한 포지타노는 내 슬롯사이트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었다. 로마에서의 긴 기차 여행과 버스 탑승 후 처음 포지타노의 절벽 마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전망에 압도되었다. 꼬불꼬불한 계단길을 따라 숙소를 찾아가는 동안, 무더운 지중해의 열기에 지친 나는 작은 식료품점에서 차가운 슬롯사이트 한 병을 구입했다.


이탈리아의 슬롯사이트는 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그 디자인이 특히 우아했다. 유럽식 '코카슬롯사이트' 로고와 함께 이탈리아어로 된 문구가 새겨진 병을 손에 쥐고 포지타노의 절벽 테라스에 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티레니아해의 푸른 물결과 파스텔 색조의 집들이 층층이 쌓인 풍경을 바라보며 마신 그 슬롯사이트의 맛은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석양이 지는 저녁, 포지타노 작은 레스토랑에서 사온 치즈가 듬뿍 들어간 정통 나폴리 피자와 슬롯사이트의 조합은 잊을 수 없다. 얇은 도우에 신선한 토마토 소스와 부드러운 모차렐라가 올라간 마르게리타 피자를 한 입 베어 문 후 차가운 슬롯사이트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 조화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피자의 짭조름한 맛과 슬롯사이트의 단맛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며, 나폴리 스타일 피자의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은 슬롯사이트의 탄산감과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포지타노에서 맛본 이 피자와 슬롯사이트의 행복한 만남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종종 재현해보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


포지타노의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내리며 마신 슬롯사이트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새기는 매개체였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슬롯사이트를 마시는 경험은 그 어떤 고급 와인보다도 내게는 값진 순간이었다.


여행은 슬롯사이트와 함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같은 슬롯사이트를 마신다. 이 작은 병속에 담긴 달콤한 액체를 즐기는 방식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그 달콤한 맛에 미소 짓는 표정은 어디서나 같았다.이것은 인류의 공통된 경험에 대한 작은 증거가 아닐까? 문화적, 정치적 경계를 넘어 우리는 결국 같은 기쁨과 슬픔, 갈증과 만족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슬롯사이트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세계를 연결하는 작은 문화적 다리인 셈이다.


이 작은 병속에 담긴 달콤한 액체를 즐기는 방식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그 달콤한 맛에 미소 짓는 표정은 어디서나 같았다. 슬롯사이트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세계를 연결하는 작은 문화적 다리였다.물론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의 확산이 갖는 문화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슬롯사이트는 때때로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전혀 다른 음식 문화 속에서 느꼈던 낯섦을 잠시 잊게 해주는 친숙한 맛이었고, 여행 중 만난 현지인과 슬롯사이트 한 병을 나누며 나눈 대화는 가장 진솔한 문화 교류의 순간이 되기도 했다. 나라에서 슬롯사이트와 함께한 추억들은 앞으로도 내 여행의 소중한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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