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3 댓글 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편의 한국 출장은 메마른 카지노 꽁 머니 살이에 한 번씩 찾아오는 단비 같은 이벤트다. 낮에는 출장 업무, 밤에는 밀린 업무를 해야 하는 게 출장이라 남편에게는 피하고 싶은 장맛비 같은 이벤트겠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남편이 회사에 안 가니 차를 마음껏 쓸 수 있고, 둘째, 필요한 물건을 한국에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을 개시하고 장바구니에 부지런히 물건을 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사 오는 물건은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은 단연코 식재료다. 나물, 사골 엑기스, 미역, 찹쌀가루 등 카지노 꽁 머니 현지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너무 비싼 한국 식재료는 물론 한국에서 자주 먹던 과자와 아이 간식까지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온 날 우리 집은 잔칫집 분위기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식재료들로 냉동실과 식료품 선반을 꽉꽉 채우고 나면 몇 달이 든든하고 행복하다.


그중에는 ‘뭐 이런 것까지 사 오나, 나도 참 유난이다’ 싶은 식재료들이 많다.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때가 제철인 과메기, 국산 쌀로 만든 쫄깃쫄깃 떡국떡, 파김치 담을 때 필수인 꽃게액젓, 국 끓여 먹고 전 부쳐 먹는 바다 냄새 가득한 매생이 등 참으로 부지런히 식재료를 실어 나르며 허한 마음을 위로받고는 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식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애카지노 꽁 머니’이다.


특별할 것 없는 채소 애카지노 꽁 머니, 아마 가장 만만한 식재료 중 하나가 아닐까. 찌개를 끓여도 되고 전으로 부쳐도 되고 나물로 무쳐도 되니 반찬이 고민일 때 일단 장바구니에 담고 보면 뭐라도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딸도 애카지노 꽁 머니으로 전을 부쳐 주면 다 먹고 한 번 더 리필을 외친다.


그런데 역시나 없는 것 대부분인 인도에 애호박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구할 수 있는 호박은 주키니, 그리고 사이즈는 애호박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맛은 완전히 다른 ‘애호박을 닮은 이름 모를 채소’가 있다. 처음에는 ‘애호박을 닮은 이름 모를 채소’를 사서 전을 부쳐 보았다. 애호박의 아삭한 식감을 기대하고 한 입 베어 물었으나 물컹물컹한 처음 먹어 보는 식감에 호되게 당했다. 그 이후부터 고민 없이 만드는 반찬 상위권에 있었던 애카지노 꽁 머니은 그 자리를 잃고 말았고, 나 또한 용기를 잃어 처음 보는 채소는 시도조차 해 보지 않게 되었다. 안 그래도 먹을 것 없는데 더 먹을 것이 없어졌다. 참담했다.

undefined
undefined
왼쪽 사진에서 오른쪽 가운데 길쭉한 것이 '애카지노 꽁 머니을 닮은 이름 모를 채소'다. 지금 보니 하나도 안닮았다. 그걸로 부쳐 먹은 전은 오른쪽 사진. 물컹물컹 너무 맛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남편의 한국 출장길에 애호박을 주문했던 것이다. 아삭아삭 고소한 카지노 꽁 머니을 부쳐 먹고 된장찌개에도 별 맛없는 주키니 대신 애호박을 넣고 싶었다. 신선 식품이니 미리 주문해 놓을 수 없어서 남편이 인도로 돌아오기 전 날 새벽 배송으로 애호박 세 개를 주문했다. 그것을 어머니 댁 냉장고에 보관하고 공항 출발 직전 꼭 짐에 챙겨 넣으라고 신신당부했다.


통통한 애호박을 꽁꽁 싼 포장지가 트렁크에서 나왔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할 수만 있다면 애호박과 얼싸안고 싶었다. 당장 꺼내 썰어서 소금을 묻혀 물기를 빼고 밀가루를 묻혀 계란물을 씌워 지글지글 카지노 꽁 머니을 부쳤다. 이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카지노 꽁 머니인지! 아이도 오랜만의 카지노 꽁 머니이 너무 맛있었는지 식판에 담아 준 자기 몫의 카지노 꽁 머니을 다 먹고 더 달라고 했다. 비행기 타고 온 그 귀한 애호박으로 전도 한 번 더 부쳐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었다. 행복했다.


그래서 남편의 이번 출장길에도 애호박을 주문할 생각이었다. 로컬 채소가게에 장을 보러 갔던 어느 날이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채소인데 그 채소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저건 꼭 사야 해’라는 마음이 들었다. 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걸까. 그건 바로 입고 있는 옷색깔이 애호박과 꼭 같았기 때문이었다. 생긴 건 테니스 공보다 작은 동글동글한 모양이었지만 그 색깔과 무늬는 애호박과 똑같았다. 심지어 매끈매끈한 표면마저 애호박과 같았다. 저걸로 전을 부쳐 먹으면 분명히 애카지노 꽁 머니 맛이 날 거라는 근거 없는 강한 믿음이 용솟음쳐 올랐다.

낯선 채소에게서 느껴지는 애카지노 꽁 머니의 향기낯선 채소에게서 느껴지는 애카지노 꽁 머니의 향기

‘애호박을 닮은 이름 모를 채소’에게 당한 기억 때문에 나는 조금만 사 보기로 했다. 그날 저녁 반찬은 ‘애호박과 같은 옷 색깔의 이름 모를 채소’로 부친 전이었다. 망하면 김에 밥 싸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 집어 시식해 보았다. 이럴 수가! 이건 완전 애카지노 꽁 머니이랑 맛이 똑같았다. 나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애호박을 사 올 필요가 없어졌다.


‘애카지노 꽁 머니과 같은 옷 색깔의 이름 모를 채소’가 뭔지 찾아보려고 채소가게 매대에 붙은 이름을 사진 찍어 왔다. 찾아보니 인도 이름으로는 ‘차판 틴다(Chappan Tinda)’, 영어로는 ‘인디언 서머 스쿼시(Indian Summer Squash)’라고 한다. 여하튼 애카지노 꽁 머니과 같은 박과 식물이었다. 알고 보니 인도에서 사시사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채소였다. 왜 이제야 이걸 발견했을까. 레이디핑거에 이어 채소가게에서 사던 것만 사지 말고 다양한 채소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어차피 다 먹을 수 있는 걸 가져다 놨을 테니 말이다.


고민 없이 만드는 반찬 상위권에 복귀한 애카지노 꽁 머니, 아니 새롭게 진입한 차판 틴다전을 격하게 환영한다. 인도에서도 애카지노 꽁 머니을 먹을 수 있어서 진짜로 너무 행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