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싶었다. 서점은 베스트셀러를 포함한 새로운 책들이 많지만, 여러 권을 집어 들기엔 부담이 되기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신작도서란을 기웃거리다가 얇은 책슬롯 머신 집었다. 읽기 무난한 책들과 소설슬롯 머신 집어 올렸다. 내가 모르는 작가들의 책슬롯 머신 들여다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들의 생각슬롯 머신 들여다보고 뽑아(?) 쓸 수 있는 합법적인 도둑질. 어렸을 적엔 책을 읽는 행위는 작가의 생각을 도둑질한다고 여겼다. 소설을 읽는 것은 주인공의 삶을 훔치고 경험한다는 착각도 들었다. 도둑질도 스토킹도 허락하는 것은 독서뿐이었다. 책은 은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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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쪽에 16800원?
슬롯 머신 추천사보다, 표지 디자인 보다, 양장본의 무거움보다 묵직한 글과 숫자들.
값 16,800원
148쪽이니 한 쪽당 100원이구나. 한 장에 200원이구나. 이렇게 계산슬롯 머신 것이 어리석고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책들의 가격도 매한가지였다. 15000원을 넘기는 가격을 보고 나서 이제 책을 모으며 독서를 슬롯 머신 것은 어느 정도 사치가 돼버린 것 같다. 나처럼 읽는 행위만 충족시키면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책을 소유하고 읽는 즐거움을 가지는 사람도 있으니까.
이번에 빌린 슬롯 머신은 한 손안에 잡히는 크기와 두께였다. 다섯 권이 그러한데, 내용은 그 이상일 거라 생각했다. 책을 볼 땐 내가 도움이 되고 수용할 것만 보는 타입이긴 하지만, 이번에 빌린 슬롯 머신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내 입맛을 쓰게 한다. 공짜로 빌린 주제에 가격에 불만을 가지냐며 핀잔을 준다면 대꾸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해시태그 # 스토리라는 책의 슬롯 머신은 16500원이다.
모 사이트에 적힌 소개를 덧붙여 본다.
[현대 사회에서 SNS를 매개로 펼쳐지는 일상과 감정을 다룬 단편 소설집이다. 80~90년대생 신진 작가 4명이 참여한 이 작품들은 인터넷 밈, 인간관계, 익명성 등 현대인들이 SNS를 통해 경험슬롯 머신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각 단편은 SNS 속 현실을 통해 성장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그냥 편하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 모음집이었지만 가격에 적잖이 당황해 버렸다. 212쪽 안에 담긴 글슬롯 머신 보면서 일본의 젊은 작가들이 가진 생각의 파편슬롯 머신 훔쳐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감과 위로도 없었던 단편 소설들. 독서를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은 생긴 다지만 아쉽긴 하다. 스마트 폰은 책을 보는 것보다 더 재밌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폰 게임과 sns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을 훔쳐보지 않아도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
수많은 책들은 읽는 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내가 무심히 읽은 책이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꿀 책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내 삶을 바꿔 놓았지만 큰 감흥이 없다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인생의 책을 찾는 시간이 사라졌다. 그냥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감사히 여기는 것이 내 삶의 모토가 돼버렸다.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순간의 행복을 포기할 순 없다. 40살이 되어도 청년이게 슬롯 머신 것이 책의 힘이고 문학의 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