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노래방기계가 있는 환경이라니, 범상치 않다. 나 같으면 이런 집안 환경을 오히려 숨겼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슬아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그녀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는 그렇게 감정을 노래라는 형식으로 표현하고 그 표현하는 모습을 관찰할 기회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것이 작가가 뽑아내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만들어진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친정집이나 지금 나와 남편이 만든 가정이나 모두)은 같이 꽁 머니 카지노 부르거나 함께 노래방에 가는 문화도 없었고 지금도 여간해서는 같은 취미를 나누거나 감정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나나 남편이 함께 가자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작가가 그녀의 어머니가 꽁 머니 카지노 부르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이렇게 가족을, 아니 그 누구라도 가까이서 관찰한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나 같으면 우리 엄마가 이렇게 불안정하게 그리고 본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노래부르는 것을 본다면 부끄러워서 도망갔을 것만 같다.
“<어른의 후렴구는 복희에게 버거울 만큼 음이 높다. 복희는 언제라도 재채기가 터질 듯한 가성으로 그 꽁 머니 카지노 부른다…. 복희가 가성을 쓰면 호소력이 더욱 짙어진다. 원곡보다 심하게 감정적인 노래처럼 들려온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꽁 머니 카지노 같이 부를 수 있는 가족이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란? 그런 것은 나에게 없다. 혹시 가족끼리는 사랑해서, 애틋해서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은 혹시 아닐까?’
지금 다시 보니 이건 변명인 것도 같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의 순간을 들여다 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물론 나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이 정도의 사랑은 아닌 것이다. 나는 늘 책을 읽고 자수와 외국어를 배우는 엄마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옷을 추레하게 입고 다니고 감정기복이 심한 엄마의 모습은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들여다보려고 한 것이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아무튼, 꽁 머니 카지노’는 꽁 머니 카지노와 그것을 좋아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친구, 전 연인, 동생, 동료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기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그들에 대한 애정으로 관찰하지 않는다면 쓰지 못할 글이라는 것을 책을 덮고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