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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보니 이미 젖은 걸 어떡해

나쁜 일은 하나만 오지 않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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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자태들좀봐.열네시간날아온게하나도아깝지않아.

이순간을얼마나얼마나고대했다고.


여행지에선지나치게쉽게행복해진다.낡은나무바에앉아이열횡대로늘어선햄바카라 꽁 머니들을눈으로훑는것만으로도얼굴이발갛게달아오르니.입꼬리치켜올라가는것을주체할수가없으니.흥겨운빅밴드음악에어깨까지들썩인다.노란혀내밀고군침을흘리는친구랑놀까,있는대로힘준구릿빛삼두근을자랑하는녀석과겨뤄볼까.아니녹색플리츠스커트를입은아가부터꼬집어볼까.얘들이한데모여있는영문을모르겠지만그게뭐대수냐,그시간에한입이라도더먹자.주황색비프소스가흐르다못해바닥을적신바카라 꽁 머니를두손으로움켜쥐는데어라,이상하다.바카라 꽁 머니가크림처럼스르르녹아손가락사이로흘러내리는아닌가.옆에바카라 꽁 머니바카라 꽁 머니,바카라 꽁 머니도마찬가지다.대고04사라졌다.애꿎은양손만흠뻑적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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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감촉에눈을떴고꿈이었단걸알았다.냉장고인지환풍기인지낮은기계소음만흐르는호텔방에서불도못끄고엎어져잠든현실이잠깐처량했다가이내여기가바카라 꽁 머니월스트리트어딘가라는사실에배시시웃음이나왔다.아까부터왼손에느껴지는무언가흐르는느낌도잠결애무마냥간질간질하니기분좋았다.


조금만더잘까.그래천천히나가지뭐.

근데이상하다.손이왜젖었지?


눈이번쩍,몸이벌떡.침대옆협탁을보니충전중인맥북과아이폰,애플워치위로물이흥건히고여있었다.황급히맥북부터들어침대위로던졌다.다음으로폰,시계마지막으로충전기까지.빈테이블떨어지는물방울따라고개를드니천장벽지가1cm가량찢어져있었다.그틈으로물방울이점점커지다가결국추락하는것을반복했다.똑…똑…똑.한동안그광경을멍하니바라봤다.생각할시간이필요했다.이게무슨상황인지.


화면을덮어놓았으니맥북안으로물이들어가진않았을것이다,아이폰과애플워치는방수가되니걱정할게없지.이불로노트북에남아바카라 꽁 머니물기를닦고나서덮개를여니반짝,화면이멀쩡하게나온다.출국직전다녀온슈퍼닌텐도월드의알록달록한풍경.현재시각은다섯시사십분. ‘아우,쫄았네.’그제야미뤄둔푸념을쏟아냈다.꼭대기층이라좋아했더니아니비가새는게말이되나.이따나갈때한마디해야겠다.방을바꿔달라고하던지.일단한숨잘까아니면오늘가볼곳좀찾아볼까.시간이애매하네.

김빠진콜라를한모금마시고돌아왔더니멀쩡해보였던노트북이이상증세를보이기시작했다.화면이나오지않았던것.음악이나오는걸보니꺼진것은아니었다. ‘예로부터기계는껐다켜면다되지.’다시닌텐도월드사진이보였지만이번엔키보드가말을듣지않았다.다시자긴글러버린상황을받아들이고의자에걸려있던후드티를입었다.


비가샜다. -미안하다,바로방을바꿔주겠다.

그것보단노트북에문제가생긴것같다. -이런,스토어에서점검받고우리에게청구해라.

알겠다. -다시한번사과한다.방을확인해보겠다.


로비직원과의대화는순조로웠고어떤면에선전형적이었다.엘리베이터안에서,이제갓풀어놓은짐들을대강뭉쳐서트렁크에쑤셔넣는동안그리고한층아래바카라 꽁 머니새방침대에일단드러눕고나서도그나마다행이라는생각을했다.마침애플스토어가가장많은도시에있다는것이,수리보험을들어놓은것도.이후호텔의대처는최악이었지만그때까진긍정에너지로가득했다.둘러보니방도전보다커보였고창밖월스트리트뷰도나았다.체크아웃까지닷새가남았으니오히려좋은데?가벼운해프닝은여행을풍요롭게하니까.갓구운여행이란이리도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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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나선건열시가지나고도한참뒤.결국침대에누운그대로잠이들었다.귀국까지79일이나남았으니초반엔시간으로나마사치좀부려보고싶기도했다.호텔문밀어만든틈으로햇살이쏟아져순간얼굴을찡그렸다.비오락가락했던어제이어바카라 꽁 머니에서처음맞는해.역시나여행지에서나는너무쉽게행복해진다.대나무숲처럼곧은빌딩들빽빽하게늘어선은빛숲을지나난잡하고또정겨운차이나타운까지.수리할맥북이든가방이걸리적거리긴해도깨끗한공기,늦가을바람덕에걷는내내기분이상쾌했다.차이나타운에있는버거집버거바이데이에서아침을먹었다.석달간의미션셋중하나인바카라 꽁 머니버거투어의두번째식당. The Infatuation의 <바카라 꽁 머니베스트버거19 기사를보고방문한집인데솔직히내입에는맞지않았다.패티를눌러바싹구워서맛과향을극대화하는스매쉬버거라는점과들어간재료들의신선함이좋았지만서울의뭇수제버거보다나은점을찾지못했달까.이후방문한50여곳의버거집들과비교해도중하위권에속하니문밖차이나타운풍경탓할필요는없어보인다.

대문자P는배를채우고나서야그날계획을세운다.빨대를입에물고구글맵화면에띄엄띄엄찍어둔핀을보다가10분거리인소호를다음행선지로정했다.그유명한바카라 꽁 머니소호의거리와상점들을구경하고또유명한센트럴파크로넘어가바카라 꽁 머니가을분위기만끽하면오늘일정끝.그사이에유명하디유명한바카라 꽁 머니5번가애플스토어에수리예약도해뒀다.그런대로늦잠을잔데다아침까지든든히먹으니소호까지가는발걸음이통통튀는것처럼가벼웠다.거기에중국에서다시바카라 꽁 머니으로, 10분이채안되는사이바뀌는거리와골목의그러데이션역시일품이었다.햇살받아샛노랗게빛나는은행나무를찍은사진은가장좋아하는것들중하나다.

소호는기대했던것처럼으리으리하지도심지어깨끗하지도않았지만가을오후의빛이그모든것을풍요롭게보이도록했다.알록달록한색,바글바글한인파,골목여기저기서나는맛있는냄새.그것들에취해한시간가까이주변골목들을일일이탐방했다.이것이바카라 꽁 머니미션중두번째다.윌리엄클라인의<NEW YORK사진집의배경이됐던그도시에서원없이거리사진을찍는것,이를위해맨해튼의크고작은골목들을남김없이들쑤셔보는것.소호의마법은무심한듯근사한데있다.바카라 꽁 머니최고의레스토랑중하나로익히들었던발타자르(Balthazar)가좁은골목에아무렇지도않게서있고한블록옆엔요즘가장핫한패션브랜드에임레온도르(Aimé Leon Dore)매장이,온라인으로만구경했던편집숍들이즐비하다.또몇발짝거리에디저트집에일린스스페셜치즈케이크(Eileen's special Cheesecake)가있다.작고허름한이집이바카라 꽁 머니3대치즈케이크로손꼽힌다기에플레인과초콜릿무스두개를샀다.바로앞공터에걸터앉아플레인치즈케이크부터한입베어무니씹을것도없이사르르녹아어금니너머안쪽까지스며든다. ‘이야,이게바카라 꽁 머니치즈케이크구나.’


담에또오지뭐.내일?다음주?

이여유뭐야,아주그냥근사해.


시계를보니수리예약시간이다됐다.머지않은브로드웨이대로변에바카라 꽁 머니프린스스트리트역지하로갔다.애플페이로개찰구를통과하고혼자신이난내가돌아보면부끄럽다. ‘이런나벌써뉴요커같잖아?애플페이로지하철도타고,길에서치즈케이크도먹고.’역시단음식은멘탈과피로에고루좋다고할수밖에.

센트럴파크행R지하철은7분후에온단다.혹소매치기가맥북을훔쳐가진않았겠지,하며손으로등을더듬어봤다.그럴리가있나.당연하게도잘있다.근데어딘가개운치가않다.뭐지,다른사람가방만지는것같은이질감은.


그때알았다.보조주머니에 있던여권이사라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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