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식단은 별 일이 없을 땐 늘 닭가슴살 플레이트입니다. 큰 보울에 닭가슴살 한 개와 스크램플 에그 2개 분, 토마토 다섯 알. 그리고 현미밥. 여기에 꼭 곁들이는 것은 저의 시그니처 샐러드입니다. 시그니처라곤 하나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양상추에 슬롯 꽁 머니 한 스푼. 그 위에 후추를 뿌리는 것으로 끝입니다.
그 샐러드에 뿌리는 슬롯 꽁 머니 얼마 전에 바꿨습니다. 원래는 집 앞 마트에서 일명 ‘가장 가성비 좋은’ 슬롯 꽁 머니 구매했습니다. 여느 마트에 가도 늘어서 있는 페트 재질의 병, 올리브 그림이 새겨진 디자인에 이름만 바꿔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는 저렴한 국내 브랜드의 것으로요. 종종 1+1이라도 하면 횡재한 듯한 기분으로 두 개씩 손에 들고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1+1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벤트를 하지 않을 땐 가격이 턱없이 비싸게 느껴지더군요. “이 정도면 쿠팡에서 더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의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제품을 둘러보다 ‘조금 더 좋은 거 써도 좋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생겨 그만 더 비싼 엑스트라버진 슬롯 꽁 머니 새롭게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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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이 한층 포롱포롱해졌다고 할까요. ‘포롱포롱’이란 말의 뜻이 눈빛이 반짝이고 정신이 맑고 또렷한 모양이라고 하니, 딱 맞는 느낌입니다. 고작 슬롯 꽁 머니 바꾼 것뿐인데 특별할 것 없는 저녁식사가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요. 새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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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 만들고 먹는다는 것은재료의 ’종류‘를 먹는 것이 아니라 ’맛‘을 먹는 것입니다. 어떤 음식을 만드는 데 닭가슴살, 슬롯 꽁 머니, 후추가 필요하다고 해서 말 그대로 닭가슴살, 슬롯 꽁 머니, 후추를 준비하면 된다고 여기면 그것은 ’레시피적 사고’가 아닐까요? 재료를 모아 구성할 수 있으면 된다, 즉 ‘종류’에만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슬롯 꽁 머니이기만 하면 뭐든 좋다는 마음이 되어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고르고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28요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맛’입니다.요리란 ‘맛’끼리의 만남입니다. 맛은 추상적이기에 마트에서 진열된 제품만 보고서는 알 수 없어 가격표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생활에는 종종 식재료가 각각 어떤 맛을 가지고 있을지 살펴보고 먹어 보는 생생한 탐험이 필요합니다. 사실 슬롯 꽁 머니 조금 더 좋은 것으로 고르고, 쌀을 조금 더 좋은 것으로 고른다고 크게 돈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더 비싼 커피나 치킨은 쉽게 사 먹으면서요!)
슬롯 꽁 머니 연주를 위해서는 단순히 ‘첼로를 치는 사람’이 아니라 ‘첼로를 잘 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마찬사지로 슬롯 꽁 머니 요리를 위해서는 ‘조금 더 향미 슬롯 꽁 머니’ 식재료가 필요합니다. 때로는일상 속 작은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조금 더 좋은 슬롯 꽁 머니 같은 것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레시피적 사고’가 아닌 ‘향미적 사고‘를 들여 보세요. 냉장고 속에서 어떤 슬롯 꽁 머니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