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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았던 '이 슬롯 머신'을 보내며...

베이커리와 슬롯 머신의 상관관계

‘이 슬롯 머신 지나가리라’를 스스로 되뇌이던 순간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무너졌던 슬롯 머신…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며 다 놓아버리고 싶었던 슬롯 머신…

노력하고 애를 쓸 수록 잡히지 않거나 멀어져감을 느끼며 좌절하고 그저 지나가기를 바랐던 슬롯 머신…


늘 그 순간에서 벗어나 돌이켜보면 그저 힘들었던 순간의 일부이지만

그 순간의 중심에 놓여있을 때는 어떤 위로와 응원도 그만큼의 크기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해를 거듭하고 나이가 들 수록 느낀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사실 글을 쓰지 않고 지냈던 것은 아니다. 대학원 과제 덕분에 긴긴 글을 썼고, 생기부에 업무에 구구절절 글을 썼다. 그것도 글이라 친다면... 그랬다. 바쁨이 서서히 물러가고 나의 일상을 되찾으려 할 때마다 그런 평범한 일상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다사다난했다. 나의 연말과 우리의 연말이... 그래서 여력... 하루를 슬롯 머신고 나의 마음을 적어낼 남은 힘이 없었다.

그저 일상을 슬롯 머신는 것이 무겁게만 느껴졌던... 그런 나의 시간과, 내가 놓여있는 사회의 시간과, 그리고 나의 나라의 시간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해주고 있다.


분명 새롭게 맞이하는 한 해 역시 그런 많은 ‘이 슬롯 머신’의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겪어온 무수히 많은 ‘이 슬롯 머신’이 새롭게 맞이하는 ‘이 슬롯 머신’을 조금은 더 단단한 마음으로… 조금은 더 무던히 지나가게 해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우리가 함께 보내는 사회와 나라의 '이 슬롯 머신'의 순간 역시... 조금 더 희망적인 곳을 향해 하고 있다고... 그리 믿고 싶다.

그래야하는데...할텐데...




가끔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그저 해맑은 아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으면 둘째 아이가 이리 말한다.

"엄마, 이것도 베이커리에 올릴꺼야??"


베이커리... 슬롯 머신...

그래.. 먹는건 매한가지고, 'B'로 'ㅂ'으로 시작하며 초성까지 같으니...

베이커리 카페... 슬롯 머신 카페... 뭐 둘다 카페를 붙일 수도 있고...

이 엄마는 찰떡같이 잘 이해한단다~락앤롤(라일락)향기도 알아들었는데 뭐...


내년에는 베이커리... 아니 슬롯 머신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행복을 꿈꾸고 평범한 걱정을 나누는...

그런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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