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이 또 나타났네!”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언제? 도대체 그놈의 슬롯사이트은 남의 약을 그렇게 몰래 먹는댜?” 작은 파우치에 들어있는 약을 세어보며 어머니가 푸념을 했다. 몇 번을 세어보고 날짜를 헤아려보고 나서 어머니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겨를에 처먹고 달아났댜?앞으로는슬롯사이트이 절대로 찾지 못하게 약을 잘 감춰둬!” 두 번 다시 슬롯사이트에게 약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의가 어머니의 얼굴에 나타났다. 1주일 뒤에 병원에 가야 하니 남아 있는 약도그만큼이어야 하는데 아침에 먹을 약은 4 봉지, 저녁에 먹을 약은 3 봉지만 남았다. “알았어요.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꼭꼭 숨겨놓을 게요.” 내가 다짐하듯 하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그려. 하여튼 이 눔의 슬롯사이트 잡히기만 해 봐라!”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문제는아무리 깊이 감춰두어도슬롯사이트은어김없이찾아내곤한다는 사실이다.슬롯사이트에게 “병원 가기 전까지 먹을 약이 부족한데혹시 착각하고 더 드셨습니까?” 하고 물으면 슬롯사이트는 꾸미거나 주저하는 기색 없이 “내가 천치여? 약을 더 먹게?”하고대꾸하곤 했다.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으니“그럼 이번에도 약 슬롯사이트이 다녀갔나 보네.” 하고얼버무릴 수밖에....
언제부터약 슬롯사이트이 출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어느 날 문득소화가 안 될 때 먹으려고 상비약으로 사둔한약 환(丸)한 달분이 1주일 만에 빈 병으로 나타난 때부터였던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자식들이 사다 준 영양제는 며칠이 지나면 빈병으로 돌아다녔고, 건강보조식품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빈 몸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마침내내가 복용하는 약도 소리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듯이약 슬롯사이트도 약처럼 생긴 것은 불문곡직슬롯사이트 입으로 가져간 모양이다. 약을 꼭꼭숨겨 놓아도그야말로 슬롯사이트같이찾아내곤 했다. 약 슬롯사이트의능력은 그야말로 혀를 차게 하는 경지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슬롯사이트는 이른 새벽에 동네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집에서 먼 곳을 가는 것이아닌 데다 이른 시간이어서 뒤를 따라다니지는 않았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새벽 6시쯤 집을 나섰다가 30분쯤 뒤에 귀가하곤 하던 슬롯사이트가 7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전에 없던 일이어서 슬롯사이트 핸드폰에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에 계셔?”하고 묻자 마치 동네 사람들과 수다 떨다 전화받는 것처럼 “나 119에 실려 와서 지금 병원 응급실에 있어.”하고대답하는 게 아닌가?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침 산책을 나갔는데 119는 뭐고, 병원 응급실은 또 뭐야?’ 슬롯사이트 생각하는 데 마침 전화기 너머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간호사였다. 대강 설명을 듣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응급조치가 거의 끝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슬롯사이트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다. 평소처럼 새벽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상체가 자꾸 앞으로 먼저 가려고 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을 재게 놀렸다는 것이다. 자연히 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사고는 내리막에서 발생했다. 여전히 앞으로 기우는 상체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것이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젊은이가 발견하고 119에 앰뷸런스를 요청해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됐다는 것이다.골절 없이 찰과상만 입었다는 게 어찌나 고마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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