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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만지다도시농부 일지(1) 3월 22일(토) 나뭇가지 끝에 눈이 돋았다. 나무는 봄이 오고 있음을 세상에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았다. 조심스레 나무 끝에 씨눈으로 알린다. 땅은 봄의 소리를 군데군데 푸른색을 띄우며 알린다. 땅이 녹았고 땅 속에 기운이 맴돌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들풀이 잡초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이름을 가린 채 존재를 과시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크다 보니 흙댓글 0 Mar 31. 2025 by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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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냥(그냥) 봄을 심었다걸음마 아기 농부의 이야기 오늘은 나를 내려놓고, 그저 농부였다. 호미를 들고, 삽을 쥐고, 묵직한 흙을 헤집고, 거름을 뿌리고, 씨앗과 모종을 조심스레 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흙을 만지는 일이 이렇게 좋았던 게. 누구의 시선도 필요 없는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고, 땅을 만지고, 땀을 흘리는 일. 이 단순한 일상이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춘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햇살은댓글 0 Mar 29. 2025 by 감성멘토햇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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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건 웃으려면 퇴비를 주자[김효원의 어쩌다 농부]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시인(1902-1951)이 1936년에 쓴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다. 가장 좋아하는 시이자, 눈 감고 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다. 원래도 좋아했지만댓글 0 Mar 24. 2025 by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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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 농부바닷가 사람들 일대기 3편 그는 시골 마을에서 부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땅 좋아하는 양반’으로 알려져 있었다. 돈이 모이면 땅 사는 재미로 살았으므로. 그는 땅을 사서 언젠가는 크게 써먹겠다고 호기롭게 말하곤 했지만, 정작 무슨 일을 하긴 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넓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서서 제 땅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모양만 이따금 관찰될댓글 0 Mar 12. 2025 by 신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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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 농부의 딸바닷가 사람들 일대기 1편 그는 전라도의 작은 마을, 녹차 밭이 끝없이 펼쳐진 그곳에서 태어났다. 여덟 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그는, 커다란 아버지의 그림자와 몸이 약한 어머니의 손길 속에서 자라났다. 그를 길러낸 것은 언니들의 손이었다. 큰언니와는 나이 차이가 많았고, 언니들은 막내가 자라는 동안 따뜻한 보호막이 되었다. 햇빛을 머금은 찻잎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속삭였고, 그는 언댓글 4 Mar 12. 2025 by 신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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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와 농부1001 Q. 낭송가는 시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읊어야 하나요 호미는 우리네 전형적인 농기구로 홈을 판다 하여 그리 명명된다 이를 이용하여 김을 매거나 흙을 파거나 씨를 심을 때에나 발굴 시에도 사용한다 대장장이는 쇠를 불에 달구어 두드려 호미를 만든다 이를 만드는 정성과 집중력과 정교함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된 호미까지 숭고해지는 것은 아댓글 10 Mar 08. 2025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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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낮. 귤밭에서 만난 작은 존재들야매 농부의 열두달 /@matilda-lee/205 양파 줍기를 마치고 이제 좀 쉬나 했더니, 이제 귤밭의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가지치기 한 가지들을 파쇄기에 넣어 잘게 부수고, 퇴비와 비료를 뿌리고는 한 달 넘게 귤밭에 가지 않았거든요. ‘분명 풀이 잔뜩일 거다’라고 겁을 주셨던 부모님도 귤밭이 그 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댓글 0 Mar 05. 2025 by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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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2촌 후 가장 좋아하게 된 단어, 노지월동[김효원의 어쩌다 농부] 우리가 쓰는 언어는 우리의 세계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보라. 그이는 요즘 자신의 최대 관심사를 언어로 쏟아낼 것이다. 나 역시 요즘 나의 관심사를 입 밖으로 꺼내놓는다. 결국 우리의 대화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관심 없는 단어가 화제에 오를 확률은 거의 없다. 말이 얼마나 중요하냐 하면,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하더라도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댓글 2 Mar 03. 2025 by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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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밭에서...게으른 농부의 밭에 황량함만 남겨졌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팔랑이는 비닐이 바람과 함께 저 보다 앞서서 바싹 마른 콩대들을 몰아놓았습니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땐다는 삼국지의 한 싯귀가 문득 생각나는 건, 쭉정이만 앙상한 콩대를 겨우내 군고구마를 위한 불쏘시게로 삼을 요량이기 때문입니다.가을의 날에는 한동안 땅콩껍질을 까면댓글 0 Mar 01. 2025 by 김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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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하는 농부내가 농부로서 행복감을 느낄 때는 작물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볼 때이다. 작물이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나는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그것을 식물과의 교감 또는 소통으로 여긴다. 농부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농부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것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교감의 밑천은 변화다. 변화가 없는 식물과 교감의댓글 0 Feb 17. 2025 by 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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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그의 아들들, 협력의 힘농부와 그의 아들들, 협력의 힘 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평생 땅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웠다. 하지만 그의 아들들은 달랐다. 아버지가 흙을 만질 때 그들은 서로의 잘못을 따지며 다투었다. 형은 동생을 미워했고 동생은 형을 시기했다. 작은 논쟁도 불길처럼 번졌다. 농부는 노쇠해졌다.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그는 아들들을 불러 앉혔다. 그리고댓글 0 Feb 10. 2025 by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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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한때는 농부의 이야기를 썼었다. 브런치에 입문하고 한동안 주말농장에서의 일상을 적었다. 농막에서의 사계(四季)와 농사의 재미와 식물과 과실의 변화를 시시때때로 글로 남겼다. 해가 두 번 바뀔 때쯤 농사이야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일상을 글로 옮기는 나를 발견했다. 작년 연말부터 나라가 어수선해지고 이념과 사상의 혼돈 속에서 세상의 시간은 멈춘 듯했다. 분노와댓글 4 Feb 02. 2025 by 석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