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의, 슬롯사이트를 위한, 슬롯사이트에 의한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
“묶어주세요.”
슬롯사이트의 작은 손에는 커다랗게 부푼 초록색 풍선이 들려 있었다.
작은 손가락으로 풍선 끝을 야무지게 잡고 있는 슬롯사이트는 재차 풍선을 내눈앞에 들이밀었다.
“얼른요. 어떻게 묶는지 몰라요.”
풍선을 들고 서성이던 나머지 슬롯사이트들도 우르르 몰려들었다.
“선생님, 저도요.”
“저도요.”
나는 이곳 남태평양의 작은 섬 뉴칼레도니아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이곳은 12월부터 2월까지 긴긴 여름방학. 12월 중순순이 되면 방학 특강 영어 수업을 위해 슬롯사이트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수업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인데 우린 9시부터 모여서 풍선을 불고 테이블에 케이크를 올리고 초를 꽂았다.
우리는 생일 슬롯사이트 준비 중이었다.
이 생일 파티의 시작은 이러했다. 방학 특강 영어 수업에 모인 프랑스 슬롯사이트 여섯 명은 첫날자기소개를 했다.
개 중 ‘마크’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슬롯사이트가 말했다.
“나는 이번 주 토요일에 11살이 돼.”
토요일이 생일이구나,축하해 라고 말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다른 슬롯사이트들이 와글와글거린다.
“생일이크리스마스이브야? 그럼 슬롯사이트를 어떻게 해?”
그렇다. 마크의열한 번째 생일인 토요일은 12월 24일, 즉 크리스마스이브다.
프랑스 문화에서크리스마스이브란 한국의 추석과 같은 가족 명절이다. 삼촌, 이모, 사촌과 할머니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가족 명절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슬롯사이트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마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친구들하고 생일슬롯사이트 해본 적 없는데?"
수업이 끝나고 슬롯사이트 두 명이 가방을 느릿느릿 쌌다. 다른 슬롯사이트들이 다 나가고 나니 그 둘은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붙이며 긴밀히 속삭였다.
“선생님. 우리 마크를 위해 깜짝슬롯사이트해줘야 해요.”
나는 어른의 심드렁함을 무기로 답했다.
“에이, 우리 토요일에는 수업 없잖아.”
슬롯사이트 둘은 사뭇 진지했다. 쉽게 물러날 폼이 아니었다.
“선생님. 생일슬롯사이트는 자고로 ‘친구들과’ 해야 해요. 선물도 받고 게임도 하고. 중요한 날이라고요.”
슬롯사이트가 '친구들과'에 힘을 주어 말하자, 다른 슬롯사이트가 얼른 덧붙인다.
“금요일에라도 슬롯사이트하는 건 어때요? 제가 집에서 케이크 만들어 올게요. 두 개 만들 수 있어요. 저 케이크 잘 만들어요.”
두 슬롯사이트의 진지한 눈빛에 나의 귀찮음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깜짝 생일파티 결사대가 조직되었다. 둘은 다음 날 다른 슬롯사이트들에게도 이 계획을 은밀히 전하고 각각의 미션을 줬다.
"라파엘라 넌 음료수, 엘린 넌 포크랑 컵, 가브리엘 넌 풍선. 나는 케이크 그리고 유고, 너는 과자를 가져와. 그리고 이거 비밀인 건 알지?할 말 있으면귓속말로만 해."
아이들이 틈만 나면 모여 쑥떡쑥떡 거리다가 마크가 오면 입을 꾹 다무니, 오히려 마크가 소외감을 느낄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슬롯사이트 특유의 해맑음 덕분인지 마크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금요일이 다가오니나도 혹시 몰라과자와 음료수를 사두었다. 대망의 금요일 아침.마크를 제외한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일찍 도착해 교실 곳곳에 풍선을 달았다.
마크는평소대로10시에 맞춰 교실에 들어섰고 우린 케이크를 들고 나란히 서서 외쳤다.
“서프라이즈!”
그리고 나는 그때 알았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게 된 슬롯사이트의 눈망울을 목격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는 걸.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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