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 첫째는 슬롯사이트. 둘째는 지니다. 합쳐서 진슬롯사이트. 랙돌과 아비시니안인데 둘이 꼭 솜사탕과 쿠키 같다.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씩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슬롯사이트는 순하고 점잖은 성격이다. 곧 한 살인데 하악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손이나 발을 무는 장난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차분하고 어른스럽다. 길고 풍성한 털이 꼭 중세시대 왕이 입던 대관복 같다. 지니는 정말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다. 놀아주면 30분 내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두 아이들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사람을 좋아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매번 마중을 나온다. 친구네 집이 아지트라 절친들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저녁거리나 간식을 사서 먼저 들어가면 항상 꼬리를 들고 반겨준다. 자다 일어나서 졸린 눈을 가늘게 뜨고 야옹하며 다가온다. 다정한 마중냥이들이다. 고양이안전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발을 들여놓으면 둘 다 바닥에 발라당 드러눕는다.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는 고양이식 인사다. 자주 보면서 진슬롯사이트 듀오와 나는 많이 친해졌다. 다리에 머리를 쿵 하거나 소파에 앉아있으면 무릎 위로 올라온다. 내 발치에서 자고 있는 모습 본 적도 있다.
2024년 연말은 마음이 유난히 힘들었다. 거의
매일 잠을 설쳤다. 길에 버려진 깡통처럼 소파에 누워있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어서 외롭고 괴로웠다. 한숨마저 메말랐을 때 지니가 소파 위로 올라왔다. 내 옆에 눕더니 골골송을 부르면서 잠들었다. 그 모습 보는데 갑자기 편안해졌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닿는다. 어떤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됐다.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면서 지쳤을 때 고양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자다 일어났더니 슬롯사이트가 내 머리맡에서 자고 있었다. 내 곁에 있어주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고양이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다. 반려동물에게서 우리는 든든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교감하면서 유대감을 쌓고 함께 보낸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서 동질감이 된다. 고양이와 집사가 닮는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슬롯사이트 지니를 보면 내 친구가 떠오른다. 셋은 꼭 닮은 가족이다. 한 지붕 아래 살면 다들 가족이 된다.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고 추억을 만들면서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벌써 정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삼촌이 됐다. 마음으로 연결된 우리도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