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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정 Jan 22. 2025

슬롯 사이트 배운 것들,
슬롯 사이트서 배운 것들

“다음 책 출간 계획이 있으세요?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하실 예정이세요?”


작년에 신간을 낸 이후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슬롯 사이트.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더 좋은 곳으로 가자』『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 세 권으로 ‘어른 되기 3부작’을 순서대로 썼다는 기분이 들어요. 모두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이야기였는데요. 이제는 방향을 좀 돌려서, 살면서 가장 오래 느껴온 감정인 슬롯 사이트 대해서 써보고 싶어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감정과 오래 동행해온 과정에 대해서요.”


언젠가부터 저항 없이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슬롯 사이트 쪽으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슬롯 사이트사진: Unsplash의Glenn Carstens-Peters


내게는 너무 당연한 게 재능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가끔 재능에 대해 생각한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남들이 대충 보더라도 티가 나고야 만다. 그건 콧볼 피어싱이나 귀 밑 타투 같은 것이라서 눈치 채지 못하는 게 더 어렵다. 그렇게 우뚝 솟아있는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정작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보다 자기 수준을 과소평가슬롯 사이트 있더라는 것이다. 자기 정도면 딱히 압도적인 수준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4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자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금융자산 기준으로 10억 이상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10억 이상을 가진 부자들은 총 자산 100억은 있어야 부자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응답슬롯 사이트.


이처럼 한 분야에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성향, 자질에 대슬롯 사이트는 실제보다 낮추어 생각하고 목표는 비현실적으로 높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자기 수준에 대해 혹독해지기에 타인에게 칭찬을 들을 때 마음속으로 ‘이 정도로 하는 사람은 많은데…. 난 아무 것도 아닌데….’ 같은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나는 남들도 나처럼 슬롯 사이트 사로잡혀 산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여겼다. 남들이 자꾸 신기해하며 물어보기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뭘 또 그렇게까지 하느냐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에 내가 과하긴 한가보다 싶었다.


원래 다들 나처럼 악몽을 꾸는 건 줄 알았는데


이십대에 사귀었던 남자가 한번은 정색하며 물은 적 있다.


“그런데 넌 굶어죽는다는 말을 왜 이렇게 자주 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걱정되잖아. 난 너무너무 걱정되는데. 넌 굶어 죽을까봐 걱정되지 않아? 원래 다들 그런 거 아니야?”


그가 피식 웃었다.


“지금 전쟁 중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북한 슬롯 사이트도 아니고, 설마 굶어죽기야 하겠어? 그리고 우리나라 복지가요, 그렇게 취약하지 않답니다.”


재빠르게 내가 되물었다.


“그럼 꿈은? 넌 악몽도 안 꿔? 떨어지거나 쫒기거나 죽거나 망하거나 그런 꿈 거의 매일 안 꿔? 슬롯 사이트 원래 다들 그런 거 아니야?”


그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잠시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손가락을 내밀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목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꿈? 글쎄. 별로 안 꾸는데. 너는 사는 게 되게 피곤하겠다.”


서른 살이 되어 사귀고 있던 남자에게 결혼하자고 할 때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줄래?”


회사에 다닐 때는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이렇게 물어본 적 있다.


“선배는 혹시 배움강박… 뭐 그런 거 있어요? 뭘 안하고 있으면 슬롯 사이트한 거예요?”



슬롯 사이트 자꾸 계획을 세우는 중


사회초년생 시절, 주말마다 관상 공부를 하러 다닌 적 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면서 자기 얼굴도 자세히 들여다 봐달라고 말하곤 한다. 그걸 배웠던 이유는 만약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일단 당장 현금으로 돈벌이 할 수 있는 걸 배워둬야겠다고 생각슬롯 사이트였다.


잡지기자로 일을 시작했는데 입사하자마자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업계가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이런 변화 속에서는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문화센터에서 사진이나 영상, 글쓰기 관련 수업을 꾸준히 수강했다. 현직 신문사 사진 기자에게 촬영 기법을 배웠다. 스튜디오를 대관해 인물 사진 찍는 법을 익히고 계절마다 산이나 공원에 가서 야외 촬영을 했다. 편집 기자 실무 수업을 들으면서 클릭슬롯 사이트 싶은 제목 다는 연습을 했고 블로그 검색 최적화 기법 같은 걸 배웠다. 앞으로 유튜브 콘텐츠가 대세가 될 거라고 전망하며 프리미어로 편집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


취향을 넓혀 보려 아등바등하기도 했다. 책 읽는 것 말고 취미나 특기가 별로 없다는 게 오랜 콤플렉스였다. 피아노는커녕 리코더조차 불 줄 모른다는 게 특히 숨기고 싶던 부끄러움이었다. 지인 소개를 받아 기타 과외를 받았는데 초등학교 때 다친 왼쪽 중지로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기타줄을 누르는 게 어려운 걸 뒤늦게 알았다. 악기 배우는 걸 포기하고 종로에 있는 국악원으로 갔다. 한복을 입고 머리에 쪽을 진 선생님이 북을 치며 한 대목씩 불러주면 그대로 따라 했다. 그렇게 슬롯 사이트 판소리 중 세월의 무상함을 토로하는 ‘사철가’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다. 드디어 내게도 음악 쪽으로 특기 하나가 생긴 것이다.


내가 태교를 유난스럽게 했다는 것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깨달았다. 똑똑한 아이를 낳아보겠다고 구몬 영어, 구몬 수학, 구몬 한자를 신청슬롯 사이트 정해진 양의 학습지를 풀고 매주 방문하는 선생님께 검사를 받았다. 태아의 정서 발달에 좋다고 하는 클래식 음악만 종일 들었으며 큰 소리에 혹여나 태아가 놀랄까봐 임신 기간 내내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매일매일 육아서와 동화책을 읽은 건 물론이고 커피와 매운 음식과 배달 음식을 끊었다.


나는 자주 두려웠다. 내가 잘못슬롯 사이트 뭔가를 망칠까봐.

또는 얕게나마 차곡차곡 쌓아온 슬롯 사이트이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에 허물어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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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사이트이 여드름 같은 거라고 치부해버리던 때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울긋불긋 화농성 여드름과 오돌토돌 거슬리는 좁쌀여드름이 사라질 거라 기대했던 것처럼, 슬롯 사이트도 나이 들어 노숙해지면 사라질 줄 알았다. 아니 최소한 덜어질 줄 알았다. 정규직 직원이 되면, 이직하면, 결혼하면, 퇴사하면, 돈이 좀 생기면….


그런 믿음들에 차례차례 배신당하고 나니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되었다. 슬롯 사이트은 여드름이 아니라 대상포진이나 입에 붉은 물집이 생기는 헤르페스와 비슷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해지거나 과로하면(현대인들 중 스트레스 없고 피로하지 않고 과로하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할까?) 인사도 생략하곤 “나 또 왔어! 하고는 옆에 앉는 친밀한 감정이었다.


나는 슬롯 사이트공부한다. 작년부터는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노인이 되면 아마 문화센터나 노인대학에 가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꾸만 새로운 걸 배우려하고, 주변을 통제하려 하는 건 불안감 높은 사람의 대표적 특성이기도 하다.슬롯 사이트은 나를 자꾸 긴장하게 하고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끝없이 다그치게 한다. 내 어깨는 항시 굳어 있어서 만지면 딱딱하고 이를 악물고 자는 습관 때문에 턱 관절 상태가 나빠서 삐걱거린다.


그러나 슬롯 사이트이 내게 부정적인 것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관상 공부를 하다 보니 이목구비 하나하나보다 풍겨 나오는 기운, 기세, 낯빛, 눈빛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관상보다는 골상, 골상보다는 심상이라는 말이 관상학에는 있는데 평소 자주 짓는 표정에서 드러나는 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구의 『백범일지』에는 그가 관상학에 따라 자기 얼굴을 면밀하게 관찰하였더니 천슬롯 사이트 가난슬롯 사이트 흉한 상 밖에 없어서 좌절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이후 관상학 책 <마의상서에서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슬롯 사이트,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라는 구절을 만나 앞으로는 내적 수양에 몰두하겠노라 다짐한다는 결론을 나는 매우 좋아슬롯 사이트 공감한다.


관상을 배우게 되자 외모에 대한 목표가 바뀌었다. 나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눈빛이 반짝거리는지를 체크한다. 아프거나 호기심 없거나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면 눈부터 희미해진다.


판소리를 공부할 때는 정정렬을 알게 되었다.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는 소리꾼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인물치레(외모), 사설치레(이야기), 득음, 너름새(연기력)라고 주장했는데 정정렬은 이 같은 소리꾼 기준에 한참 미달슬롯 사이트. 타고난 목소리가 거친데다 고음 표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판소리에 인생을 걸고 싶던 그는 이처럼 치명적인 조건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껴 여러 번 자살 시도를 슬롯 사이트.


결국 정정렬이 찾아낸 것은 목의 한계를 음악의 적극적 변주로 채우는 것이었다. 그는 장단을 다양하게 엇붙여가며 소리를 슬롯 사이트 화려한 기교로 독특함을 뽐내게 되었고 이 시도는 신식 판소리로 평가받게 되면서 ‘일류 명창’ 칭호를 받도록 했다. 전까지 내가 알던 판소리의 대가는 천부적인 목을 타고 나서 그의 스승마저 연습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귀한 목을 아끼라고 했다던 김소희뿐이었다.


예술계에서 성공하려면 일단 타고 나는 것이 팔할 이상이라고 믿었던 내게 정정렬의 이야기는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강점을 강화해가는 것만이 개성이 아니고 약점을 다른 강점으로 뒤덮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구나.


사진을 배울 때는 ‘무엇을 찍을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버릴지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모두 보여주려고 하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합니다’란 말을 노트에 받아 적고 외웠다. 무엇이든 꽉꽉 채워야 안심이 되었던 내게 한동안 그 말은 위로이자 결정의 방향이 되어주었다.


드라마와 소설을 배울 때는 결국 ‘갈등’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느꼈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이 목표를 가지고 갈등슬롯 사이트 좌절하게 되면서 진행된다. 바꾸어 말하면, 갈등이 없고 좌절이 없으면 주인공이 아니다. 이야기의 본질이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과 좌절은 숙명이다.


돌이켜보면 불안한 마음이 나를 멈추게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 때문에 시도한 것들이 나를 밀어주기도 했다. 과거는 언제나 일정 부분 편집되고 미화되기 때문에 돌이켜보는 기억들은 자꾸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 같이 수상소감 같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 슬롯 사이트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와 지금껏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평생 함께 할 것임이 확실한 친구인 슬롯 사이트. 이 오래된 친구와 조금 덜 불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마지막 대사, ‘편안함에 이르렀나’라 묻는 건 어렵겠지만 ‘자주 편안함을 느끼느냐’고 묻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듣는 건 가능하니까.


나는 요즘도 악몽을 자주 꾸지만예전만큼은 아니다.





* 덧붙임


제 슬롯 사이트 재능은 요즘 폭발적으로 발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3일 대통령이 불법계엄령을 발표한 이후 새벽에 자꾸만 깨어 휴대폰으로 새로운 뉴스를 확인하고 있어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뉴스를 수시로 찾아보게 되니 쉴 새 없이 긴장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이처럼 생활리듬이 깨지게 되니 낮에는 자주 멍하고 무기력해졌습니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저처럼 우울해지고 슬롯 사이트한 한국인이 최근 매우 많아졌다고 합니다. 원래는 연말이면 이런저런 새해 계획을 세우는데 처음으로 올해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어요. 올해는 그냥 건강을 우선으로 하면서 잘 버텨 보자고 다짐했지요. 우리 함께 이 혼돈의 시기를 다독이면서 이겨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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