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를 통해 온라인 슬롯이 많이 알려지면서 마치 나만의 최애 중국음식이, 만인의 최애 중식으로 떠올라 소심한 질투심이 든다.온라인 슬롯이란 걸 처음 먹어봤던 순간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처음엔 징그러울 정도로 두툼한 지방층에 식겁했지만,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 그 질감에 당황스러웠다. 세상에, 이게 중국 요리구나. 그때부터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요리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온라인 슬롯을 빼놓지 않게 됐다.
온라인 슬롯과 소동파의 연관성
온라인 슬롯(东坡肉)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이다.항저우는 상하이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근교 도시인데 중국의 옛 시인, 소온라인 슬롯가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엔 항저우와 쑤저우가 있다(上有天堂,下有苏杭 )"고 예찬한 이래, 줄곧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소동파와 온라인 슬롯이란 이름에서 유사성을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실제로, 이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딴 음식이기 때문이다.북송 시대(1037-1101)의 대표 시인인 소동파는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지주이기도 했는데, 백성들을 이끌고 제방을 쌓는 사업을 진행해 홍수 피해를 최소화했다. 백성들은 감사의 표시로 돼지와 양고기 등을 바쳤는데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미식가였던 소동파가 돼지고기 덩어리를 네모나게 잘라 찌고, 간장 양념을 해 삶아 백성들과 나눠 먹었다는 것이 온라인 슬롯 기원이라고 전해져 온다. 당시 소동파가 항저우 지주였기 때문에, 온라인 슬롯은 자연스레 항저우의 3대 진미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에도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온라인 슬롯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슬롯은 무슨 맛일까?
수년 전, 항저우에 처음 방문했을 때 "서호 한 바퀴를 걷겠다"란 무모한 도전을 했다. 하루 종일 걸으면 다 걸을 수 있을까란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 나는 그늘 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과 가도 가도 마치 무한대로 펼쳐진 듯한 호수 모습에 포기를 선언해야 했다. 이미 지친 상태라 늦은 점심으로라도 주변에서 뭔가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다행히 브레이크 타임이 없던 주변 식당에서 온라인 슬롯을 맛봤다. 야심 차게 온라인 슬롯을 주문했는데 한국에서 먹을 때와 달리, 작은 도자기 그릇에 달랑 한 점 나오는 것에 당황한 것은 잠시, 젓가락으로 퉁퉁 건드리면 마치 젤리처럼 탄력 있게 움직이는 이 온라인 슬롯을 들어 한 입에 넣으면 이 거대한 한 점이 스르르 녹는다.
흔히 우리 혀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4가지 미각을 느끼는 미뢰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다. (매운맛은 통각)근래엔 감칠맛(우마미)과 지방맛이란 개념도 추가되었다.(지방맛: 기름이 내는 고소한 맛을 가리킨다) 온라인 슬롯엔 신비롭게도 '신맛'을제외한 나머지 모든 맛이 느껴진다. 단맛과 짠맛, 약간의 쓴 맛, 감칠맛, 지방맛. 이 모든 맛이 입에 들어오자마자 훅 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고기가 녹는다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나무로 뒤덮인 수풀 속에서 마치 보석처럼 튀어나왔던 그 식당은, 알고 보니 꽤 유명한 맛집이었는데, 당시 바이두맵에 저장하지 못한 탓에 이번 재방문 때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항저우를 여행 차원에서 방문했다면 이번 방문은 "온라인 슬롯을 먹기 위해서" 방문했다. 물론, 그때 가보지 못한 관광지도 방문하기 위함이지만, 온라인 슬롯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이는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온라인 슬롯 먹기 위해 방문한 두 곳
온라인 슬롯은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주문할 때마다 만드는 요리가 아닌, 한 번에대량으로 만들어 잘라서판매한다.따라서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식당에 가야 맛은 둘째치고 재료 퀄리티가 좋을 확률이 높다. 또한 온라인 슬롯만 따로 파는 집은 드물고, 대부분 다양한 중화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에서 판매한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총 두 곳이었는데, 첫 번째 방문한 곳은 5층 규모의 거대한 식당이었다. 항저우의 대표 관광지인 서호 근처 번화가에 위치해 있는데 독특하게도 1층은 김밥천국처럼 비교적 간단한 음식을 간식처럼 판매하는 공간이었고 나머지 2~5층은 고급 중국 요리 레스토랑 및 연회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온라인 슬롯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많아서 방문한 곳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김밥천국스러운 분위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온라인 슬롯 1점에 23위안 (약 4~5천 원 선)이다. 달랑 고기 한 점 먹기엔 허전해서 소고기가 들어간 당면 국수를 시켰다.정식 식사보단, 출출한 오후 시간대 간단히 요기하는 공간이라 음식 사이즈들이 작은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 오랜만에 만난 온라인 슬롯 한 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에서 먹은 온라인 슬롯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대부분의 온라인 슬롯보단 퀄리티가 훌륭하다.고기는 여전히 탄력 있었고, 양념에서도 기대했던 단맛과 짠맛, 지방맛, 감칠맛 모두 느껴졌다.
온라인 슬롯 한 점과 함께 시킨 소고기 당면 국수 (온라인 슬롯에 초점 맞추다 보니 당면 국수가 살짝 아웃 포커싱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 항저우에서 먹었던 온라인 슬롯처럼 입에서 순식간에 녹는 경험이 없었다. 물론 김밥천국 같은 곳에 와서 온라인 슬롯의 퀄리티를 논하는 것은 우습지만, 나름 이 온라인 슬롯은 이 유명한 식당의 2~5층에선 큰 사이즈로 패밀리 단위 손님, 연회장에서 서빙되고 있는 퀄리티이기 때문에 살짝 기대했었던 게 없잖아 있다. 아쉬운 대로, 다른 곳에서 제대로 다시 먹어야지 다짐했다.
연회장 레스토랑에서 혼밥 하기
항저우엔 이틀 정도 머물렀는데, 기차 타기 직전 제대로 마지막 식사로 다시 온라인 슬롯을 찾았다.기차역 근처, 온라인 슬롯으로 유명한 고급 중식 요리 식당이 있어서 찾았는데, 식당 표시는 없고, 호텔 로비 공간이 나타났다. 캐리어를 끌고 가니 처음엔 호텔 숙박객으로 생각했던 직원이 나를 카운터로 안내했다. 내가 "호텔이 아니라 여기 식당이 있어서 밥 먹으러 왔는데요"라고 말하니, 카운터 직원이 한 직원을 부르더니 나를 안내했다. 당시 내가 밥 먹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직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는데 그 이유를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알게 됐다. 그냥 호텔 입점한 중식당이라 생각했는데,누군가의 결혼식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을 연회장이었던 것이다.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수십 개 놓여 있고 테이블마다 음식을 수십 가지 시켜놓고 각자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이런 곳에 혼밥 하겠다고 찾아왔으니 직원들이 당황스러울 법도 했다.
대형 원형 테이블만 있으면 어쩌나 살짝 불안했는데 다행히 구석에 2인 사각 테이블도 있었다. 그곳에 안내받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메뉴판을 받아 온라인 슬롯을 포함한 요리 2가지, 밥을 주문했다. 누군가가 있다면 다른 요리 하나 더 주문할 텐데.
온라인 슬롯과 더불어 주문한 요리는 탕추리지(糖醋里脊)다. 탕수육의 변형된 형태로, 새콤함이 훨씬 강조되는 음식으로 소스에 볶아 나온다. 한국 사람이라면 호불호 없이 좋아할 음식인데, 혼자 여행 와서 탕추리지를 주문할 땐 양이 많아 엄두를 못 내는데 이곳에선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혼자 먹을 수 있다는 직원 설명에 함께 주문했다.
단체 고객들이 잔뜩 있는 연회장인 탓에 내 음식이 모두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기차 시간까지 넉넉하게 온 건데 기대 이상으로 늦어지자 점점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구석에 있어서 잊힌 것은 아니겠지, 혹시 직원을 불러 다시 확인해야 할까 등 별의별 생각이 들던 와중 다행히도 내 음식들이 모두 도착했다.
온라인 슬롯 한 점과 탕추리지
온라인 슬롯 한 점
온라인 슬롯은 꽤 만족스러웠다.양념 간이 조금 센 감이 있었지만, 이틀 전에 먹은 온라인 슬롯보다 풍미가 깊었다. 밥이 넉넉하게 나온 덕에 소스를 밥에 조금 부어 비벼먹으니, 간이 딱 맞았다. 온라인 슬롯 1점만 나오면 아쉬울 거 같단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의외로 이 강렬한 맛은 한 점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만약 두 점, 세 점 먹으면 강렬한 지방맛에 쉽게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슬롯엔 없는 신 맛을, 함께 시킨 탕추리지가 보완해 주었다. 중국의 흑초 맛이 강하게 배인 탕추리지는 온라인 슬롯과 달리, 계속 젓가락을 가게 만든다.중국 요릿집에 방문해 온라인 슬롯을 주문한다면, 온라인 슬롯에 없는 새콤한 맛을 가진 요리를 함께 곁들여, 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미각을 느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