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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변 상실

0843

메이저 바카라이 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잇지도 가져다 놓지도 마치지도 못하는 날에는 흩어진 낱말들을 주섬주섬 줍는다 어루만진다


말이 나오지 않는 것보다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숨 막히고 답답하고그러다가담담하고 숨통 트이는


말문이 막혀도 살듯이글길이 막막해도 살아간다


한낮의버스 안은 오늘의 메이저 바카라처럼 듬성듬성하다


앞자리에 앉은 이의 어깨를 두드려 끝말잇기한다


-버스-쓰레기-귀요미-미안한데 저 지금 내려요


타자는 메이저 바카라만큼 붙들어 놓기 어렵다


안내방송을 듣다가 오래전 시각장애 고등학생을 위한 사회탐구 모의고사를 녹음한 기억이 난다



시험지 지문에 나온 지도도 구체적으로 설명하던


표현할 수 없는 말이 없었던 그때 말주변을 곰곰이 돌아보기도 하던


가을볕 따가운 오후는 그 자체가 메이저 바카라이어서 설명할 재간이 나지 않는다


글문을 잃어버리는 날이 이렇게 온다


자주 오지만 모른 척하기 때문에 가끔씩 온다고 믿는다


21세기 들어 실종된 국내산 명태를 살리기 위해 지난 10년간 매년 20만 마리씩 방류한 어린 명태가 커서 돌아온 건 고작 18마리였다는 뉴스는 씁쓸하게도 내 글쓰기를 말하는 듯하다


내가 세상에 방류한 언어들이 메이저 바카라으로 돌아온 건 고작 몇 개에 불과하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상실된 메이저 바카라들을 어기적어기적 이어서 덕지덕지 붙여서 아메리칸 퀼트 같은 글을 발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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