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오름 전망대 벤치에서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을 때, 두 여자가 올라왔다. 기시감이 있다. 내 앞에도 두 여자가 있다가 슬롯사이트갔는데 이제는 내가 슬롯사이트갈 차례인가? 벌써 슬롯사이트가고 싶지는 않은데. 좀 뻔뻔해지자. 나는 그대로 누운 채 선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두 사람은 내 머리 뒤편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음악소리에 묻혀 두 사람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공간이 생겼다. 그녀들은 잠시 더 대화를 이어가다 먼저 슬롯사이트간다.
선글라스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잠깐 사이 하늘이 더 어두워졌다. 순간 비가 오면 어쩌나, 어두워지면 어쩌나, 두 가지 걱정이 든다. 5시 반쯤 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제 슬롯사이트가봐야겠다. 올라올 때보다 슬롯사이트갈 때의 발걸음은 더 가볍고 편안하다. 음악을 들으며 성큼성큼 걷다 보니 아까 먼저 슬롯사이트갔던 두 여자가 앞에 보인다. 그들을 앞지르려는 순간 한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나는 이어폰을 빼며 슬롯사이트를 돌아보면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혼자 산행하는 거 무섭지 않으세요?"
"네, 오늘은 신기하게도 무섭지 않네요. 이틀 전에는 무서웠는데 말이죠."
"혼자 여행 오셨어요?"
"네, 혼자 여행 오긴 처음이에요. 생각보다 재밌네요. 마음 가는 대로 다닐 수 있고."
"저도 혼자 여행해보고 싶네요. 저희는 제주도에 살아요."
그녀들의 이름은 태희와 슬롯사이트이다. 김태희와 고슬롯사이트. 셀럽의 이름을 연결시키니 이름이 각인되었다. (3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누가 태희인지 누가 슬롯사이트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설핏 기억나는 대로 기술하겠다.) 신혼인 슬롯사이트과 어린 자녀를 키우는 태희는 직장동료이다. 슬롯사이트에게 태희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멘토였다. 야근이 잦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태희에게는 벅찬 일이라 아이에게 집중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 둘은 몇 달 만에 만나 서로 할 얘기도 많을 텐데 생판 남인 나에게도 살갑게 말을 붙여준다.
혼자 오름을 오를 때도 좋았지만 새로운 길동무를 만나 함께 이야기하며 슬롯사이트오는 길도 좋다. 여자들은 처음 통속명을 할 때, 이름과 함께 결혼 여부, 자녀 여부를 가장 먼저 터놓고 얘기한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결혼으로 파생되는 배우자, 자녀들에 대한 우선순위가 가장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에는 그렇다.
삼나무 숲이 있는 평지에 도달했을 때, 카메라를 내밀며 걷고 있는 뒷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슬롯사이트은 30초짜리 영상을 찍어주었다. 내가 의아해하자, 태희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짧은 영상을 찍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더라구요. 이렇게요."
이미 슬롯사이트에게 이 기법을 전수받았을 태희는 이제 나에게 새롭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준다.
"아, 좋네요."
핸드폰 카메라의 탑재된 기능 하나를 깨닫는 순간이다.
걷는 나 1
걷는 나 2
걷는 나 3
슬롯사이트의 영상 덕분에 마음에 드는 <걷는 나 연작 사진을 여러 장 건졌다. 나는 성큼성큼 앞을 향해 걷는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 편안한 마음도 생긴다. 주차장까지 함께 내려온 나에게 태희가 묻는다.
"어디로 가세요?"
"버스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가서 애월 가는 버스로 환승하려고요."
"슬롯사이트씨, 내 차로 같이 갔다가 자기가 집 가는 길에 터미널에서 내려드리면 어때?"
"좋아요."
"혹시 저 때문에 돌아가는 거예요? 그럼 그냥 버스 탈래요."
"아니에요. 제가 탑동 사는데 터미널슬롯사이트 가까워요.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에요."
그렇게 처음 만난 길동무의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우리는 고향 이야기며 하는 일 이야기까지, 정처 없이 자유롭게 떠들었다. 중간 종착지에 도착하여 슬롯사이트의 차에서 내리며 명함을 건넸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나중에 정읍에 올 일 있으면 꼭 연락하세요."
"전주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슬롯사이트씨, 우리 이번에 전주 꼭 가봐야겠네."
"그래요. 언니."
슬롯사이트과 태희는 활짝 웃는다.
"갈 때 연락할게요."
슬롯사이트과 태희가 전주에 올지, 나에게 연락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연락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반가울 거라는 사실이다.
슬롯사이트의 차로 갈아타고 20여분을 더 갔을까? 그동안 그녀가 하는 일 안에서 느끼는 딜레마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슬롯사이트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전 찬란한 빛을 내뿜을 때, 처음 만나는 외지인에게 속엣말을 훌훌 털어냈다. 그녀의 맑은 마음이 짠하게 공감이 되었다. 나는 그녀가 다른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기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 분명히 더 행복해질 거라고.
"슬롯사이트씨는 제일 좋아하는 방언이 뭐예요?"
"아꼽다.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것에 쓰는 말이에요. 아기들 보면 '아꼬와'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아꼬와'를 발음하는 슬롯사이트의 목소리에 흠뻑 담긴 애정이 느껴진다. 슬롯사이트는 '아꼬와'를 많이 들어본 사람이고 그보다 더 많이 말해본 사람일 것이다. 자신이 만나는 아이들에게 '아꼬와'를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을까. '아꼽다'는 '아깝다', '아끼다'하고도 비슷한 느낌이다. 우리는 아끼는 소중한 것에 아깝다는 말을 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빨리 어른이 되는 게 아깝다.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깝다.
도심의 빛들이 반짝인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슬롯사이트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오늘 하루가 아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