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 바카라

에볼루션 바카라라고도 불리는 해독스프를 자주 끓인다.

처음에 해외에서 '에볼루션 바카라(detox)에볼루션 바카라'라고 알려져유행하게되었다는 이 레시피는마치 동화책속의 에볼루션 바카라가 큰 솥에 음식을 부글부글 끓이는 모습을 연상하게 해서 에볼루션 바카라 스프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주재료인토마토,양파,샐러리,파프리카,양배추등각종에볼루션 바카라들을큰 냄비에 한꺼번에다 '때려넣고'뭉근하게끓이기만하면되니, 장초딩 표현대로 '모든 음식을 꿀꿀이 죽에볼루션 바카라 만드는' 나같은 구제불능요리똥손들도실패없이만들만큼 간단할 뿐 아니라, 몸속 노폐물 해독작용 및다이어트에도효과가있어서 꾸준히 인기있는 듯 하다.

듬성듬성 썬 각종 야채를 큰 냄비 가득 부글부글 끓여 아침으로 먹기도 하고, 시판 스파게티 소스를 부어 스파게티를 만들기도 하고, 빵에 올려먹기도 하고, 입이 궁금한데 뭔가 거한 걸먹기 부담스러운 시간, 야식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우리집에서 에볼루션 바카라는 마치 예전에우리네 엄마들이 여행가기전 전투 식량처럼 끓여놓는다는 '곰국'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에볼루션 바카라를 끓여볼까... 하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데 양배추 한통이 5천원, 무 한개가 4천원, 샐러리 한뿌리가 6천원???눈이 튀어나오게 올라버린 야채값에 선뜻 손구락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겨울임을 감안해도 야채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모든 게 올랐으니 야채값이라고 무사할 순 없을테지. 그런데 문득 카톡창에 뜬 '핫딜' 에 에볼루션 바카라용 냉동 야채가 보인다. 재료를 읽어보니 국산도 아니고, 냉동이라 좀 찝찝하지만, 양을 보니 할인가격 대비 가성비가 그만이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주문을 해버렸다.

그래, 급속 냉동이면 영양소 파괴도 적다고 했고, 외국산이지만 유기농이라니, 싼 값에 농약친 국산 야채보다 나을거고, 에볼루션 바카라에서 제일 오래 걸리는 야채 씻고 다듬고 자르는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 게다가 이렇게 핫딜 가격을 운좋게발견했으니, 이거야 말로 럭키비키자냐!!

중얼중얼 자기 합리화를 하며 주문한2kg의 냉동야채는다음날무사히배송되었고, 월동준비를 하는 추운 나라의 마녀처럼 나는 한겨울 내내 에볼루션 바카라를 끓일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야채를 냉동실에 쟁여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장초딩에겐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고, 나는 국처럼 끓인 에볼루션 바카라를 먹으며 이 음식의 해독작용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조만간 '디톡스'를 해야겠다고 별려온 일을 지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설겆이 거리를 그냥 쌓아둔 채, 나는 핸드폰 카톡에 저장된 친구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네이버에서 가입했던 카페와 밴드에서 모두 탈퇴에볼루션 바카라 카톡 단톡방에서 나오면서 1차 디톡스를 했고, 그 후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삭제를 하며 2차 디톡스를 했다. 그러나 카톡의 '자동 친구 추천 기능'으로 저장된 수많은 '친구'들의 목록은 아직 그대로여서 카톡을 확인할 때마다 체한 듯, 얹힌 듯 불편했었다.

일일이 삭제 버튼을 누르기가 귀찮아서 미루고 있기도 했었고,가끔 바뀌는 지인들의 '프사(프로필 사진)'을 보며 연락하지 않고도 근황을 짐작할 수 있었던터라, 이것까지 다 삭제해버리면 진짜 너무 고립무원이 되는 건 아닌가, 이제 연락처도 없는데 갑자기 연락할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카톡 친구 삭제하기'를 하더라도 내가 먼저 보낼 수는 없어도 상대의 메세지를 받을 수는 있다고 하니, 지난 몇년간 연락한번 없던 이들에게 갑자기 연락할 일이 있으리는 만무에볼루션 바카라, 뭔가 급한 일이 있으면 상대방이 먼저 연락을 하겠지 뭐. 이렇게 생각하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한번이라도 카톡 메세지를 주고받고, '친구 추가'를 했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그 안에 있었다. 누군지 기억도 안나는 이들, 배송 기사님이나 학원 차량 기사님, 장초딩의 지난 학년에 주고받았던 엄마들의 번호, 유치원 이후 연락이 끊긴 엄마들, 과외를 하며 상담했던 학부모 등등. 모두들 어디선가 자신들만의 역사를 써나갈 귀한 이들이지만 내게는 그저 '타인' 일 뿐인 사람들. 차례차례 눌러 삭제를 에볼루션 바카라 나니, 치렁치렁 엉키고 헝클어졌던 긴 머리를 자르고 상큼한 단발머리가 된 듯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단 한번 연락으로 온라인 속에서 자동 연결이 되어버린 수많은 선들을 정리에볼루션 바카라 나니 묵은 대청소를 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삭제한 이들 중에 누군가 필요에 의해 나를 찾거나 혹은 나의 소식이 궁금해서 다정한 안부를 해온다면 진심으로 응답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삶에서 눈을 마주치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쓸데없이 낭비되지 않은더 순도높은 진심을 다하면 될 것이다. 내 옆에 있는 내 가족, 나와 생각의 결이 같은 오랜 지인들에게 온라인 안부가 아닌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나 또한 그들로부터 온기와 에너지를 받게 될 것이니, 에볼루션 바카라를 먹으면 뱃속이 뜨듯해지듯이 그렇게 온 마음이 따뜻해지겠지.

에볼루션 바카라로 몸을 디톡스하고, 카톡삭제로 관계를 디톡스했듯이 내 마음속의 걱정과 불안, 때때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도 디톡스하려 노력중이다. 물론 내 감정의 디톡스가 가장 어렵지만... 그리고 그 감정 디톡스의 가장 좋은 방법은 브런치가 아닐까 싶다. 한동안 아무것도 못쓰고 맴돌았는데... 내 안에 감정 독소들이 독하긴 독한가보네... 에볼루션 바카라 한그릇 든든하게 먹고 다시 한자한자..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