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면서 여러 번 바닥을 친 적이 있다.

20대 지병이 심할 때와 대학원생 시절,

사고 후 한국에 돌아온 뒤와신규 발령 후

직장일에 시달릴 때도 심한 우울을 겪었다.

지난 몇 달 간도 계속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못 자고, 안 먹고, 사람을 피해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 한 달 사이 '이러다 자칫하면

큰일 나겠다' 싶을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10년 간 애써 외면하며 버티고 견뎠지만

마냥버티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큰맘 먹고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았다.

늘 내가 내담자에게 건네던 질문들을

이번엔 의사가 나에게 건네어왔다.

- 어떤 게 힘들어서 왔는지

- 힘든지는 얼마나 됐는지

- 주로 어떤 증상들이 있으며

- 계기나 원인이 있는지물었다.

- 나는슬픔과 분노 등 감정조절이 안 되고

- 전반적으로 사고가 많이 왜곡돼있으며

- 10년 전에 시작돼 최근에 심해졌고

- 우울 증상과 자살사고가 있다고 답슬롯사이트.

뒤따라 온 의사의 질문에응답하면서

살아오면서 파악한 내 상태를 설명슬롯사이트.

원가족들과의 관계와 자라온 양육환경의 문제,

지속적으로 존재했던 물질-환경적 결핍은 물론

10년째 투병 중인 지병과 4년 전 겪은 사고 후

지금까지 지속 중인 고통스런 상황들을 알렸다.

한참 얘기를 듣던 의사는 짧은 한숨을 뱉었다.

참 힘들었겠다고, 아프지 않을 수가 없겠다며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니방법을 찾아보자 슬롯사이트.

의사는 검사지 몇 장을 내 손에 쥐어줬고

나는 익숙한 문항들05

-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피하고 싶고

- 누군가 나를 나쁘게 생각할 것 같아 두렵다고

- 계속 벌을 받고 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으며

- 모든 것이 짜증 나고 걱정되고 후회된다 슬롯사이트.

의사는우울과 불안 정도가거의최고 수준이며

사회적 스트레스가 커서 대인기피가나타나고

심박과 호흡에서 공황증세가 약하게 시작됐다며

신체적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어보자 슬롯사이트.

2시간의 진료 끝에 내 손에 약봉지가 쥐어졌다.

505래망설이고 고민했을까.

정신과에 가는 게 뭐대수라고 그렇게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며 피해 온건지허무하고 안타까웠다.

그렇게 오랜 시간 심리학을 공부하고

그렇게 많은 우울증 환자들을 슬롯사이트하며

그렇게 여러 번 병원에 보내고 약을 먹여놓고

정작 나 자신은데려오지 못슬롯사이트니씁쓸했다.

의사는 약에 적응하는데만 2-3달이 걸린다 했다.

적응기가 지난 뒤에 조금씩 증상이 호전될 거라며

증상 호전은 끝이 아니라치료의시작이 될 거라고.

10년 넘게 긴 시간 아파온 만큼 괜찮아지는 대도

2-3년가까운시간이 필요할 테니 조급해 말고

일단 살아남아서 지켜보자고 나를 설득슬롯사이트.

병원을 나서며 '과연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

'아플만하다'는 말이 생각나 조금 위안을얻었다.

'약을 먹고 나아지면 좋겠다' 작은 기대를 슬롯사이트가

금세작은 기대와 위안조차깨어질까 두려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선선한 바람에 벌써 가을이 오나보다생각했다.

여름을미처즐기지도 못한 채 지나 보낸것이,

좋아하는 수박과 초당옥수수를못먹은게 생각나

적어도 내년 여름까진 살아봐야 되지 않나 싶었다.

이 치료가 나에게 끝이 아닌 시작을 허락하길,

내가 잡은 이 마지막 지푸라기가 끊어지지 않고

튼튼하게 나의 삶을 함께 버텨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