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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자작시_76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었을까 분명 우리에게는 무언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지고 있었을까 과연 우리가 무엇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을 모두 컴컴한 밤하늘 향해 쏘아버린 그것이 달에 닿을지 별에 착륙할지도 모른 채 광활한 망망대해로 보내버린 우리들 빛이 되기도 전에 암흑 속으로 먼저 사라졌을 모든 시간의 틈새로 흘러댓글 0 Mar 30. 2025 by 심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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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다, 8] 다시 웃으며그녀가 찹쌀 수제비를 먹고 싶다 했다. 둥근 알이 알알이 떠 있는. 식당을 찾아도 나오지 않고 칼국수도 괜찮다며 찾아갔다. 도착하니 식당은 없고, 망했나 봐. 근처 아무 식당에서 먹자. 추어탕 집이 보이고 맛집인 듯 식당 앞에 차가 빼곡하고 안은 만원이다. 남도 추어탕 하나 경상도 추어탕 하나. 녹색 나물, 갈색 나물, 오색 잡채, 깍두기, 가지튀김, 붉은댓글 0 Mar 30. 2025 by 검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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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다, 7] 죽은 새원래 하얀 새 같았는데, 피에 물든 검붉은 빛에 얼핏 새하얀 깃이 보였다. 강보가 생각난 것은 죽으면 새가 되어 날아간다는 미신을 믿은 탓이었다. 새하얗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강보. 작은 심장을 감쌀 강보를 구하기 위해 순결하고 무결한 목화씨가 자란다는 숲을 찾아 홀린 듯 걸었다. 쉽게 찾으면 죄스러워 어떤 것도 타지도 얻지도 않았다. 발바닥에 박힌 소나댓글 0 Mar 28. 2025 by 검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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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주세요 아니 만들어주세요2025년 3월 11일 고쳐주세요 아니 만들어주세요 길 가다 용하다는 대장장이에게 사람 하나 맡겨 두었다 십 년 뒤 찾으러 오세요 그 말을 곧이 믿고 십 년이 되던 해 찾으러 가니 고쳐는 두었는데 일 년이 채 못 갈 겁니다 그러니 돈은 받지 않겠소 라고 말한다 과연 용한 것은 맞아서 육 개월이 지난 뒤 다시 고장 난 사람 하나 질질 끌며 가 보니 온데간데없다 덕분에댓글 0 Mar 28. 2025 by 일상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