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글을 되짚어 보면 내가 마치 천사 며느리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시어머니의 예술적인 면을 칭찬하며 높여드리고, 시어머니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 다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는, 그러한 며느리. 매우 바람직한, 그러한 모습이 우리 가정 속에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애석하게도 메이저카지노 자아가 강한 며느리였다. 고집도 어지간히 세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향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편이었다. 어떤 이는 이런 나에게 '코끼리'라는 별명까지 지어주기도 했다.
별명을 얘기하다 보니 어렸을 적 자주 바뀌었던 것들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양'씨인 것을 본떠서 만든 다양한 별명들 예를 들어 양서류, 양파, 양초와 같은 유치 찬란한 것들이 내 이름보다 더 많이 불렸다. 그러다가 또래들도 머리가 크면서 별명의 종류가 바뀌게 되었는데, 그건 피대상자의 특성이나 성격 혹은 행동패턴에 대한 것이었다. 메이저카지노 목소리가 큰 녀석이었다. 유달리 목소리가 크고 활달하면서도 행동도 시원시원한 그런 종류의 학생이었다. 모 아니면 도, 와 같은 화끈한 성격 탓에 어차피 우등생이 못될 것이 뻔한 공부를 왜 하나 싶어 공부도 진작 때려치운 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내 성격을 봐서라도 크게 꾸중하진 못했다.
"메이저카지노 결혼 안 할 거야. 결혼은 너희들이나 해. 메이저카지노 화려하게 혼자 살 거야."
이런 얘기를 당당하게(그것도 선생님이 보시는 앞에서) 해댔다. 한 번은 이런 내 성격이 염려된 나머지 한 선생님께서 나를 조용히 불러내 얌전하게 있을 것을 권하셨다. 그때는 어린 학생이었다 보니까 그런 지적에 쑥스러움을 타기도 했는데,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면 도로 돌아오는 내 세상에 편안함을 느끼며 악을 쓰고 소리를 질러댔다. 수련회나 소풍을 갈 때면 꼭 친구들을 끌어와서 장기자랑을 하는 걸 빼먹은 적이 없었다(물론 상을 받은 적은 없다. 연예인이 될 재목은 아니었던 메이저카지노다. 그저 활달한 끼만 넘쳤을 뿐이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비혼주의를 외쳤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덜컥 결혼을 해버렸다. 그것도 비혼주의 선언을 한지 정확히 10년 만에. 그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던 결혼이었다. 마음의 준비, 예단과 혼수 등의 준비, 가족 간의 준비 등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진행된 결혼이었다.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결혼 과정에서는 남자친구와 작고 크게 다툰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이것이 훗날 시메이저카지노와의 갈등으로 터지리라고는 당시의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신명 나게 드럼을 두드리는 메이저카지노. 며느리를 패듯이 드럼을 쳐보시라 권유했더니 드럼 스틱이 갑자기 역동적으로 변했다.
"이건 메이저카지노고…. “
“이걸 왜 메이저카지노?”
“안 입는 거 메이저카지노냐?”
“아닌데요!”
정화는 당황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친정에서 챙겨 온 잡다한 물건들 사이에서 철 지난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을 때, 정화가 도와준다고 하면서 곁으로 왔을 때였다. 내 옷들 중에서 ‘안 입을 만한 ‘ 옷을 옆으로 빼놓으니 정화는 그걸 메이저카지노는 옷인 줄로만 알고 착각한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내 물건을, 내 동의 없이 버릴 것과 메이저카지노지 않을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차피 한 계절이 지나면 한 번 더 입고 메이저카지노든지 할 만한 옷이었다. 정화는 어쩔 줄 몰라하며 내 옆에 서서 옷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런 정화의 당황스러움을 충분히 느끼고 있음에도 나는 시어머니의 낯선 도움이 꽤 불편하다는 티를 감추질 못하고 입을 꾹 닫아버렸다. 결국 정화는 몇 번 더 옷을 매만지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뒤돌아선 정화의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정화가 내 물건을 이것저것 함부로 만지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 것을 ‘버릴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잡동사니 같아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일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감정은 엉뚱하게도 시어머니를 향한 미움으로 전이되어 메이저카지노고 말았다. 시어머니의 낯섦, 어색함, 억지로 혹은 빠르게 친해져야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들. 이 모든 게 나의 목을 꽉 쥐고 놓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정화와 한집에 있는 것이 너무나 불편해, 가끔씩은 가슴이 체한 듯 답답해지기도 했다. 정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정화의 방을 지날 때마다 정화는 멍하니 TV를 보면서 가슴을 여러 차례 쓸어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불편한 상황에서 정화와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친정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정화는 여러 번 나를 돕고자 하였고 동시에 여러 번 매몰찬 거절감을 경험해야 했다. 처음에 나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자꾸만 살갑게 다가오는 정화가 뭇내 신경 쓰인 나머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실은 결혼을 하고 난 몇 달 뒤, 별안간 정화는 천안에서 운영하던 고깃집을 모두 정리하고 올라왔다. 정화가 천안에 내려가 사는 동안 비어있는 본가 집에는 남편 혼자 살고 있었다. 결혼 후 자연스럽게 본가에 들어가 살림을 차리게 되었는데 친정에서 가져온 것들을 치우고 정리해도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정화가 갑자기 천안에서 올라와 합가를 하겠다고 해메이저카지노니, 나는 나의 짐과 정화의 짐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집이 짜증 났다. 짐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를 분노가 차올랐고, 결혼 이전부터 쌓여 있었던 강박증과 결벽증의 증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합가에, 내 감정도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시간과 함께 축적되어 갔다. 나에게는 낯익으면서도 한편으로 낯선, 정화와 함께 사는 것이 무척 혼란스러웠다. 여기가 정화의 집인지 우리 신혼집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결혼식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날마다 울화통이 터져서 길을 가다가도 울고 버스에서도 울었다. 내 것보다 더 많이 쌓인, 정화의 낡은 살림살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 결혼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는 수없이 나는 에너지가 축 쳐지는 평일 저녁조차도 시간을 내어 정리정돈에 매달렸다. 이런 나를 메이저카지노가 돕겠다며 다가올 때 나는 속상했다. 메이저카지노는 비닐에 둘둘 싸여 있는 옷가지들을 꺼내 착착 개어 한 구석에 쌓아 올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옷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탁상에 올릴 물건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내 계획을 흐트러뜨리고 다른 걸 정리하고 있는 메이저카지노를 향해 화가 났다. 메이저카지노는 선한 의도로 나를 돕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 선함조차 너무도 불편했다. 정리의 계획을 정한 건 평일이기 때문에 이미 많은 에너지를 외부에 쏟았기 때문에 간신히 남아있던 에너지의 흐름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속사정을 알 리가 없었던 메이저카지노는 적극적으로 나를 도우려 했고, 나는 내 계획에 에너지를 더 추가해야 하는 이 시간이 괴로웠다. 그렇다고 열심히 일하는 메이저카지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손이 빠릿빠릿해서 금세 옷정리를 끝내고 허리를 두드리는 메이저카지노를 어찌 말릴 수 있으랴. 때문에 나는 헷갈렸다. 내가 나쁜 며느리인지, 아니면 메이저카지노가 내 영역을 침범하는 것인지를.
“이거 메이저카지노는 거 아니거든요!”
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날들이 늘어가자 메이저카지노는 정리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나의 신경질에, 메이저카지노는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정리를 하다 말고, 문을 닫아 잠그고서 엉엉 울었다. 왜일까. 왜 나는 화가 났을까.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일까. 시어머니는 원래 이렇게 불편한 분인 걸까. 갖가지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시어머니의 도움도 내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그녀의 선한 의도도 내 마음에 닿으면 분노로 부서지는 듯했다. 나는 우는 날이 길어졌고 시어머니의 눈길을 피해 땅만 바라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