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어렵던 때, 슬롯사이트 어머니는 장에 가서 삐쩍 마른 암송아지 한 마리를 사 와서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가족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이 "다 죽어가는 송아지를 사 왔다"라고 타박했지만 슬롯사이트 엄마는 그 송아지를 부엌구석에서 콩죽을 떠먹여 가며 키웠고 그 송아지는 어느새 훌륭한 암소로 자라 새끼를 낳으며 슬롯사이트 집안을 일으켰다.
작가네 집안은 동물을 아끼고 잘 키웠던 것 같다. 농고를 다니던 슬롯사이트 오빠는 학교에서 영국산 돼지를 데려왔다. 1년 동안 잘 키우면 학비를 면제해 준다고 했단다. 이 돼지는 식성이 좋아서 '꿀꿀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가족들이 계속 먹을 걸 마련해 줘야 했다. 돼지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덕이었는지 엄청 크게 자라 학교까지 데려가는데 여섯 명의 장정이 동원되어야 했다.
1년 동안 정이 들었던 가족은 눈물바람으로 꿀꿀이를 배웅했다. 고등학교에 간 꿀꿀이는 슬롯사이트네 집에서처럼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강원도 사투리로 난챙이라 불리는 새매가 집의 닭들을 잡아먹자 화가 나서 생포해서는 또 영물이라고 다친 곳을 고쳐주고 먹여주기도 했다는 슬롯사이트 가족들.
이웃집 큰 닭이 횡포를 부리는 게 분했던 슬롯사이트 작은 오빠가 장날 병아리를 사 와서는 훌륭하게 키워내 복수를 했다는 통쾌한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가늠이 되기는 할까 싶게 경이롭다.
그 시절 엄마에게 닭 먹일 소고기를 사달라고 했다니 작은 오빠의 정성과 열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책에는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어렵게 한 시절을 살아왔던 이야기,
옛날 우리네 삶과 마을에 관한 이야기들이 잘 녹아있다.
닭이며 소, 돼지, 오리뿐 아니라 매와 뱀, 부엉이, 너구리, 이구아나까지 등장한다.
슬롯사이트도 가족들도 평생 동물을 사랑해 왔기에 따뜻한 교감의 순간들이 책 읽는 내내 흐뭇하게 만든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월의 갈피갈피에 두고 온 많은 동물들을 앨범을 넘기듯 가끔씩 꺼내봅니다' 라며 '마지막까지 내 슬롯사이트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주었던 많은 동물들에게 감사하며 그 기억을 아름다운 선물 보따리처럼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슬롯사이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다른 어떤 이의 슬롯사이트보다 동물들을 사랑하며 함께 한 작가의 슬롯사이트이 진심으로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