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에는 신나는 제안을 받았다. 아주 훌륭한 안목을 가진 그분은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떤 글을 읽고 감사하게도 인스타그램까지 건너와 전시 제안을 보내 주셨다. 그동안 몇 번의 제안을 받긴 했지만 슬롯 사이트 뛸 정도로 신이 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80%의 긍정 모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평소 좋아했던 작가가 전시에 이미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고, 전시 장소 역시 가보고 싶어 찍어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결정을 서두르지 말라.
그래서 큰 아이에게 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마침 수학학원을 다녀온 터라 예리하고 이성적인 질문으로 나를 환기시켜 줄 줄 알았는데, 어째 아들은 엄마의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예비 관람객, 네 눈에는 이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단 말이냐.'
덕분에 나의 열정도 찬바람을 맞은 듯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그날 떠오른 집에 관한 생각들을 모아 이야기 한 편을 엮어본다.
이사를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마트와 관공서 등의 편의시설을 포기하고 꽤나 불편한 중산간 마을로 왔지만 '제주도 고향'과 같은 옛 동네로 와서인지 집에만 있어도 참 좋다. 특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들어와 현관문을 열면 '내 땅이오'라며 허락도 없이 거실을 차지한 햇살과 마주하게 된다. 고요한 집에 따스한 햇볕이 스며드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참 귀엽게 느껴진다. 이사를 하고 나서 좋은 일이 생겼거나 웃을 일이 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슬롯 사이트 편안하고 밝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기야 창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면 한라산이 보이고, 작은 텃밭이 딸린 정원을 가졌으니 마음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집이 주는 편안함을 느낀 것은 꽤 오랜만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장소로서 집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같지만, 식구들의 얼굴에 미소를 담아주는 집은 오래간만이다.
- 거실을 가득 채우는 햇살 때문인가?
- 아니, 이전에 살던 집도 햇살이 좋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굳이 이사를 하기 전후의 차이점을 꼽자면 이전 집은 슬롯 사이트 불편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럴 때면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 들어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직장인처럼 이사할 결심을 계산하며 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것은, 매일 잠들기 전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었던 집이었다.
'비,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지금의 편안한 감정은 아마도 이전 집에서 헤엄치는 오리의 보이지 않는 발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삶이 늘 좋은 방향으로 나를 안내한다고 믿는 슬롯 사이트라면 갑갑하고 괴로운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견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전 집은 나를 단단하게 치유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슬롯 사이트이 가진 기운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카페를 예로 들자면, 어떤 곳은 이유 없이 포근해지는 슬롯 사이트이 있고,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지만 막상 머물다 보면 차갑고 삭막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사는 집과 나의 일터는 꼭 따뜻한 기운을 퐁퐁 풍기는 그런 곳이길 바란다.
'폭신폭신한 방석과 소파가 있으면 그런 곳이 될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한때 나는 소파에 앉아 식구들을 맞이해야 인형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새장에 갇힌 우울한 새로 만드는 폭신한 소파가 참 싫었다.
그래서 그 집을 팔며 가장 먼저 소파를 버렸다. 그 안에 형체 없이 앉아있는 의무에 짓눌린 내 모습도 함께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애꿎은 소파에게 탓을 한 것을. 공간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가구나 소품이 아닌 것이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생물, 슬롯 사이트 가진 생각과 태도가 공간에 색을 만드는 더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이사만 해도 똑같은 가구와 슬롯 사이트 사는 공간을 옮겨왔다. 그러나 그 틈에 일상을 대하는 마음을 다듬어 둔 덕에 조금이나마 따스한 빛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두르지 말라.'
갑자기 열정이 채워질 때도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 급하게 쏟아낸 뒤에 어느 날 갑자기 축 처지는 일이 없도록, 잘 쪼개서 고루 나눠 써야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슬롯 사이트을 떠올리게 된다.
"슬롯 사이트아,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기쁘게 산다."
아빠는 통화를 할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매번 듣지만, 새해가 다가올 때는 다른 기분으로 들린다. 2025년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도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년에도 내가 속한 공간 곳곳에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스며들도록 기쁘게 사는 슬롯 사이트 되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