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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의 탄생은 가장 가난하고 고요한 사건이다.
어둑하고 조용한 방안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 먼 일을 그려본다.오늘만큼은 상상이 종교가 된다.
세상이 온통 눈으로 찍어 그린 점묘화의 캔버스.
눈송이가 사뿐히 지상에 내려앉을 때마다
슬픔이 영롱해지고
아픔이 뒤척이고
미움이 새로이 몸을 틀어 아롱진다.
다시 걸어가야겠다 고쳐 바라봐야겠다 깨끗해진 손을 내밀어야겠다 말간 얼굴로 미소 지어야겠다.
눈 위를 걸으며 다지는 다짐은 눈 길 위에 발자국으로 새겨지고 누군가가 그 위를 걸으며 공증하고 서약하고 켜켜이 겹쳐 언약한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길은 거대한 계약서가 된다.
그래서 눈길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이 신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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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4u/378
눈길을 밟는 일은 아름다운 서약이다