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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슬롯사이트 볼트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사람이 말했다.


"여자분 혼자면 이만한 곳도 없죠. 역, 슈퍼도 가깝고, 큰길에 코방(交番, 파출소)도 있어 안전슬롯사이트 볼트요. 좁긴 하지만 평일엔 잠만 자고 나가실 테니 괜찮은 집이에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장점이 많은 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모든 장점은 '집 밖'에 있었다. 침대 하나 놓으면 꽉 차는 원룸은 조금만 어질러져도 방안이 통째로 쓰레기통이 됐다. 그 좁음에 질려 도쿄 밖슬롯사이트 볼트 이사했는데 막차를 놓치고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샘 몇 번 하고 나니 '그 어떤 상황에도 집에는 들어가고 싶다'는 귀소본능의 발현됐다. 2년 만에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세 번째 집은 여전히 비좁았지만 미닫이문을 닫으면 공간을 분리시킬 수 있었다. 샤워 후에도 보송보송한 화장실을 쓸 수 있고 새하얀 싱크대와 분위기 있는 조명이 달린 집. 미세하게나마 삶의 질이 좋아졌다.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들 그렇게 열심히 버는 거구나. 슬롯사이트 볼트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미미하지만 조금은 발전이 있는 나의 삶에 살짝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요 이 주간 내동 나가 다니느라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평일엔 집안일을 할 여유가 없어 오늘은 나가기 전에 그간 미뤄둔 청소를 하고 나가기로 슬롯사이트 볼트.


이주동안 방치한 돼지우리를 치우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요되었다. 어쩐지 안 보인다 싶던 립밤은 소파 밑에서 발견되었고. 땀에 젖어 다시 샤워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럴 줄 알고 내 시간 여유를 두고 움직였지. 룰루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콘택트렌즈를 끼워 넣으려는데, 오늘따라 이 빌어먹을 렌즈가 눈에 들어가 주질 않는다. 렌즈와 씨름하는 동안 화장이 스멀스멀 번져갔다. 면봉슬롯사이트 볼트 눈가를 닦고 다시 파운데이션과 셰도우를 펴 바르는 사이에 깨달았다.


지금 뛰쳐나가도 모자랄 판인데, 속눈썹을 계산 안 했네.


그거 하나 붙인다고 사람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슬롯사이트 볼트주고 싶은 때라 포기가 어려웠다. 평소엔 어차피 마스크 쓴다고 눈썹만 그리고 출근하는 인간인데. 그때 라인이 왔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것 같다고. 어쩔 수 없이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뻔뻔한 고백과 함께 가장 많이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다시 되돌아와야 하겠지만, 슬롯사이트 볼트 집에 와서 낮술이라도 하면서 드라마 보지 않을래?"


생각할수록 명안이었다. 기다리게 하는 것보단 낫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니 내 몸도 편하고. 사실 내추럴 본 집순이가 20일 연속슬롯사이트 볼트 매일 집 밖슬롯사이트 볼트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마트에서 만나 같이 장을 보기로 하고는, 근처에 왔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속눈썹을 마저 붙이고 화장도구들이 널브러진 책상 위를 정리하며 메뉴를 생각슬롯사이트 볼트. 이때까지는 누군가를 집에 부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 깜짝이야! 왜 여기 있어?"


집에서 1분 거리 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를 만난 것은 슬롯사이트 볼트 집 앞이었다. 난데없이 그가 눈앞에 튀어나왔다. 아직까지도 운명의 계략이 계속되고 있다고 느꼈다.


"너야말로 왜? 지금 막 나온다면서?"

"그야, 여기가 집이니까."


손슬롯사이트 볼트 맨션을 가리키자 그가 '아...'하고 납득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더 멀리서 오는 줄 알고 동네 구경슬롯사이트 볼트 있었어."


볼 것이라고는 병원 공사터, 냉동라멘 자판기, 줄줄이 늘어선 단독주택들 밖에 없는데.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를 걷는다는 건 일본(시골) 사람에게도 신선한 경험인 것 같다.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뭐가 없으니 강아지 산책이 아니면 어딜 걸어 다닐 일도 없다고 슬롯사이트 볼트. 우리는 마트로 향해 삼겹살 블록을 사고, (고기를 삶았는데 지금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고기가 익는 동안 먹을 횟감과 삶은 문어, 마른안주, 술을 차례로 담았다.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던 빨간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내려놓고 '멀리서 와주었으니 오늘은 내가 쏜다'며 바코드 결제 화면을 내밀었다.


"도쿄는 이게 되는구나. 슬롯사이트 볼트 봐."


그의 동네는 아직도 현금 사회라 했다. 생각해 보면 도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대응이 장려되며 신용카드나 바코드 결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을 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금이 없으면 안 되는 곳이 많았다. 당장 여기 이 마트도 현금 이외엔 회원가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슬롯사이트 볼트 현금 쓰기를 유도하고 있고.


"나는 누구랑 같이 장 보고, 짐 들어주면서 함께 집에 가는 이게 더 신기한데."


평소 같았으면 혼자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악슬롯사이트 볼트 깡슬롯사이트 볼트 낑낑대며 이 언덕을 올라가고 있을 텐데.


꼭 신혼부부 같아.

나 혼자 속슬롯사이트 볼트만 생각했다.




맨션 엔트란스에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그는 호기심 어린 눈슬롯사이트 볼트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바닥에는 광택감 있는 타일이 깔려있고 조명이 화려해 여기만 보면 꽤 좋은 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면 비좁고 짐슬롯사이트 볼트 꽉 들어찬.....


아. 그제야 괜히 일을 키웠구나 싶었다. 몇 년 전보다는 삶의 질이 좋아졌을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서른 중반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여섯 평도 안 되는 비좁은 집에 복작대며 살고 있었다. 먹고살기 바빠 집을 꾸밀 줄도, 아니, 정리할 줄도 모르고 살았고, 예쁜 장식품이나 변변한 가구도 없이 난잡한 백 엔짜리 생활용품들로 그냥저냥 버텨가며 살아가는 우리 집은, 일본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별다른 인생플랜도 없이 그저 오늘만 허덕이며 살아가는 나의 정신없고 불안정한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타인에게 쉽게 슬롯사이트 볼트주고 싶지도 않고, 슬롯사이트 볼트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나를,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 그, 좁고 지저분하니까 실망슬롯사이트 볼트 마."


머뭇거리며 현관문 열쇠를 열었다. 신발 세 켤레만 나와있어도 꽉 차는 좁은 현관이라 허겁지겁 신발을 밀어 공간을 만들어야 슬롯사이트 볼트. 그 작업에서 머쓱함이 더해져 왔다. 괜히 '자, 어서 오시죠, 나의 아지트에' 같은 우스갯소리로 동요를 감추며 그를 집안에 들였다.


"失礼します。(실례합니다)"


나 밖에 없는 집인데도 실례합니다 인사를 한 그는 신발코가 현관문을 향하도록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집 안슬롯사이트 볼트 들어왔다. 평소엔 '옷산'슬롯사이트 볼트 쓰는 소파에 그를 앉히고 비닐봉지 안에서 사 온 것들을 꺼냈다. 1년 365일 방안에 널어져 있는 빨래와 잡동사니는 미리 베란다로 내쫓아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 덕에 평소보다 아주 약간 넓어진, 그러나 여전히 생활감 넘치는 우리 집에 그가 앉아있는 모습은,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처럼 어색했다.


"아, 너무 좁지? 일단 이거부터 마시고 있어."


숨 막힐 것 같은 긴장감에 허겁지겁 회와 문어를 썰고 술을 내놓았다. 돼지고기가 삶아지는 동안 회를 씹는 것인지 민망함을 씹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슬롯사이트 볼트 와보는 동네 어떠냐 같은, 멀리 되돌아오느라 힘들지 않았냐, 묻는 사람도 그렇게까지 궁금하지 않고 대답하는 이도 열과 성을 다 하지 않는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고기가 다 삶아질 즈음에는 알코올이 힘을 발휘해 부끄러움도 점점 잊어가게 되었지만, 아무런 양념 없이 물에 삶기만 한 수육을 먹어본 그는 말은 맛있다 하면서도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니까 맛있는 것 같다' 같은 표정이었다. 앞슬롯사이트 볼트는 밖에서만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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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그런 결심과는 달리, 자의 반, 타의 반 이런 시간들은 당분간 쭉 이어지게 된다. 코로나 정책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만날 만한 곳이 점점 더 마땅치 않게 되었고, 슬롯사이트 볼트만 민망했지 그를 집으로 부르는데 거리낄 것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그는 우리 동네를 꽤 좋아했다. 도쿄 23구 안에 있지만 복작거리지 않고, 조금만 걸어가면 오리들이 떠다니는 호수 공원, 슬롯사이트 볼트 보는 슈퍼, 작은 음식점들이 띄엄띄엄 있어 그저 같이 점심 먹고, 산책하고, 드라마를 보며 저녁을 먹을 뿐인 단조로운 데이트 밖에 할 수 없는 동네였지만 그 잔잔하고 소박한 느낌이 좋다고 했다. 나 역시 싫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막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이 사람과 계속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지내고 싶다.

... 이 집보다는 조금 더 넓고 해가 잘 드는 집에서.


그런 그의 소망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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