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학부생이었던 나는 여름방학을 맞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물론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한 집에 있는 시간도 길어진 셈이다. 나는 방문을 닫고서 화장실을 나가는 것 외에는 외출(그래봤자 집 안이지만)을 하지 않았다. 찜통 같은 더위가 방 안을 휘감아도 나는 얼음을 씹어 먹으며 참았다. 그러던 중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게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한 식당의 점원으로 채용이 된 것이었다. 마침 함께 있는 것이 매우 불편하던 차에, 종화와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안 그래도 우리의 신경전은 집안을 온통 긴장시켰는데, 남편은 이곳저곳으로 불려 가며 푸념과 불만을 견뎌내야 했다(그때를 회상하던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굉장히 끔찍했던 과거였다, 정신병에 걸리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런 불만들을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여름의 아침을 깨우고 나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이른 출근을 하고 집에 없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집을 비운 사이를 틈타 나는 내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물건들이 완벽하게(내 기준에서는) 정리가 완료될 터였다. 그런가 하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방과 거실, 그리고 베란다에는 아직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가져온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것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호기심보다 불편함을 느꼈다. 자다가도 일어나 정리를 해대는 나로서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라이프 스타일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물건이 가장 많이 쌓인 베란다로 나갔다. 그곳에는 식당에서 써 온 주방 집기들, 그릇들, 반찬통과 김치통들이 놓여 있었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온몸에 힘이 돌았다. 정리를 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손에 집히는 대로 그릇들과 집기들을 정리해 나갔다. 집기별, 그릇별, 반찬통별로 하나씩 모아서 정리하며 뻐근한 허리를 두드렸다.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분노의 정리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되었을 때, 이제는 허름한 것들을 골라 투명 재활용 쓰레기봉지에 넣기 시작했다. 잔뜩 흠집이 난 반찬통, 뚜껑의 날개 부분이 떨어져 나간 김치통, 다섯 개나 되는 쓰지 않는 집게들 등등. 그렇게 못 쓰는 것들을 골라내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이걸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처럼 불편해할까, 아니면 기뻐할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약간의 후회와 두려움, 다수의 뿌듯함이 솟아올랐다. 마침내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집에 돌아왔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정리했어요.”
“응? 뭘 정리해? “
“베란다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얼른 베란다로 뛰쳐나갔다.
"아니, 이게 뭐야?"
"어머니, 제가 종류별로 정리 정돈해 놨어요. 잘했죠?"
"아이고 며느리야.... 집안의 살림살이를 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면 어떡하니!"
"너무 낡고 못 쓸 것 같아서 쓰레기봉투에 넣어 놨어요."
"내가 못 살아. 김치통까지 싹 다 버렸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한숨을 크게 푹 내쉬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나보고 더우니까 거실에서 쉬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팔을 걷어 올렸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등 뒤로 싸늘함이 느껴졌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이걸 다 어쩌냐’, ‘이걸 또 왜 버려’라고 하며 구시렁대는 게 들렸다.
“……어머니 죄송해요.”
라고 말했지만,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듣지 않았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어깨를 주무르며 내가 다시 돌려놓겠다고 말해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제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곳에 남아 있다가는 한바탕 두들겨 맞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얼른 방으로 도망쳤다. 그날 밤, 남편은 또다시 시어머니의 방으로 소환되었다. 그리고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깊은 쓴소리들을 나 대신 들어야만 했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를 감당하고 있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내가 최고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최선을 다 했는데 기분이 왜 이리 안 좋을까?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름의 최선을 다 했건만 상대방에게는 마치 영역을 침해한 것처럼 느껴지는…. 나는 무엇을 놓고 시어머니와 눈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감정을 추스르고 싶어 포털사이트에서 ‘고부갈등’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거기에는 시댁과 갈등을 겪는 수많은 사례들이 흘러나왔다. 그 속에 나도 마찬가지로 퐁당 빠져있는 것만 같았다. 나의 현실을 읽어내는 글들이 눈에 띄어 크게 공감했지만 그뿐이었다. 여러 글들은 시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깨울 뿐이었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나의 관계를 고쳐줄 게 아니었다. 어떠한 해프닝처럼 훈훈한 일화로 마무리되는 글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서로를 흉보는 글들이 더 많았다. 분노와 원망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니 내 속이 더 복잡해졌다.
시어머니와 사는 건 왜 이리 어려울까?
결혼을 결심하면서 나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이렇게 불편하게 살 줄 상상도 못 했다.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진솔함과 다정함을 좋아했던 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막상 결혼해서 같이 사니까 서로 다른 성향끼리 엎치락뒤치락하며 다투는 현실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 사건 이후에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덮어두고서 평소와 같이 나를 대했다. 자상한 부름에도 나는 흠칫 놀라며 잔뜩 긴장했다. 한편으로는 내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에게 섭섭한 감정도 들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훔치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걸 한편으로 치운 것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른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골라낸 점이 참으로 맹랑하기 그지없다. 남의 물건 특히 시어머니의 물건을 마음대로 해대는 내가 참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너무 어렸고,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잘못을 인정하고 보니 너그러이 넘어가주신 시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제가 물건들을 다 갖다 버렸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아~ 너도 같이 갖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려 했지."
"그럼 저는 공포영화에서 귀신 들린 물건처럼 다시 돌아올 건데요."
"그래라. 그럼!"
정화는 그때의 일을 돌이키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살림 도구들이 다 사라져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고 집게, 뒤집개, 국자, 그릇이랑 반찬통 몇 개만 남아있는 걸 보고서 한숨도 안 나왔다면서. 정화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는 그 뒤에 숨겨진 씁쓸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정리벽 자아가 너무나 큰, 이 며느리를 어찌할지 크게 고민했을 것이리라. 또 정화는 천안에서 가지고 올라온 마지막 흔적들을 몽땅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려 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슬펐을 것이리라. 먼 타지에서, 그것도 망하다시피 한 건물을 매입해 가게를 차리면서 갖은 노력을 하며 모았을 그 흔적들을 말이다. 그걸 깨닫지 못했던 나는 희미하게 정화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얼마 동안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숨죽여 살았다.
정화와 화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했다. 나는 정화를 존중하듯 그녀의 물건들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통제력(이라고 쓰고 정리강박이라고 읽는)을 덜어내는 힘의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후로 나는 정화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았고, 내가 보기에 무질서해 보이는 정화의 물건들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가지려 했다. 물론 지금은 물건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지 않고 쌓아놓느라 미니멀리스트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정화는 이제 나에게 제발 물건을 정리하고 버릴 건 좀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라고 야단친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화도 그때 소중하게 짊어지고 있던 물건도 흘려보내게 되었다. 정화는 물건을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면 자신의 일부를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는 것만 같아서 매우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자신을 내려놓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정화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참 어리석고 서툴렀다.
오늘은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옷정리를 한다면서 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묵은 옷들을 다 꺼내놓았다. 아깝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되었지”라고 답했다.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가 변화되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더라면, 그때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와 그렇게까지 다투지 않았을 텐데. 나는 아쉬운 마음을 곱씹으며 시어머니 옆에 앉아 옷들을 하나하나 개비고 있었다. 소매가 닳은 블라우스에서 하이 로우 토토 사이트의 고달픈 마음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