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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슬롯 꽁 머니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여섯 번째 걸음

[아 또야!?..]


슬롯 꽁 머니현상소에 다 찍은 슬롯 꽁 머니을 맡기며 직원과 대화를 나누곤 깨닫는다.

'아.... 칼라 필름으로 찍은 줄 알았는데 슬롯 꽁 머니필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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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하지만 과거에 그 카메라에 흑백 필름을 넣어놓은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기에 누군가 탓을 하자면 손가락이 향하는 곳은 오로지 나 자신일수밖에 없었다. 흑백슬롯 꽁 머니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나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주었다.


'그러게 매사 철저히 준비해야 뒤통수 맞을 일이 없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흑백 슬롯 꽁 머니을 싫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흑백슬롯 꽁 머니은 그만이 주는 특별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히려 색상이 있을 때 보다 없을 때 작가가 슬롯 꽁 머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지고 슬롯 꽁 머니의 힘이 강해질 수도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는 개인적인 견해로슬롯 꽁 머니작가 랄프 깁슨 Ralph Gibson이라고 생각한다.(흑백슬롯 꽁 머니의 정수를 보고 싶으시다면 그의 작품들을 추천한다.)그가의도적으로 흑백슬롯 꽁 머니을 이용했던 것과는달리 나는 철저히 우연에 올라탄 결과로써 종종흑백슬롯 꽁 머니을 마주해야 했지만 그것이 또한 필름슬롯 꽁 머니 자체의 예측불가능한 매력이기도 했다. 어떤 필름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통제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긴장감과 기대감은 필름슬롯 꽁 머니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어준다. 비단 흑백슬롯 꽁 머니뿐 만 아니라필름슬롯 꽁 머니 자체는 예측의 범주에 들어있다기 보단 항상 운의 범주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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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카메라 안에 들어있는 필름이 흑백필름인지 모른 채 열심히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며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현상소를 나서며 또 흑백필름이었구나를 깨닫곤 다소 힘이 빠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흑백슬롯 꽁 머니보단 칼라슬롯 꽁 머니을 더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슬롯 꽁 머니이 만약 칼라슬롯 꽁 머니이었다면, 그래서만약 이미지를 비추는 창의 푸르스름한 색상이, 회색 아스팔트 길이,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옷 색이 슬롯 꽁 머니 속에 전부 들어있었다면강아지에게 충분한 시선을 줄 수 있었을까?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쳐다보며가게 앞에서 보호자를 기다리는 불독의 툭 튀어나온 아래턱과 이빨이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까?


때론 과한 것이 부족한 것보다 못할 때가 있다는 걸 나는 흑백슬롯 꽁 머니 작업을통해 깨닫곤 했다.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존재해그것이 모든 것을 흩뜨려놓아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을 때, 그럴 땐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흑백슬롯 꽁 머니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필름카메라로 찍는 흑백슬롯 꽁 머니은 마치인생을 배우는 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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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흑백슬롯 꽁 머니이 내게 알려준 마지막 교훈은 후회해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어떤 슬롯 꽁 머니은 (예를 들어 위와 같은) 흑백일 때 보다 컬러일 때 더 돋보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슬롯 꽁 머니 속 주인공이 그곳에 서있던 순간, 내가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누른 그 순간 카메라에 들어있던 것은 흑백필름이었다. 이미 흑백슬롯 꽁 머니으로 찍힌 것을 아쉽다 하여 컬러로 바꿀 방법은 없는 것이다. (아, 물론 요즈음은 ai로 흑백슬롯 꽁 머니을 컬러슬롯 꽁 머니으로 바꿀 수 있긴 하다.) 어쨌거나 그마저도 품이 드는 일이니, 후회 같은 쓸데없는 마음은 내면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줄 뿐 하등 쓸모가 없다. 그렇기에한 번의찰칵소리에나는매번마음을담았던 것 같다.



값비싼 슬롯 꽁 머니을 아끼기 위해 매 컷을 소중히 하나하나씩 찍어나가는 일은 내겐 약간 제사를 지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가는 강아지들이 잠시 걸음이 느려질 때를 기다렸다 찰칵. 이건 나름의 전을 부치기 위한 과정과 같다. 카페 창밖너머로 네댓 마리의 강아지를 이끌며 걸어가는 도그워커를 향해 또 찰칵. 이건 마치 배와 사과 등을 깎는 행위와 같다. 그리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간신히 한 손으론 우산을, 한 손으론 카메라를 들어 보이곤 또 찰칵. 이제 제사상에 올릴 지방을 정성스럽게 써내리고나면 향로에 향을 올린다. 절을 하고, 향을 올리고를 반복하는 일은 암실에서 슬롯 꽁 머니을 현상하기 위해 용액을 흔드는 행위와 같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매해 친척집에 가 제사음식을 정성스레 차리고 또 정성스레 절을 올리던 어른들의 모습은 내가 필름슬롯 꽁 머니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있었다. 숭고하고 고상하면서도 또 진지하고 진심인 그런 태도와 자세랄까.


뉴욕사람들에겐 당연한 반려견산책문화를 진지하게 전하는 일은 조상을잘 모시는 것만큼이나 내겐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슬롯 꽁 머니 안에 담긴 네발 친구들의 발걸음은 한없이 신나고 들떠있지만 그들을 대하는 카메라 건너의 나는 마치 제사상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매 순간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나에게 이 프로젝트가 굉장히 소중한 이유이다.


제사상을 준비하는 것 과 같은 숭고한일을 찰나의 순간을 수천번 담아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매초마다 고민하고 고민해 비로소 한컷을 누를 수밖에 없는 고상한 슬롯 꽁 머니카메라와 함께였음에감사하다.


비용은꽤 들었지만,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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