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과 김슬롯사이트

브런치 구독자들께서

애정해 마지않는

올해 고3이되는2호가

5학년쯤 때의 일이다. (그땐슬하에2남2녀였다)

일요일 아침 성당 다녀오는 길에
2호가 말을 걸었다.
"엄마"

-왜

"저도 '정*아~'하고 불러주시면 안돼요?"

-뭔소리야. 니가정*인데,정*아 하고 안슬롯사이트면, 뭐라고 불러?

"엄만정*아 라고 안슬롯사이트시는데요."

-내가?

"네"

-말도 안돼. 그럼뭐라고 불러?

"엄만늘 성을 붙여서 이정*이라고 슬롯사이트셔요

그렇다.그러고보니

우리집 1,4호의 성은
'李'이고,
2,3호는 '야이'였다.
딸들 1,4호를 부를땐
"정*아" "정*아"
2,3호를 부를땐
"야 이정*" "야 이정*"이렇게 슬롯사이트고 있었던 거다.
2호가 성을 떼고 불러달라고 한 그날이 아녔음 나는

그 사실을오래도록알지도,인식하지 못한채로

여러해를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2호의 읍소에 비로소난우리집 '야이'군들에게.....미안했다.

(아들들에거 평소 더 엄격한거 인정)

내가국민학교 시절

이성친구들간에 성을 붙여슬롯사이트는 건불문율같은 거였다.

만약 장동건을 동건아~~하고 슬롯사이트거나

남자아이가 고소영을 고소영이 아닌 소영아~~라고 슬롯사이트면

이건 틀림없이

즉 성이 뗀채 불리는 상대를 좋아하는

얼레리꼴레리상황이었던 거다.

요즘 아이들이 그러는지 안그러는진 모르겠으나,

고집스럽게성을 붙여 슬롯사이트는건

거리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촌스러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걸 달리 표현하면,

성을떼고 슬롯사이트는 건 막역함.

굳이 성을 붙여 슬롯사이트는 건 막역함의 거절이라고 하면

나의 넘겨짚음이너무 간걸까

성인이된 지금,

나는 사회에선 슬롯사이트으로 불린다.

김슬롯사이트에 님을 붙이는 사람과

님을 떼고 슬롯사이트는 사람, 두 부류가 있는데,

김슬롯사이트는 일종의 이름같은 호칭이다.

함께 일하는 윗사람이 날 부를땐

김**씨 대신 김슬롯사이트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과장 김부장 김대리와 같은 호칭인게다

하지만, 슬롯사이트의 호칭은 다르다.

여러 김슬롯사이트가 있을때, 나를 콕 짚어 불러야 한다면

"김슬롯사이트"또는 "김**슬롯사이트"이라겠지만,

단둘이 대화하거나 메신저에서라면

"슬롯사이트"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호칭일게다

그러나,곧죽어도 "김슬롯사이트"이라는 호칭을

고수하는사람들도 있다.

그때마다어색했고, 왜일까를 생각해봤다.

상대의습관일수도 있지만

성을 붙여 나를 호칭하는 사람은

나 역시끝까지 어렵다.

어쩌면 상대는

막역함 대신 거리감을 원한다는 다른 표현으로

슬롯사이트 대신 김슬롯사이트을 선택했을지도모른다.

우회적이고 완곡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거리감에 대한 열망.막역함의 거절.

그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곁을 쉽게 주지 않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사람일게다.

그러고보니, 평소 이름만 슬롯사이트다가

분위기가따짐이나경고가 필요할 때,

나 역시성을 붙여 상대를 부름으로써

엄격하고 엄중함을 전달하곤 한다.

'댕댕아' '댕댕씨'를

'김댕댕' 혹은 '김댕댕씨!'로

함부로성을 붙여 슬롯사이트지 말것이며,

함부로성을 떼고 슬롯사이트지도 말아야겠단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슬롯사이트'인가 '김슬롯사이트'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슬롯사이트'이고 싶은가

'김슬롯사이트'이고 싶은가

내가 알고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나에게성을 붙여 불리고 싶은가

뗀채 불리고 싶은가.

난 그들이 원하는대로 불러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