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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오늘은 제 생일이었어요




사설 바카라, 오랜만이에요.


우리가 헤어지고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게 3월 초였으니, 어느새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정신없는 생활이었어요. 회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한 달이 멀다 하고 계속 뭔가 바뀌고 있어요. 팀의 인원들도 더 많아지고, 역할들도 조금씩 바뀌었어요. 어쩌면 변하지 않은 건 저인 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삶의 대부분의 열정과 시간을 회사일에 쏟고 있습니다.


사설 바카라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어요. 우리가 사귀었던 게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말이죠. 헤어지자고 말할 땐 이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사설 바카라보다 더 오래 사귀었던 연애도 어찌어찌 잘 이겨냈었기에,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설 바카라가 나오는 꿈을 여러 번 꾸었어요. 어려움에 빠진 사설 바카라를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주는 꿈도 있었고, 다시 우리가 사귀게 되어 함께 놀러 가는 꿈도 꾸었어요. 꿈 속이었는데도, 사설 바카라와 함께하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이 생생하게 다시 떠올랐어요. 편안하면서도 배려받는 느낌. 나를 존중해주면서도 전적으로 신뢰하는 눈빛. 사설 바카라의 손을 잡았을 때의 감촉과 나긋한 목소리까지. 그래서 잠에서 깨면 아주 아주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사설 바카라는 어떠셨나요? 헤어지자는 제 말에 더 많이 아프셨겠죠? 하지만 금방 이겨내셨나요? 혹시 이미 다른 좋은 인연을 만나셨나요? 사설 바카라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설 바카라의 소식은 되도록 모르려고 노력합니다. 참 바보 같죠. 이럴 거였으면 왜 헤어지자고 했을까요. 지금 후회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7월 16일. 오늘은 제 생일이었어요. 아마 사설 바카라도 알고 계셨을 거예요. 저는 오늘 하루 종일 혹시나 사설 바카라에게 연락이 올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쩌면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별을 통보한 입장에서 참 염치없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언제나 저보다 먼저 다가와준 당신이었어요.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를 통해서 호감을 표현한 것도,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날 내 손을 잡아 준 것도, 그리고 사설 바카라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려는 그 버스 정류장에서 한 발작 다가와 제 볼에 키스를 해 준 것도... 인연을 만들어감에 머뭇거렸던 저보다 현명한 당신이었기에, 어쩌면 오늘,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연락이 오면,

만약 사설 바카라에게 문자 한 통을 받는다면.

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 같아요.



누군가는 답답해하며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그렇게 아직 마음이 남아있다면, 네가 먼저 연락을 하면 되잖아!"


하지만 그 날 사설 바카라을 보내며, 차갑게 거절했던 그 말들과 표정이 스스로를 무겁게 짓눌러 차마 사설 바카라에게 먼저 연락을 못하겠어요. 저에게는 사설 바카라과의 인연을 되돌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사설 바카라이 저를 잊고 그 누군가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스스로떠나버린 이가 거기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사설 바카라




밤 11시가 넘어가네요. 이제 저의 서른세 번째 생일이 딱 1시간 남았어요.

아마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것조차도 제가 받아들여야 할 사설 바카라의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1시간이 지나고 나면, 되도록 사설 바카라을 잊어보려 노력할게요.



여름을 좋아했던 사설 바카라.

언제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게요.

그럼 이만,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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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의 모든 인명과 지명은, 실제와 다르게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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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출간, <서른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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