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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이저사이트, 마지막 메이저사이트

만 여덟 살 아이의 가을(2024.09-2024.11)




며칠 후면 아이는 만 아홉 살이 된다.




어린이집 시절부터 친한 메이저사이트가 한 명 있었다.


같은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계속 다른 반에 배정되었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야 드디어 같은 반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면 아이는 메이저사이트와 나란히 손을 잡고 교문 밖을 나선다. 혹시라도 등굣길에 메이저사이트라도 마주치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달려 나간다. 아이에게 물었다. 그 메이저사이트가 왜 좋냐고. 친절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물었다. 그 메이저사이트는 너를 왜 좋아하냐고. 아이가 대답했다. "내가 말이 많아서?"


메이저사이트는 순한 아이다. 친절하다. 화를 내는 법이 별로 없다. 메이저사이트의 핸드폰을 아이가 스리슬쩍 만져도 개의치 않는다. 핸드폰이 없는 아이는 메이저사이트의 핸드폰을 손에 쥐고 다닌다. 메이저사이트에게 줘,라고 얘기해도 메이저사이트가 허락을 했다고 한다. 아이는 메이저사이트를 집으로 데려와 이것저것 자랑을 한다. "우리 집에는 영어 책이 정말 많다! 몇 권인지 세어봐." 그럼 또 메이저사이트가 영어 책을 세어본다. 아이가 영어 책 한 권을 몰래 숨긴다. 뭐 그런 식이다.


최근 그 메이저사이트를 두고 같은 반 아이와 경쟁이 붙었다. 메이저사이트 한 명을 두고 내 아이, 그리고 다른 아이가 옆에 서겠다고 실랑이를 했다는데, 아마도 내 아이가승리했나 보다. 다른 아이의 엄마를 통해그 메이저사이트와 놀지 못해 서운하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자기도 그 메이저사이트랑 옆에 있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내 아이가 자꾸 자신에게 날 선 반응을 보인다고. 화를 낸다고.아이에겐 하나밖에 없는 베스트 프렌드.그리고 그 베스트 프랜드와 친해지길 원하는 또 다른 아이. 어떤 면에서는 내 아이보다 그 메이저사이트에게 더 어울릴 차분한 아이.나는가끔두렵다. 이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만으로 여덟 해를 살았는데 그중 4년을 함께한 메이저사이트였다. 말 그대로 인생의 반을 보낸 메이저사이트. 순하디 순한 메이저사이트는 아이가 화를 날 때마다 차근차근 따진다. "왜 네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네 말만 하는 거야?" 아이가 시원하게 대답한다. "미안해." 그리고 다시 또 재잘재잘 자기 말만 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위태로운 기울기가 두렵다.


수백 번, 수만 번 강조한 말."화가때는 짜증내지 말고화났다고해줘.그렇게못할같으면그냥다른혼자있다가화가가라앉으면와.그때화난 이유를말해도괜찮아.엄마한테도,제발그 메이저사이트에게도!"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물론 이 조차도 대단히 지키기 힘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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