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쏜 살 같아서, 우리집 슬롯사이트은 어느새 1학년 2학기를 맞이했다. 이제 어느 정도 고등학생의 삶에 적응이 되었는지, '고등학교가 3년뿐이라는 게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과 학원만 반복하는 삶이 너무 지난하다고.
슬롯사이트은 가끔 너무 재미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대부분은 급식체 또는 줄임말이다. 엔믹스 설윤이 너무 예쁘다고 지치지도 않고 반복해서 말하던 어느 날은 "엄마 장카유설 알아? 장카유."라고 물었다.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으니, 아이돌 비주얼 라인의 장원영-카리나-유나-설윤의 앞글자를 딴 말이라고. 이런 신조어(?)는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하다(나는 우리의 영원한 아이돌 아이유와, 10년 차 아이돌 오마이걸의 팬이다). 하지만 어느 날은 정말 신박한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말이다. "엄마, 이건 역모성애야." 어두운 아파트 단지를 걷던 어느 날, 자기 손을 잡겠냐며 한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웃으니, 알아 들었냐며 여기서 역은 '거스를 역'의 그 역이라며 장황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너무나도 웃기다. 재기 발랄한 우리 집 10대는, 어휘를 가지고 노는구나.
#.10대의 마음은 10대가
우리 집 슬롯사이트은 열여섯 살, 내 담임반 막내는 열여덟 살이다. 나는 가끔 학생들의 마음속을 전혀 모르겠을 때, 학생들의 머릿속이 이해가 안 갈 때, 그럴 때 우리 집 슬롯사이트에게 자문을 구한다. 지난겨울에 나는, 졸업식 날 반 단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렸다. 보통 학생들 얼굴 사진은 잘 안 올리는데, 졸업식 날은 올린다. 그리고 작별의 인사를 쓴다. 그런데 한 학생이 DM이 왔다. 사진 속에 자기가 없다고. 무슨 말인가 깜짝 놀라서 포스팅을 확인했더니, 진짜 그 학생이 없었다. 여백 없이 꽉 차게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면서, 끝에 서 있었던 학생이 잘린 것이다. 나는 아이고 미안하다고 백배 사과를 했지만, 포스팅 밑에 댓글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다시 올리지는 못했다. 그 또한 사과했어야 하나? 그런데 그 학생은 보통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 웬일로 DM까지 보냈네. 나는 이 에피소드를 우리 집 슬롯사이트에게 말했다. 말하면서 솔직히 속으로 '에이 뭐 그런 일로 DM을 보냈냐?'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듣자마자 슬롯사이트이 하는 말 "엄마, 그런 거 얼마나 상처받는지 알아? 엄마가 잘못했네." 아이고 그렇구나. 종종 슬롯사이트 상담소를 이용해야겠구나.
#. 낭만 슬롯사이트
우리 집 낭만 슬롯사이트은, 어두운 밤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외할아버지 시골집 2층에서 해먹을 타면서 유튜브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친구와 전화통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은(정말 가끔은) 가족들의 마음을 울리는 축하 카드를 써 주기도 하고, 늦은 밤 사람 없는 헬스장에서(아파트 입주민전용) 무슨무슨 근을 강화하겠다면서 운동하는 것도 좋아한다. 물론 현실의 나는, 독거총각의 원룸인가 의심스럽게 쓰레기와 빨래가 켜켜이 쌓여있는 사춘기 냄새 가득한 그냥 고1 방을 청소하고 있지만. 나는 종종, 낭만 슬롯사이트을 엿보는 마음으로 쏜 살 같이 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이가 한평생, 낭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 가장 큰 고민은
낭만 슬롯사이트이라 그런가. 요즘 우리 집 슬롯사이트의 가장 큰 고민은, 믿기 힘들지만, 코의 모공이다. 점점 커지는 코의 모공 때문에 각종 화장품을 사달라고 하고, 피부과에 가 보자고도 한다. 덕분에 코팩, 모공 실종, 모공 관리 등등이 내 포털의 주된 검색어가 되었다. 외모에 한참 관심이 많을 때여서 그런가, 아니면 본래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나서 그런가. 아이는 머리 스타일과 옷과 신발 등에 관심이 많다. 고1의 가장 큰 고민이 모공 크기여서 다행인 건가, 큰일인 건가, 헷갈린다. 아직 나는 입장 정리를 못 했다.
어릴 때와 달리, 슬롯사이트는 성적표 말고는 나를 놀라게 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얼마전에는이런말로나를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