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여러문답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유독 내 마음을 크게 두드린 두 개의 문답에 대해이야기하고 싶다. 두 문답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Q. 내가 왜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냐고?
A.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나이기 때문에.
읽자마자 알았다. 바로 이것이 내가 선천적 시각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으로 살며숱하게 들어온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눈이 왜 그래?
어쩌다 그렇게 됐어?
내 눈이 왜 이러냐고? 어쩌다 그렇게 됐느냐고?
내 눈이 나의 눈이기때문에, 내 몸이 나의 몸이기 때문에,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나이기 때문에.
저자와 달리 내게는 정확한 진단명이 있고,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증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이어서 장애가 신체적으로 내 생활을 크게 제약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오랜 기간 저 질문에 제대로답하지 못했다.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다.
어려서부터 줄곧 세상이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과 비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사이에 경계를 긋고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고,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은같은인간이아니라는 목소리를들으며 성장했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가 있어도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이어선 안 된다는 기묘한 강박과 장애를 가진 자로서 느끼는 비이성적 두려움이이성理性보다 먼저뿌리내렸다.내게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는 죄, 타고난원죄였다.그러나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를 가진 채로도삶은계속된다.내 눈은 언제까지나 내 눈이고,나를 구성하는조건이고,나라는사람을 만든고유성이다.따라서다음의 문답이 유독 내 마음을 두드린 건 사실상 필연이나 다름없었다.
Q. 선택할 수 있다면 이 병이 없었길 원해?
A. 그렇다.(…)하지만 그렇다라는 답이 지금의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면 대답을 못 하겠다.다른 방식으로는 내게 오지 않았을 변화들 때문이다. 예기치 못했던 방식으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나는 태산이 시작된 곳과 대양의 가장자리를 보았다. 삶의 아이러니와 농담에 의해 나는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를 만든 그 시간이 없었길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어떻게 원할 수 있겠는가. 어릴 때 꿈꾼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그저 내 자신을 조금 더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나는 이 나로,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겪어야 했던 모든 일을 겪은 바로 이 나로 살고 싶다.
큰 사고를 겪고 후천적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를 얻은사람이 쓴 책에서 오히려 감사한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가식이라고 생각했다.다시 태어나도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으로 태어나겠다는 어느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의외침을 들었을 때도오기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문장과 외침에 어떤 과정이 담겨 있는지를.
지금의 나는 나를 죄인 취급하지 않는다. 나는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이지 죄인이 아니며, 장애는 개성이지 원죄가 아니다. 내게 장애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장애가 있었기에 나는 비로소 내가 되었다.나로 태어나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된 나,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겪어야 했던 모든 일을 겪은 나덕분에이 책과 조우한나,곧 글을 마무리하고 책상을 떠나 잠자리에 들 나,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메이 작가가 짓고 옮긴 책을 모조리 장바구니에 담을나.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파란 돌」이라는 시가 있다.이 시의 화자는꿈에서죽은채 봄날의냇가를걷다가 냇물 속의 ‘파란 돌’을 발견하고 한밤에 눈을 뜬다. 투명한 물결 아래고요한파란 돌. 그 돌이 줍고 싶어서, 그걸 주우려면 아파도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 좋고 환하고 솜털처럼 가볍던 죽음으로부터 아픈 삶으로 돌아온다.
이 책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것에 관하여』는 내가 올해 발견한 첫 파란 돌, 사무치게 빛나는푸른 보석이다.
#책 속 문장
12쪽
숙련된 병자는 지치고 고단한 병자이기도 하다. 시험은 어려워지기만 한다.
43쪽
나는 지금 이 고통이 지난해의 고통과 뒤섞이고 다시 십 년 치의 고통과 뒤섞이는 걸 본다. 십 년 치의 고통이 또다시 평생 치의 고통과 뒤섞이고 평생 치의 고통이 그 위로 산더미처럼 쌓인 역사와 만나는 걸 본다. 돌아보고 거슬러올라가고 훑어보다보면 더이상 병을 이룬 것과 나를 이룬 것을 구분할 수 없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왜 아플까?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바로 나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나는 내 삶의 무늬를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85~86쪽
피터르 브뤼헐,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
말 그대로 절벽을 그리던 나와는 달리 브뤼헐은 거장이었으며, 이 거장의 작품은 위대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마치 화살처럼 대상의 내적 본성으로 파고들어 그 근원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
농부는 밭을 간다. 양치기는 양을 친다. 낚시꾼은 낚시를 한다. 배는 항해한다. 밀랍을 녹인 태양도, 소년을 삼킨 바다도 글 그랬던 것처럼 거기 그렇게 있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는다.
88쪽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알아가는 게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알고 지혜로워지는 일이기만 할까. 그건 알게 됨으로써 나 역시 훼손되는 일이기도 하다.
103쪽
나는 불운, 운명의 우연한 희생자, 당신이 피하고 싶은 모든 것이며, 당신의 정상성을 공고히 해주고 그 정상성에 감사하게 하는 타자다. 내 이야기는 당신에게 먼 곳의, 당신과 상관없는, 이국적인, 흥미진진한 이야기, 천 일 밤을 살게 하는 [천일야화]라기보다는 [아라비안나이트]이며, 그렇기에 당신이 재미와 쾌락과 감동과 영감을 취할 수 있는 이야기다.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말할수록 우리 사이의 경계는 뚜렷해진다. 나는 당신들의 ‘우리’ 밖으로 밀려난다. 고립의 경험을 말함으로써 오히려 고립을 다시 경험한다면, 그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된다면, 이야기를 할수록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희생자일 뿐이며 그렇게 무력해질 뿐이라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105쪽
그는 자신을 훼손하는 이야기를 신이 담긴 이야기로 바꿔낸다. 진실을 가리키지 못하는 사실을 서술하기보다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허구를 짓는다.
147쪽
이 조각들을 연결할 에너지가 없었을 때 나는 기다려야 했고, 이 문장들은 매일 두세 시간 책상에 앉아 읽을 수 있게 된 지금 이 몸에 의해서만 쓰일 수 있다. 앓기-읽기-쓰기는 너무도 겹쳐 있었다. 나으면서 읽었고 읽으면서 나았으며 나으면서 썼고 쓰면서 나았다. 나는 고통이 가르쳐준 주제에 관해, 오래도록 씹고 삼키기를 거듭해 내 살이 된 말들을 쓴다.
202쪽
버지니아 울프는 자살했다. 그는 ‘병에 진’ 것인가? 해피엔딩이 아니기에 불우하게 산 사람이 되는가? 조울병은 병이며, 무섭고 지독한 병이다. “다시 돌아오기에는 이번엔 너무 멀리 가버린 것 같아.” 언니에게 남긴 유서에 울프는 썼다.이번엔.그 한 번의 돌아오지 못함이 인생 전체를 검게 칠하는 결말은 아닐 것이다. 더이상 돌아올 수 없을 때까지는 계속 돌아온 게 아닌가.
229쪽
아픈 시간이 부활의 시간으로 여겨질 순 없을까.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 시간으로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순 없을까. 아팠던 우리는 가장 멀리 여행한 자다. 죽음 하나를 건넌 자다. ‘고통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되었음’이라고 이력서에 적고 싶다. 나의 미미한 인생에서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성취다.
234쪽
그리하여 나는 돌아오고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삶, 이 고통의 바다로.
이 쪽지들의 바다로.
#한 줄 평
슬롯 사이트 슬롯사이트 나이기에 앓는 아픔을 사느라몸속에 고인 말들, 통증이 가실 때에야 책상으로 돌아와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던 문장들이 빚어낸 보석. 사무치게 반짝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