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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바카라와 카스텔라

내 기억에 1989년, 그해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왔다. 우리 가족이 함께 자는 방에 있는 나무창문 너머로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끝도 없이 눈이 쏟아지는 장면은 그간 내가 부르던 동요와 달랐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눈송이를 저렇게 내려줄 리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날 선녀님들은 제대로 뜯지도 않은 눈송이를 투박하게 마구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 순식간에 하얗게 변한 마을을 보자 선녀님들에게 속았던 마음이 금세 풀어졌다. 눈은 세상도, 내가 뱉은 감탄사도 고요하게 덮고 있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오후, 온라인바카라는 카스텔라를 구워주셨다. 동생과 눈싸움을 한 뒤, 난생처음 코피가 터지는 일이 일어난 직후에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를 굽는 팬의 빨간 뚜껑도 열렸다. 속까지 잘 익었나 살펴보기 위해 온라인바카라가 연 뚜껑 사이로 김이 새어 나왔고, 이어 내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진한 계란향을 풍기는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는 집안 어디에서도 가려지지 않았다. 휴지를 뭉쳐 쑤셔 넣은 왼쪽 콧구멍 대신 한쪽 남은 멀쩡한 콧구멍이 제대로 냄새를 맡았다.

'와, 카스텔라다!'

온라인바카라는 오늘도 카스텔라 만들기에 성공했다.


온라인바카라의 손은 늘 바빴다. 그런 와중에도 자주 간식을 만들어주셨는데, 온라인바카라가 잘 만들어주신 간식 중 하나는 꿀떡이다. 온라인바카라표 꿀떡은 찹쌀가루를 풀어 전처럼 굽다가 설탕을 솔솔 뿌린 뒤 오른쪽 날개를 1/3만큼 접고, 왼쪽 날개도 1/3만큼 접어 만드는 것이다. 달달하고 쫄깃한 이 떡은 몇 개라도 꿀떡꿀떡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온라인바카라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며 딱 하나만 만들어서 자매(그때는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이었다)의 오후 간식으로 주셨다. 아마도 그때 온라인바카라표 꿀떡의 인생 총량을 다 먹어버렸나 보다.

"온라인바카라,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그 꿀떡 좀 만들어줘."

"그거? 아이고 야이야. 그거 설탕 들어가는데, 뭐가 맛있나?"

그때 덜 먹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먹을 수 있었을까. 아니 그때 온라인바카라도 한 입 드릴 걸, 그러면 온라인바카라도 그 단맛을 잊지 못할 텐데.

다음으로 온라인바카라가 자주 만들어주신 간식은 바로 카스텔라였다. 내 기억이 선명할 때부터 온라인바카라에게는 유리 뚜껑이 있는 사각 전기 팬이 있었는데 온라인바카라는 깊이가 있는 이 팬을 카스텔라를 굽는 용도로 썼다. 온도 조절 장치가 있는 전기팬에 카스텔라 반죽을 붓고 기다리면 어느새 온 집 안에 카스텔라 굽는 냄새가 가득 찼다.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는 바닥 쪽은 바삭한 식감의 고동색, 윗면은 쫄깃한 질감의 갈색을 띠었다. 그 사이로 진한 노란색의 구멍이 퐁퐁 뚫린 폭신한 빵이 온라인바카라가 우리 자매에게 챙겨주는 부분이었다. 갓 구운 카스텔라는 설탕과 노른자의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온라인바카라는 한 김 식힌 후 먹기 좋게 벽돌 모양으로 잘라주셨는데,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몇 개씩 먹고는 했다.


"온라인바카라, 어렸을 때 만들어줬던 카스텔라 기억해?"

"그래, 그때 오븐이 있었나, 나는 팬만 있어서 그걸로 만들어줬지."

역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만들어? 노른자만 넣어?"

"아니, 흰자. 흰자 거품을 내야지. 거기에 밀가루 체 쳐서 넣고."

"그럼, 노른자는?"

"노른자도 넣어야지."

"설탕은?"

"설탕도 조금만 넣어야지. 소금도 같이 좀 넣고."



계란 적당히 몇 개, 밀가루 적당량, 설탕 조금, 소금 조금

이것이 2024년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온라인바카라에게 전화해서 받은 카스텔라 레시피이다. 이 애매한 설명을 듣고도 왠지 나는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를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 든다. 왜냐하면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는 나이로 보나, '빵순이'가 된 식성으로 보나 아마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구들이 모두 모인 늦은 저녁에는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계란 다섯 개를 꺼내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흰자는 거품을 내고, 설탕 세 스푼 넣고 다시 거품 내기를 두 번 반복, 밀가루가 없어 브라질 치즈빵을 만들 때 썼던 타피오카 전분을 다섯 스푼 넣고 섞기, 마지막으로 소금 톡톡 넣은 노른자를 넣고 가볍게 섞은 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 굽기.


온라인바카라가 불러 준 재료가 한 문장의 레시피로 적어지다니! 한 문장으로 읽기에는 비록 숨은 찼지만 예감은 좋다. 왠지 성공할 것 같다. 게다가 오븐에 넣은 지 15분이 지나니 볼록볼록 부풀어 올라 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오븐의 알림음과 함께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도 완성되었다. 밀가루 사는 것을 잊어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들었더니 바닥은 쫄깃해서 재미있고, 윗면은 흰자로 구운 과자처럼 바스락거렸다. 그리고 전체적인 식감은 구름빵을 먹는 것처럼 폭신폭신했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을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를 먹으며 보낼 계획은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든 생각이었지만, 흩어져사는 우리가 같은 사랑 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 그래서 앞으로 12월 31일 저녁에는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를 굽고, 식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따뜻하게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어린 시절의 다정한 추억을 꺼내 아이들의 심어준다는 것은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다. 아이들도 지금 내 나이쯤 되면 이런 추억을 꺼낼 볼까 궁금해진다. 그때는 온라인바카라의 카스텔라는 할머니의 카스텔라로 이름을 바뀌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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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12월 31일마다 카스텔라를 먹기로 갑자기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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