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바카라 토토를 두고 돌아섰다
차에 탄 사람 중 바카라 토토만 목적지를 몰랐다. 짠짠짠자라~ 휴대폰에서 ‘안동역에서’ 노래가 연신 재생 중이다. 바카라 토토 손을 붙잡고 있는 동생은 노래 장단에 함께 박수를 치며 포도맛 나는달짝지근한 젤리를 입에 넣어주었다. 오랜만에 차를 탄 바카라 토토는 오물오물 젤리를 씹으면서도 머리 위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었다.
벌써 다섯 번째 입소 날이다. 어젯밤 수건, 속옷, 티셔츠에 노란실로 바카라 토토 이름을 수놓았다. 종종 식탁에 앉혀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 나누는 작은 인형도, 숫자 세기 놀이를 하는 젠가, 벽에 붙어두었던 알파벳 교구도 돌돌 말아 큰 가방에 넣었다. 어린 자녀를 멀리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이와 비슷할까.
최근에 머물렀던 바카라 토토은 약을 많이 써서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모른 채 했다. 바카라 토토 측에 항의를 했다가 돌려 말했으나 결국 나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소했다. 동생이나 내가 직장을 관두고 간병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또 다른 바카라 토토을 찾았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치매가 일찍 와서 뇌의 나이보다 신체나이가 더 젊은 남자 어르신, 게다가 폭력성이 있다면 바카라 토토 기피대상 1순위이다. 동생이 치매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 한 바카라 토토을 찾았다.
춥다. 남편이 입던 검은색 노스페이스 파카를 입은 바카라 토토는 옷에 파묻혀 더 작아 보인다. 트렁크에서 큰 가방 두 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남편은 양손에 가방을 나눠 들고 앞서 걸었다. 바카라 토토 손을 붙잡고 동생이 뒤따랐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동생을 앞질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08
잠깐만 같이 올라가겠다고 부탁했다. 딸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바카라 토토도 그때야 안심한 듯 발을 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겨울의 햇빛 냄새 나무 냄새는 모두 휘발되고 둥글어진 공기가 들어왔다. 거실에 앉아있던 할바카라 토토 할머니의 몇몇 시선이 잠잠하게 꽂혔다.
중앙 식탁에 앉았다. 바카라 토토는 공손하게 앉아 접대용 빈 웃음을 짓고 있다. 간식으로 챙겨 온 조청유과 과자를 꺼내 봉지를 펼쳤더니 구수하고 달큼한 냄새가 올라온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바카라 토토에게 과자 하나를 입에 넣어 주어 주니 아삭아삭, 고맙다며 맛있게 먹는다. 곁에 요양보호사님이 과자를 챙겨주었다.바카라 토토가 과자에 한눈이 팔려있는 사이 쏜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왔다.
사무실에 들어가 입소 관련 서류를 작성바카라 토토. 여러 장의 서류에 사인을 하며 둘러보니 정수기 옆 CCTV 모니터가 생활실들을 비추고 있다.화면 하나에 바카라 토토의 정수리가 보였다. 우리가 곁에 없는지도 모르고 아직까지 과자를 열심히 집어먹고 있다.
당시에는 알지 못바카라 토토. 이 장면이 나를 줄곧 따라다니며 아프게 할 줄은.
조청유과를 입에 넣고 맛있다며 웃던 바카라 토토의 얼굴, 잽싸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뱉었던 숨, 그건 안도의 숨이었다는 걸. 말을 약간 더듬으며 서류작성을 돕던 사무실 직원의 음성, 하얀색 사무실 벽, 청색 CCTV 화면, 클로즈업되어 보였던 바카라 토토의 정수리.
화면 속 바카라 토토의 모습을 눈이 아닌 심장이 보는 것 같았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떠올리고 아파했으니 그 기억은 휴지통에 갖다 버려도 된다고, 나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랬으니 그만 놓아달라고. 그렇게 바카라 토토를 두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사정해도 별 소용이 없다.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바카라 토토 곁에 나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 2021년초의 기억
*대문사진 출처 : 마음건강길https://www.mindgil.com/news/articleView.html?idxno=69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