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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순응 (3)무기력이 햇살보다 익숙해졌던 날들의 기억 내 정신을 깨운다. 언제 잤는지 따위는 알 필요도 없다. 아직은 굳어 멈춘 온몸의 감각들을 하나하나 머리로 받아들여 느낀다. 팔의 존재를 무겁게 느끼고, 머리에서 다시 내보내면 이번에는 다리와 등짝의 존재가 침범한다. 내 몸에 달린 여러 존재들의 감각이 내 작은 몸뚱아리를 확장시킨다. 이 모든 찰나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멈춰있던 시간을 느낀다. 눈을 감은댓글 0 Mar 14. 2025 by 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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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드는 순간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글쓰기란 존재를 세상에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글이 된다는 것은 존재의 시작이, 탄생을 의미한다. 최근 서랍 구석에서 20대 군대 시절과 유럽 여행에서 적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그때의 추억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이야기지만, 그 기록 덕분에 나는 다시 그때의 나와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의댓글 0 Mar 14. 2025 by 여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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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임신이라고요?셋째의 존재를 알게 되다 그러니까 그때는 내가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운이 좋게 알바를 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다시 일을 해야 하는 두려움과 두근거림이 존재하던 시기에 몸의 상태가 조금은 이상한 거 같아서 ‘설마”하면서 임테기를 해보았던 날 희미하게 두줄이 보였고, 속으로는 ‘아 일시작 하기로 했는데 어떡하지?’하는 현실을 먼저 걱정하였다. 하지만 임테기의 오류일 수도 있고 (전댓글 0 Mar 14. 2025 by 지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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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를 전제하지 않은 이타가 존재하는가?이타적 행동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를 돕고, 희생하며, 대가 없이 선을 행하는 모습.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순수한 선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타적인 행동 속에는 정말 이기적인 의도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당신이 제주도에 가서 한 달 동안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행 경비조차 당신의 사비로 충당했고, 봉사댓글 0 Mar 14. 2025 by 밤하늘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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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存在)존재(存在) 存, 在, 有 모두 ‘있음’, ‘있다’이죠. 뉘앙스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의미 부분으로 나타내면 ‘있’이 되죠. 영어로는 be 혹은 being이 되죠. 뜻풀이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범주입니다. 순수개념이기도 합니다. 오직 한 가지 의미만 내포되어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반드시 어떻게 존재하죠. 존재만 있는 존재란 없습니다. 있는 것은댓글 0 Mar 14. 2025 by 법칙전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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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온기, 네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온기, 네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돼. 예쁘고 사랑스러운 순간보다 부서지고 어그러지고 할퀴고 상처 입히는 날들이 많다고 해도 작고 작은 네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커다란 이 빈 공간이 모두 채워지는 마법. 온기, 서로가 존재 자체로 선물이 되는 이 계절. 글: Editor P댓글 0 Mar 14. 2025 by 고래뱃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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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1997년 12월 어느 날 태양 볕에 말라비틀어진 이끼가 흡사 닭똥을 뿌려 놓은 듯 섬 전체를 감싸 안았다. 섬에는 수 만 마리의 새들이 가로 세로 80cm정도 남짓한 공간을 불가침 영역으로 하여 저마다 한 가구를 구성하며 오밀조밀 살아가고 있다. 한 집에는 아비 새, 어미 새, 아기 새가 살고 있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관계로 실수로라도 경계선을 밟을 라 치면 여지없이 살벌댓글 0 Mar 14. 2025 by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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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말나in나 푸른 하늘 햇살 구름 새들의 지저귐 흙냄새 빗소리 풀냄새 하얀눈 바다 숲 공기 나 너 우리 왜 이 모든 것들의 가치는 지나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댓글 0 Mar 14. 2025 by 나in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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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다 : 시지프 신화의 시작끝이 정해져 있지만 끊임 없이 끝을 부정하는 투쟁 크게 보면, 인생은 한 번의 호흡이다. 태어날 때 숨을 들이 마셨다가 죽을 때 내쉰다. 인생을 무게로 측량할 수 있다면 폐에 남은 잔기량만큼일 것이다. 다 뱉지 못한 한 줌 숨결로만 발화될 수 있는 무게를 들어보고 싶다. 생의 잔재이자 결코 몸에 속한 것이 아닌 말이 생의 마침표가 되는 서사는 1인칭이자 3인칭의 다중 시점 증언을 완성해낼 것이다. 그러나댓글 0 Mar 14. 2025 by 하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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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교 하듯 돌본다는 말리사의 love yourself 어느 유튜버가 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 아침이다 나를 태교 하듯 돌본다는 말. 가장 좋은 것들을 들려주고 먹여주고 아껴주는 그런 것 가장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면 어떻게 돌봐주고 싶을까 나는 그 영상을 보며 지난날 태교를 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엄청 좋은 태교는 못해도 적어도 뱃속에 귀하게 찾아와 준 아기를 위해 세상 가장 평온한 마음을 선물하고 싶댓글 0 Mar 14. 2025 by 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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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능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존재를 두려워한다내일, 세계가 오늘보다 평화롭기를 오랜만에 저녁에 읽기 시작해서 새벽까지 다 읽고 잤다. 오늘 읽던 책을 내일로 미루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라 삼분의 이 정도 읽었을 때 그만두려다 마저 읽은 건데 여러 번 다시 쓴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났더니 까마득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 됐다. 다 읽고도 한 시간은 지나서야 잠든 건 책이 남긴 여운이 아니라 거의 잊고 지낸 어린 날의 나 때문이다. 어떤댓글 0 Mar 14. 2025 by 가가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