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록
-
그날, 세계는 신뢰만을 남겼다[프롤로그]2138년 3월 11일 세계는 조용히, 그러나 완전히 바뀌었다 새벽 6시 정각. 전 지구 통신망이 일제히 멈췄고, 곧이어 하나의 문장이 울렸다. “인증되지 않은 존재는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다.” 단 9단어. 추가 설명도, 반론 기회도 없었다. 세계 정부 연합은 그날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플랫폼은 그 문장을 기준으로 작동했고, 모든 인간은 그 문장을 기준으로 나뉘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댓글 2 Mar 29. 2025 by 광화문덕
-
전생의 기억일지라도..가장 우주적인 오해, 여덟 번째 “이거 인류 최초인 건가…” “나 너무 유명해지면 어떡하지? 그럼 피곤할 텐데…” 그는 차에서 내내 혼잣말을 했다. 그가 2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나사본부에 도착하자, 교수시절 그와 함께 했던 수석 연구원 제이슨과 기타 연구진들이 모두 나와있었다. ‘내 한마디에 다 나온 것인가?’ 그들은 아담을 몇 가지 보안절차를 간단히 치르게 하고, 그들 복도로 인도했다댓글 0 Mar 27. 2025 by 캉생각
-
예상 소요시간 5,882.87시간가장 우주적인 오해, 일곱 번째 지구력 2043년 3월 (티소론력 17933년. 참고로 그들의 6년은 지구의 1년과 같다) 사실 티소론 문명이 보낸 전파는 매우 미약했다. 전파 송출기의 초반 버전임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일만하게, 지팡이를 든 할머니가 천리를 걷듯, 신호는 약하게 후달거리면서 우주 공간을 헤쳐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신호는 정말 운 좋게도 한 번에 지구에 안착했다. 20댓글 0 Mar 20. 2025 by 캉생각
-
FEWK단편선 93> 심해의 군주리버힐 대피구역의 하늘은 언제나처럼 먹빛이었다. 준혁은 썩은 나무 기둥처럼 숲 가장자리에 서서 리버힐 8구역 보급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잿빛 비가 그의 낡은 러너 코트를 타고 흘러내렸다. 코트 안주머니에는 이제는 쓸모없어진 러너 뱃지가 있었다. "패러독스 누적으로 더 이상 러닝 불가." 그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 뱃지를 만졌다. 러너로서 차원을 넘나댓글 0 Mar 17. 2025 by 김동은WhtDrgon
-
FEWK단편선 92> 코핀 속의 어머니퓨어로열의 노마드 구역에서는 폐기된 코핀을 고철로 무게달아 사들여 고쳐서 파는 남매가 있었다. 이 특이한 남매는 한때 이 구역에서 노마드 기술명장으로 이름 날리던 아빠에게 일찍부터 기술을 배웠다. 아빠는 야메 기술자로서 그의 손재주는 퓨어로열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었지만, 불행히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열네 살 민서와 열한 살 태민은 아빠가 남긴 기술을 바탕댓글 0 Mar 16. 2025 by 김동은WhtDrgon
-
FEWK단편선 88> 기억의 형제태현은 리버시티의 첨단 기술 구역 한복판, 70층 높이의 자신의 사무실 창문을 통해 밤거리를 내려다보았다. 흑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난초대사국의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100년 전, 동백국을 10개국의 서국이 10년간의 전쟁 끝에 분할해 통치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지배가 완전히 정착된 세상이었다. 리버힐은 난초대사국이 관할하는 8도 지방 중댓글 0 Mar 16. 2025 by 김동은WhtDrgon
-
FEWK단편선 87> 순심도의(順心導儀)1. 손끝이 떨린다. 생각보다 높은 액수의 러너 임무 비가 위지택으로 들어왔다. 두 배. 지혜라면 이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웃었겠지.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없다. 대사국 언더그라운드 네트워크에서 '소멸'이라는 단어는 단말기에서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만큼이나 가볍게 쓰인다. 사라진 러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조차 없다. 지혜, 그녀의 이름을 입 속에댓글 0 Mar 16. 2025 by 김동은WhtDrgon
-
문명의 첫 균열가장 우주적인 오해, 여섯 번째 아무튼 정부 규모의 재현전문가들의 고민은, 그곳에서 나오는 알쏭달쏭한 외계 소리까지 따라 할 것이냐였다. 그 소리는 티소론인들이 절대로 내고 있지 않은 소리의 모음이었으므로, 결국 소리는 원래의 소리를 쓰되, 티소론 인들의 주파수만큼 높여서 되돌려 보내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그들이 주파수를 높이자, 나름의 발성이 가능해졌고, 수많은 사댓글 0 Mar 13. 2025 by 캉생각
-
Tisoron 기원의 비밀가장 우주적인 오해, 백과사전 Tisoron 기원의 비밀 (공식 기록 보관소 - 4등급 제한 문서) 기원(origin)의 혼란Tisoron 문명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첫 문명시대의 고대 조상이 남겼다는 “첫 번째 서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현재 우리가 해석할 수 없는 원형 문양과 수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학자들은 이 문명이 처음부터 "Tisoron"이라는 이름을댓글 0 Mar 09. 2025 by 캉생각
-
르셰르픽션: 황무지와 1930년대대공황의 시대(The Great Depression Era) Dr. T. : 대공황의 시대(The Great Depression Era)라... 모두 두려움과 고통이 가득한 얼굴이야. 저 시절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일에 종사했을까? 아이콘 : 당시 실업률이 급격히 25% 상승했죠.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지만, 일부 직업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거나 안정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댓글 0 Mar 07. 2025 by 리플로우
-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가장 우주적인 오해, 다섯 번째 정부의 명으로 5천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우선 만 명중 첫 그룹 5천 명은 영상 속 신호를 온전히 풀고 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이미 같은 방식으로 응답하기로 보내기로 결정된 순간임에도 그들은 마지막까지 신중하기로 했다. 그 영상은 253초의 분량이었다. 초반에 슬쩍 해석해 낸 부분과 달리, 그 영상들은 다채로웠고, 복잡했고, 더욱더 정신없었다. 그들댓글 0 Mar 06. 2025 by 캉생각
-
너무나도 중립적인가장 우주적인 오해, 네 번째 지란은 테이블 위 머리통만 한 기록 장치를 휘청거리며 들어 올렸다. 그 장치에는 지란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와 흐릿한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 충격적인 영상을 다시금 재생하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아니 저 같은 몇몇은 외계문명을 찾기 위해 수천 년을 논쟁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질문의 답을 찾을 기회가 왔기에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마음댓글 0 Feb 27. 2025 by 캉생각
-
르셰르픽션: 황무지와 1920년대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Dr. T. : 사티리콘은 로마제국의 도덕적 타락과 몰락을 풍자한 소설이었군. 그럼, 다시 쿠마에의 무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여러 개의 아이콘들이 가상의 공간 안에서 핑퐁핑퐁 튀어 오른다. 맨 앞의 아이콘이 통통 튀는 탁구공처럼 맨질거리는 광택을 내며 부르르 떤다. 아이콘은 다음 이야기를 전해줄 마법의 구슬이 되어 오색창연한 빛을 뿜는다. 다섯 개의댓글 0 Feb 21. 2025 by 리플로우
-
고귀한 지도자들가장 우주적인 오해, 세 번째 티소론의 고귀한 지도자들이 모였다. 외찾티 부부부회장의 아버지가 원로회의 임원이었으므로 그의 힘으로 국가회의를 여는 것이 대단히 어렵지는 않았다. 설령 원로회를 통하지 않았다한들 분명 회의는 5년 안에 열렸을 사안이었다. 티소론에는 사소하더라도 하나의 사안을 5년 이상 매일 2명 이상이 요청하면, 무조건 정부가 함께께 논의하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댓글 2 Feb 20. 2025 by 캉생각
-
외계인을 찾는 외계인가장 우주적인 오해, 두번째 그의 요청 4시간 만에 외찾티 13년 만의 모임이 열렸다. 마지막 송년모임 이후로 비활성화된 모임이었지만, 그들의 본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심지어 그때 송년모임에서 먹은 술들도 그대로 먼지에 덮여 남아있었다. 외찾티의 사무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재건축 예정의 공동주택 상가 3층에 자리했는데, 대부분의 모임원이 모였음에도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지댓글 0 Feb 13. 2025 by 캉생각
-
생명의 근원파동으로 생명을 불어넣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있다는 것은 죽었다는 것과 대척에 서 있는 상태이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었다는 것은 서로 배타적 관계에 있으므로 살아있다면 죽은 것이 아니고 죽었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으면서 죽었고 죽었으면서 살아있는 상태는 현재의 관념으로는 용인되지 않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의 상댓글 0 Feb 08. 2025 by 라트
-
그들은 우주의 구석에 있다가장 우주적인 오해 티소론은 우주의 구석에 있다. 이미 우주의 구석이라고 여겨진 태양계보다 아주 조금 더 후미진 외딴 별이다. 굳이 대한민국 기준으로 거리감을 설명하라고 하면 서울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가정을 했을 때, ‘화성’ 정도에 위치한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화성은 경기도 화성시가 아닌 태양계의 Venus를 말한다. 그만큼 그들은 변두리에 있었고, 사실 우주댓글 0 Feb 06. 2025 by 캉생각
-
인간의 몸이 사라졌다약 200년 후, 더 이상 인간의 몸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과 2세기 만에 인간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팔다리의 교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점차 확대되어 인간의 모든 부분은 교체되었으며,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인체의 몸은 모두 무기질의 물질로 바뀌었으며, 단지 기억만이 남아 있다.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무기질의 몸을댓글 1 Feb 03. 2025 by 라트
-
11화: 할머니의 기도처럼SF소설 《무의식、통제사회》 할머니는 항상 새벽에 기도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땅 밑에서 울리는 물소리처럼 깊고 아득했다. 어머니는 그 소리를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그 사이에서 자랐다. DMZ의 지하도시에 들어서며, 나는 문득 그 새벽의 기도 소리를 다시 듣는다. 축축한 벽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할머니의 염주 소리처럼 울린다. 어머니의 일기장이 무겁다. 그 속의 마른댓글 0 Nov 30. 2024 by 엄태용
-
9화: 깨어나는 자들SF소설 《무의식、통제사회》 하진은 폐선 구간의 녹슨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20년 전, 나즈라가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아무도 그들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인류에게 '진화'를 약속했다. 뇌파 동기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확장하고, 집단지성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믿었다. 관자놀이의 흉터를 만지작거리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댓글 0 Nov 27. 2024 by 엄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