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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검은 밤검은 시 창 밖이 거멓다 그는 나를 배신했다 살아갈 날이 2 주체 남지 않았다 파도가 밀고 들어온다 밀려온 그와 빠져나가는 그는 사뭇 다르다 다시 말하면, 밀려온 그는 악독하였고 빠져나가는 그는 시리웠다 거품의 겹침 그리고 수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흰 거품 속에서 큰 눈을 보았다 그 눈과 마주 보지 않았다 눈은 자신이 태어나길 바란다 나는 그 눈을 배신했다. 눈댓글 0 Mar 15.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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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큼 땅만큼파란 시 일곱 살교회로 가는 길에맞잡은 엄마 손달에 맞닿아서 달동네그 속에 있던 둥지조사로 말하는 둥지가 아니라.진짜 나의 집에서햇귀는 흙먼지에 산란하여감은 눈을 기분 좋게 뎁혔다.그 길을 온전히 느끼려두 눈 감고 걸어가자 말하곤.당신과 맞닿아 걸었다상가의 과일향뻥튀기 집의 고소한 냄새크고 거친 정맥의 박동하늘만큼 땅만큼 따뜻했던당신댓글 0 Mar 13.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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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충만단아한 숲길의 디카시 12. 비었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비어 있는 듯 보일뿐 가득한 에너지 보이지 않으나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봄. * 디카시: 디지털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과 간결한 운문(5행 이내)을 결합해 새로운 예술 효과를 내는 문학 장르이다.댓글 10 Mar 01. 2025 by 단아한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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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맛나는 죽지 못한 시체 깁은 몸을 뉘어 푸른 어둠을 지켜본다 그 너머에 하얀 냉장고가 있어 눈으로 맛을 보았다 냉장고의 맛은 하얀 눈송이처럼 금방 녹아 없어졌다 이윽고 아버지와 함께 맞춘 낡은 안경도 맛보았다 텁텁한 소주병 조각 맛이 났다 바닥에 차오른 물을 퍼마셨다 잔인한 향이 피어오른다 이것은 내가 먹어본 맛이다 시렵다 봄이 다가오면 입안이 비린맛으댓글 0 Feb 28.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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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가리어진 길1205 넘실거리는 버스 안에서 향한다 죽음으로 나 죽고 묻힌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네 시간이면 푸른 햇살이 기울어 때가 여름인지 겨울인지 모호해지지만 스쳐가는 나무들은 매번 앙상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 창백했다 저들 모두 살아 숨 쉬어 다음 봄을 기다리는 중일 테지만 부활하는 잎은 아직도 아득하다 기적이 아닌가 죽은 자의 몸에서 꽃을 피댓글 0 Feb 23.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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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경의 노래시 선생님의 빛 들지 않는 방에는 봄을 기다리는 자단나무 책상이 졸고 있었다. 선생님의 굳은살 배긴 손가락의 톡톡 두드리는 리듬 없이도 그것은 새벽을 분별하게 되었다. 새벽의 선생님은 가끔 새하얀 침묵 속에서 장인의 얼굴로, 혹은 광인의 얼굴로 자단나무 책상에 칼금을 그었다. 딱딱한 영혼 위에 정교한 상처를 새겼다. 붉은 달이 뜨는 날도 많았다. 어느 날 붉은댓글 0 Feb 05. 2025 by 이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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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0운문의 외견을 빌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흰 옷에 새겨진 얼룩처럼 쉽사리 옅어지지 못한다. 조금은 옅어질지언정 소멸하지 못하고 잔존하며 사람의 감정을 좀먹는다. 좀먹히고 부식된 내면은 쉽사리 외부로 침출 되지 않으나, 이따금 새어 나와 이를 목도한 이의 시야에 포착된다. 불가역적 비탄함이 스며든다. 참으로 저릿한 순간이다. 후회와 회한은 가장 쉽사리 마주할 수 있을 독이다.댓글 0 Feb 04. 2025 by 김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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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꽃저기 저 아름다운 꽃은 어찌하여 저리도 위험한 곳에 자리 잡아 보는 이들을 더 애타게 만드는가 쉽사리 꺾이지 못하는 위치이기에 아무도 그 끝에 뿌리내릴 엄두도 못 내기에 저 꽃만이 유일하게 피어났다 꽃은 알기나 할까 벼랑 아래 얼마나 많은 홀씨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벼랑을 오르기를 꿈꾸는지 홀씨들은 알기나 할까 벼랑 끝에 홀로 피어있는 저 꽃이 얼마댓글 0 Feb 03. 2025 by 이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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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이 몹시 내렸고 사라진 시간은 끝내 멈추었다여로 1 그때 기적과 같이모든 내리는 것이 의미를 잃었다그 해 여름물에 파묻혀 살았고모든 것이 증발하여 내 몸도마침내 휘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그 해 겨울파도치는 눈의 너울에서 존재가 희미해질 때비로소 당신만의 나로 존재한 시간이 떠오르고모든 당신을 눈 속에 쌓으며 걸었다살려고 바다로 향하고잊기 위해 파도에서 몸부림치고다시 떠오르기 위해 눈댓글 0 Jan 31.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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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사람여로 1 머지않아 겨울이 되고 또 눈은 내릴 터 눈은 떠나간 그곳에 먼저 있기에 다시 눈사람이 되기를 생각하고 그리고댓글 0 Jan 30.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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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지키지 못할 말을 하기 싫다 그 말의 무게를 견디기 힘드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도 하기 싫다 지키지 못했을 때 너의 실망한 얼굴은 나를 좌절시킬 테니 그런 내가 너에게 영원과 평생을 약속한다댓글 0 Jan 28. 2025 by 이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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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물여로 1 하양이 몇 개인지 세다가 포기하였다. 그만, 눈의 소리에 귀가 먹먹해져서 그 무엇도 담지 못해 색마저 토해낸 저들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들이 순식간에 지나쳐간다 멈추어 있는 발자국이라 생각했건만 모든 빛을 게워내면서 그 빛이 없으면 식고 마는 존재들 주제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움직이고 마는 것이다. 셀 수 없이 하나 된 무제들이여 내가 보기 전에댓글 0 Jan 28.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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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이겁도 많은 내가 겁 없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뒤돌아보기 급급하던 내가 뒤 없이 그대만을 우직히 바라보고 있고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일 거라 생각했던 내가 대가 없이 그대를 한 없이 사랑한다 미련한 내가 미련 없이 그대를 사랑한다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는 내가 그대와 평생을 약속하고 싶다댓글 0 Jan 27. 2025 by 이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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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지난날에 느끼던 마음의 헛헛함은 마음의 빈자리요 그 자리를 채우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비어있던 그 자리엔 그 무엇도 채울 수 없었다 그러다 이내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을 때 늘 비어있던 그 자린 그대로 가득 차버렸다 그렇게 내 마음은 짜 맞춰졌다 그대가 마지막 퍼즐이었던 건가댓글 0 Jan 26. 2025 by 이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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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눈을 씻고 찾아봐도 못난 구석이 보이지 않고 두 귀를 막아도 그대의 음성은 손틈 사이로 비집어 들려옵니다 코가 아무리 막혀도 그대의 꽃내음만은 막지 못하고 그 달달함은 입에 맴돌고 있으며 그대의 형태는 내 지문이 아무리 닳아 없어지더라도 내 손끝만큼은 그대를 기억합니다 나는 그렇게 내 세상을 느끼는 중입니다댓글 0 Jan 26. 2025 by 이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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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잃은 노랑검은 시 물이 엎질러지듯 잠든다 이 밤은 차갑지 않다 꿈도 꾸지 않는다 일어나기 전까지 안개가 뒤덮으니. 그 안개엔 존재하지 않는 것들과 죽음이 물방울에 녹아있다. 어둠을 멀리하려 했다 이런 알약에 기대지 않아도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내겐 있었다 그들이 머지않아 안개가 될 것을 알아 까마귀에게 잡힌 사내처럼 흉부를 찢어 열고 안에 있는 노랑을 그들에게 비추어댓글 0 Jan 05. 2025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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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을 대체검은 시 남강 너머에 네가 좋아하는 빵을 사고 그 강을 다시 건너 아픈 네가 있는 곳으로 갔지 너는 대체라고 말했어.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렇게 맛있냐며 꺼진 볼살에 우겨 넣고 삼키던 너를 앞에 두고 대체라는 말을 곱씹었지 야위어가는 눈을 바라보면 너는 곧잘 대체품에 대해 말하곤해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며 너만이 없는 대체의 삶에 대해 항상 궁금해했지 나의댓글 0 Dec 14. 2024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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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 주는 느낌이 고마워서'이해해 주는 느낌이 내게 필요했던 거구나..' 를 알기까지 나는 얼마큼의 눈물과 혼란을 집어삼킨 걸까.댓글 0 Dec 01. 2024 by 르미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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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질투1205를 향해 1205까지 슬픔과 고독에 몸을 맡기자 10 10 10 10 10 11번 번뇌하자 차가운 파도를 굽이굽이 마시자 두꺼운 책을 넘기듯 겹겹이 맞고 비명을 지르자 차가움이 고통으로 변할 때까지 옆으로 누워있자 파도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울 때까지 누워있자 바다가 마를 때까지 눈물 흘리자 파도를 끌어안자.댓글 0 Nov 19. 2024 by 내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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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쉽게 읽히고 있나요?초등학생 시절에 시를 참 좋아했었다. 분명 책은 책인데 한 페이지 안에 여백이 이렇게 많다고? 게다가 얼마 되지 않은 단어들은 하나같이 예뻤다. 어떤 시구들은 내 마음속으로 불쑥 손을 뻗어 마구 휘저어놓기도 했다. 시의 매력에 퐁당 빠져들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집을 매일 읽었다. 그리고 한 편씩 외우기 시작했다. 스스로 만든 챌린지였는데, 아마 예쁜댓글 0 Nov 14. 2024 by 담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